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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8.14 [강금실 칼럼]지구와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 연대하자

보도에 의하면, 연일 계속되는 이번 폭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아메리카, 북유럽, 아프리카 등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상이변인데, 지구온난화가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고 한다. 고도 10㎞의 상층 대류권에 기압 차이로 서에서 동으로 부는 강한 바람띠(편서풍, jet stream)가 형성돼 있어 대기 순환에 기여하는데, 이 바람이 약화되어 고기압의 흐름이 정체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서 상승기류가 활발해진 것도 고기압 발달에 기여했다고 한다. 호주의 한 대학 연구팀은 20개국 412개 지역에서 2031~2080년 열파(Heat Wave)로 인한 사망자를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어 분석했는데 2031~2080년의  열파로 인한 사망자수는 1971~2010년 대비 4배 이상 20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산화탄소(CO2)의 배출로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가 발생하여 지구표면의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지구온난화라고 불러왔는데, 최근에는 미국 과학학술지 논문에서 핫하우스 지구(Hothouse Earth)라는 개념이 소개됐다. 지구온난화가 돔(dome)이 씌워진 것 같은 현상의 임계점을 이미 넘어서서,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더라도 지구가 온실이 되는 것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대체로 기후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만 줄이면 마치 산술적으로 온실효과도 진행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이미 일어난 현상이 지구의 안정된 질서를 깨는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어 예측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해수면 상승이 그 실례이고, 기후변화 관측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을 경우를 든다. 빙하가 녹으면 지구 평균 해수면을 7m 이상 높이게 되고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반이 잠기고, 상하이도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태국, 메콩강 하구도 지대가 낮은 편이라 해수면 상승 시 위험하다. 폭염과 혹한, 홍수 등 극한현상은 진작부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관측돼왔다. 식량과 물부족, 기후난민, 빈곤심화 등의 사태도 기후변화의 결과로 초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에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95개 국가들이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켜야 하는 공동의 의무를 부담하기로 했다. 그 후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 상당히 제고됐지만, 이것이 단순히 에너지 공급원인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만으로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게 이미 나타난 사태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2016년 현재 1.1도 올랐고 바다도 계속 더워지고 있는데 한번 더워지면 열이 잘 식지 않기 때문에 수온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본다.

그런 가운데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기후변화는 화석연료를 사용한 산업문명이 초래한 것이어서 미국은 역사적 책임이 가장 큰 국가이지만, 실제로 기후변화의 피해는 미미한 편이다. 기후변화에서는 원인제공을 한 선진국 국가군과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 간의 불균형도 문제해결에 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위에 속하는 책임이 큰 나라다. 지구가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급변하리라는 예측을 하면서도 신속하게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데에는 구체적인 피해를 겪기 전에는 좀처럼 문제를 실감하기 어렵고 관행대로 흘러가는 게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의 고통스러운 장기간의 폭염을 겪으면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보다 절실한 각성의 계기가 주어진다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겠다.

기후변화는 산업문명의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다. 지구적 규모로 거대화한 물질적 성장과 혜택을 공유하기에 한 국가나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실천할 방법들이 마땅치 않고 효과도 미미하다는 점에서 개인으로선 속수무책에 가까운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물론 개개인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을 나누면서 적합한 생활방식을 찾아 사소한 실천이라도 해나가야 한다. 이제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는 산업문명의 시작 때부터 드리워져 있던 어두운 이면이다. 이제 포화상태의 표면을 뚫고 드러나는 놀라운 진실은 우리 스스로 공동의 집 지구를 폭행하고 망가뜨려 집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가 지구를 파괴할 정도로 가공할 만한 힘을 부려본 경험이 이전에 없었기에 무분별한 과오로 인해 초래됐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그 저변에는 왜곡된 문명의 관점으로 ‘이기심’이 깔려 있다. 탐욕이 인간의 속성이라 하더라도 지구와의 관계에서 배려와 신중함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이다. 인간중심주의는 대체로 두 형태로 나타난다. 과오를 알게 된 상황에서도 거짓말과 조작을 동원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경우이다. 일찍이 레이철 카슨이 <침묵의 봄>으로 화학제품의 문제를 폭로했을 때부터 산업의 이익을 누리는 측에서는 항상 그런 반응을 반복해왔고, 지금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중심주의의 근저에는 과학을 발전시켜서 자연을 지배하고 그리해서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인간의 성찰능력에 대한 위대한 자부심이 놓여있다. 그러한 의식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동력이기도 했다. 이제 인본주의의 가치를 나누는 사람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는 지점에서 다시 연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구와의 관계 재정립이 이 문명의 가장 커다란 숙제이며, 이 문제와의 상호연관성 안에서 인간과 사회의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바다가 육지를 삼키고 하늘이 두꺼운 온실공간의 뚜껑으로 갇혀버려 산천초목이 죽어간다면, 밀폐된 지구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으랴.

<강금실 | 사단법인 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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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