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는 독일 언론인 위르겐 슈미더가 40일간 ‘거짓말 안 하기’에 도전한 경험을 정리한 책이다. 친구가 바람피운 사실을 발설했다가 얻어터지고, 정직하게 소득신고를 했다가 세금폭탄을 맞고, 아내에게 솔직한 감정을 말하다 쫓겨나는 등 악전고투기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전으로 증명한 셈이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펠드먼은 2002년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주 거짓말을 하는지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평범한 사람이 일상적인 상황에서 10분에 약 3회씩 거짓말을 한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물론 상당수는 ‘선의’의 소소한 거짓말, 의도적인 생략, 과장, 회피 등이다. 여하튼 10분에 3회라면 거짓말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의 일부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이런 거짓말의 일상 속에서도 공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거짓말이 드러나면 사람들은 충격과 분노에 빠진다. 이유는 뭘까. <속임수의 심리학> 저자 파멜라 마이어는 ‘공인들의 거짓말은 곧 집단의 신뢰와 사회 질서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돋우기 때문’이라고 봤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17년 ‘인사청문회와 낙마의 정치학’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0년부터 청문회를 거친 공직 후보 341명의 사례를 전수조사한 것이다. 낙마 사유는 부동산 투기가 가장 많았고, 금전적 부당이득, 거짓말·위증, 탈세, 가치 논란의 순이었다.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해 ‘한국적’ 관대함이 여전한 상황에서, ‘거짓말·위증’이 주요 낙마 사유에 들었다. 천성관 검찰총장(2009년)·김태호 국무총리(2010년)·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14년) 후보자 등이 대표 사례다. 공동체의 신뢰 자본을 훼손하는 공직자의 거짓말에 시민의 눈높이가 엄정해지고 있다는 방증일 터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에 휩싸였다. 7년 전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위증 논란이 점화됐고, 이를 해명하다 또 다른 위증 시비를 불렀다. 내용의 위법과 심각성을 따지기 앞서, “명백한 거짓말”은 분명해 보인다. ‘선의’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을 앞세워 돌파 분위기가 완연하지만, 거짓말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 예외사례가 추가되는 것 같아 못내 불편하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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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자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으나,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언론 인터뷰 파일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이 윤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눈을 감고 생각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뉴스타파’가 8일 공개한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2012년 12월 윤 후보자가 “이 사람(윤 전 서장)한테 변호사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남석(변호사)이 보고 ‘(윤)대진이한테 얘기하지 말고, 윤우진 서장을 한 번 만나봐라’고 했다”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윤 후보자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그는 발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건 수임에 대한 소개를 한 적은 없다. 변호사(선임)는 자기 형제들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초점은 크게 두 가지다. 법적 측면과 정치·도덕적 측면이다. 설사 윤 후보자 해명이 거짓이라 해도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인사청문회법상 공직후보자의 위증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처벌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헌법 제12조 2항이 규정한 진술거부권(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의 개념에 따른 것이다. 이남석 변호사가 공식 선임되지 않았다면 변호사법 위반으로 보기도 어렵다.

정치·도덕적 측면에서 보면 사안이 가볍지 않다. 고위공직, 그것도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핵심 의혹에 대해 말을 바꾼 것은 잘못이다. 게다가 윤 국장이 “(형에게) 소개는 내가 한 것이고 윤 후보자는 관여한 바 없다”고 하며 또 다른 논란거리가 보태졌다. 윤 후보자도 뒤늦게 “윤 전 서장에게 이 변호사를 소개한 것은 윤대진 (당시) 과장”이라고 했다. 오락가락 해명으로 ‘강골 검사’의 신뢰성에 흠집이 간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윤 후보자는 “혼선을 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으나 충분치 않다. 이 변호사 소개 과정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낱낱이 정리해 국회와 시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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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자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점진적으로 축소·폐지하되,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권한은 일정 부분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있는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은 일부 유지하면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기능을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 후보자는 패스트트랙에 함께 오른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청문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윤 후보자는 이날 “강자 앞에 엎드리지 않았고 불의와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사건과 선거 사건에서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정치 논리를 따르거나 타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욱 기자 biggun@kyunghyang.com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윤 후보자 입장은 예상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일선 검사 시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 검찰권 축소·분산 방안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온 터다. 윤 후보자는 “검찰의 본질적 운용은 소추(공소제기) 기능에서 비롯된다”면서 “수사지휘라는 것은 검경 간 소통인데, 지휘 개념보다 상호 협력 관계로 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검경 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선하는 선에서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의 발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통제받지 않는 경찰’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검찰 구성원의 의사를 대변함으로써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하려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조직의 사기를 고려하기엔 검찰을 향한 시민의 분노가 너무도 크다. 검찰 스스로 성찰과 쇄신의 기회를 저버린 탓이다. 윤 후보자는 검찰개혁을 갈망하는 시민의 목소리부터 깊이 새겨야 옳다.

