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단을 해산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숙소인 미국 뉴욕 파커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졸속 설립된 대표적 외교 적폐로 꼽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당시 합의는 국민적 자존심과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까지 짓밟은 굴욕적인 내용이었다. 정권교체 후 문재인 정부는 이 합의를 지킬 수 없으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단은 이미 이사진 대부분이 사퇴하고 기능 중단 상태다. 존재 의미가 사라진 마당에 더 무슨 역할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애시당초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법적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는 데서 풀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무슨 재단이 일본 정부를 대신한다는 것부터 언어도단이다. 한·일관계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부 간의 공식합의를 파기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 할머니들에게 고통을 주고 시민의 분노를 자아낸 굴욕 재단의 해산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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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를 설치하고 10일 현판식을 한다. 연구소가 출범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기록물 발굴·조사와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계와 민간 기관에 대한 연구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위안부 피해자 연구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산하에 위안부 연구 기관이 만들어지기는 처음이다. 1991년 8월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지 27년이 지났지만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거사의 하나다. 일본의 사과·배상을 촉구하는 피해 할머니들의 집회가 26년째 이어지고 ‘평화의 소녀상’ 설치, 영화·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통해 위안부 문제는 국내외적 관심사가 되었다. 그동안 할머니들의 수요시위를 주도하고 피해자의 증언집 발간 작업을 수행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노력은 기억되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8일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개막한‘진실과 정의 그리고 기억’전을 둘러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그러나 정대협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 채록 외에 위안부 문제 전반에 대한 학술 연구·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오랫동안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전쟁 범죄를 도외시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에서 피해 할머니들의 거처인 광주 ‘나눔의집’을 마련할 때도 수수방관했다. 학자들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내 학자가 일본군 위안부나 근로정신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저서나 논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내 양심적인 학자들이 군 위안소 설치과정, 위안부 강제 연행 경위와 생활상 등을 속속 밝혀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몇 해 전 <제국의 위안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 명예훼손 논란을 일으킨 것은 학계의 위안부 연구가 얼마나 빈약한지를 보여줬다. 일본 우익이 끊임없이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며 사죄를 거부하는 것도 우리의 연구 성과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에 의지해 일본군 전쟁 범죄의 실상을 들어왔다. 현재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28명에 불과하다. 이분들이 떠나기 전에 그들의 삶뿐 아니라 일본의 전쟁범죄, 인권침해의 진실을 역사에 남겨야 한다. 김학순 할머니는 생전에 “일본과 한국의 젊은 세대가 과거에 일본이 저질렀던 일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가 위안부 관련자료를 집대성하고,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는 연구센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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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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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가 어제 1년을 맞았다. 한·일 양국은 지난 1년간 화해·치유재단 출범, 지원금 10억엔 출연 등 합의 이행 절차를 밟아왔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라는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다. 어제도 변함없이 위안부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가 열린 것이 그 증표다. 

한·일 양국이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합의의 동기가 잘못된 데서 기인한다. 중대한 인권침해나 전쟁범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한·일관계 개선 차원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였다. 이러니 합의의 의미나 내용보다 ‘2015년 내 타결’ 등 합의 시기를 더 중시하는 해괴한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명의로 사죄와 반성을 합의문에 담았으나 전쟁범죄나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은 일본의 10억엔 지원금을 받는 것으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약속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1년을 맞은 28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6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올해 별세한 피해자 할머니들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폐기를 촉구했다. 강윤중 기자

이런 위안부 문제 합의가 전쟁 시에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표준에 부합할 리가 없다. 실제로 합의는 분명한 사실 인정과 직접적 사죄 표명, 법적 배상금 지급, 재발방지 등의 국제 표준 가운데 어느 것 하나 포함하고 있지 않다. 더구나 한국 정부는 합의 도출 과정에서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절차적 정당성도 없었다. 국제법적으로 구속력을 지니는 조약이나 협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 비준 절차도 밟지 않았다. 합의내용이 문서화되지 않고 양국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문 형태로 발표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더욱 한심한 것은 양국 정부가 이런 부실투성이 합의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합의 후 고자세로 돌아서 “강제성이 없었다”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할머니들 마음의 상처를 덧내고 있다. 누가 봐도 사죄하고 반성한다고 할 수 없는 태도이다. 한국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고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사업 예산을 삭감했다. 위안부 백서 발간도 백지화했다. 피해 할머니들에게 일본 정부의 지원금을 개별 지급하는 것이 과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인지 묻고 싶다.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위안부 합의는 당장 무효화하는 게 맞다. 여론도 합의 무효화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국가 간 협상의 결과물이어서 되돌리기 어렵다지만 국회 비준 회부 등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전에라도 합의 무효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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