‘검사 윤석열’은 수사 능력이 탁월했다. 정의감과 헌신성도 높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검찰총장 윤석열’은 이 정도 자질과 덕성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검찰의 이해를 넘어 전체 주권자의 요구에 입각해 검찰을 이끌어야 한다. 문무일 현 총장처럼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돼선 곤란하다. 다행히 윤 후보자는 “전문가로서 의견을 개진할 뿐, 국회에 제출되거나 성안이 거의 다 된 법안을 폄훼하거나 저항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 약속을 지키면 된다.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지 주체가 아니다. 윤 후보자는 총장에 오르는 순간 ‘뼛속까지 검사’이던 과거를 지워야 한다. 한 사람의 공복(公僕)으로서 주권자에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세만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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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5일, 검찰 과거사위원회 권고에 따라 문무일 총장은 과거 검찰권 행사가 불공정하였음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2012년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무죄구형을 하며 과거사 반성을 하였다가, 간부로부터 “선배들을 권력의 주구로 몰았다”는 질책을 들은 게 불과 몇 년 전이라, 놀라운 변화에 안도하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늦은 검찰의 두루뭉술한 사과에 사법 피해자들과 국민들이 검찰을 용서해줄지… 자신이 없네요.

과거사위원회 권고로 몇몇 사건은 재수사에 착수하여 수사 결과가 뒤집어지기도 했지만, 대개의 사건은 공소시효 등의 한계를 넘지 못하여 책임자 처벌에 실패하였고, 문무일 총장의 사과로 일은 정리되는 수순입니다. 불공정했던 수사 책임자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검찰을 이끌었을까? 몹시 궁금하여 검찰 내부망을 뒤져보았습니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6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권도현 기자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입니다. 저는 정치적 외풍에 흔들림 없이 오직 진실만을 추구하고 부정부패에 추상같은 정의로운 검찰을 꿈꿉니다. 국민의 인권을 소중히 여기고,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않는, 맑고 밝고 바르고 따뜻한 검찰을 소망합니다. 저는 어떤 어려움과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리에 연연해서 할 말을 못하거나, 합리적인 소신을 굽히는 일도 결코 없을 것입니다.”

2007년 11월,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런 취임사로 임기를 시작했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춰 정연주 KBS 사장을 배임으로, 광우병 방송 관련 &lt;PD수첩&gt; 관계자들을 명예훼손으로 무리하게 기소하는 등으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더욱 짙게 한 채 중도 사퇴하였지요.

“우리의 상대는 범죄 그 자체입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의 지위나 신분이 높건 낮건, 힘이 있건 없건 고려치 않아야 합니다. 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용도 없어야 합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도 저는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2009년 8월, 김준규 검찰총장도 이런 포부를 밝히며 취임하였습니다만, G20 정상회의 홍보포스터에 풍자 쥐 그림을 그린 사람에 대한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 사건 청탁 대가로 차량 등을 선물 받은 속칭 ‘그랜저 검사’에 대한 부실수사와 과감한 불기소 결정 등으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습니다.

검란사태로 2012년 12월 중도 사퇴한 한상대 총장, 혼외자 논란을 초래한 채동욱 총장, 제가 직무유기 등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한 김진태, 김수남 총장을 비롯해 역대 총장들의 취임사와 퇴임사를 검찰 내부망에서 순서대로 찾아 읽어보았지요. 비장하고 결연한 단어들이 칼날인 양 화면을 뚫고 나오는 듯하다가, 그분들의 행적을 떠올리면, 장식용 칼인가 싶어 검찰 구성원으로서 마음이 무참해집니다. 

문무일 총장은 취임사에서 “우리의 변화되어 가는 모습에 국민이 감동을 느끼게 해 보자”고 했지만, 검찰의 변화속도가 시대의 변화속도보다 더뎌 국민들의 기대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임기가 곧 끝나는 총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한 사과에 진심을 담아내는 것은 차기 총장과 검찰에 남은 사람들의 몫입니다.

검찰은 범죄자에게 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법집행기관입니다만, 정작 내부에서 상명하복하여 검찰권을 불공정하게 행사한 검사들은 인사로 보답받을 뿐 문책받지 않았습니다. 차기 총장은 이제라도 책임을 물어주십시오. 읍참마속 없는 사과와 공직기강 확립은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검찰에,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권력을 옆으로, 아래로 나누어주십시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합니다. 검찰이 검찰권을 감당하지 못하여 개혁 대상이 되었습니다. 감당할 수 없다면, 내려놓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입니다.

윤석열 후보자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하기 위해 직을 걸어 후배들의 귀감이 된 선배입니다. 국민들이 그때 보여준 결기를 기억하고 환호할 때, 주범인 원세훈을 불구속 기소하기 위해 압력에 굴복하거나 타협하여 결국 기소유예해버렸던 국정원 간부들을 비롯해 부끄러웠던 사건들을 기억해주십시오. 그 부끄러움이 양심의 거울이 되어줄 테니까요.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을 알 수 있고, 동으로 거울을 삼으면 의관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한 당태종의 지혜는 리더의 덕목입니다. 검찰이나 정권이 아니라 나라를 앞세우고, 쓴소리에 귀를 열어주십시오. 검찰에 고통스러운 격랑의 시간입니다만,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마지막 순간이라는 절박함으로 검찰을 이끌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 또한 그러한 절박함으로 앞으로도 건의와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잘못을 한다면 직을 걸고 말려보겠습니다.

<임은정 |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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