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8.10 폭염과 숲, 그리고 세금
  2. 2018.07.25 [정동칼럼]불평등한 폭염

올여름 한반도에 불어닥친 유례없는 폭염은 많은 서민의 생활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사상 최악의 폭염’이 올해만 유독 불거진 이변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최근 5년 동안 매년 한반도 사상 최고기온이 경신되고 있고 최악의 더위는 여름철 늘 있는 대책 없는 단골뉴스가 되는 등 고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이러한 기온 상승은 기후학자들이 우려하는 예측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폭염은 여름철 며칠만 피하면 괜찮은 것이 아닌 다수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여름 내내 지속되는 자연재해가 된 것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8일 경북 영주시 문수면 승문1리 한 수박밭에 강한 햇볕으로 껍질이 하얗게 변하고 속이 상한 수박들이 줄지어 버려져 있다. 이 수박밭에서는 수확하려던 6000여개 중 80~90%가 버려졌다. 이준헌 기자

재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쏟아내는 대응은 임기응변의 세금 투입 일색으로, 주변 전체를 생각한다면 폭염을 더욱 심화시키는 대책들이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며, 근본적 대책을 위한 논의는 사실상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정부는 이 더위가 지나면 내년 여름까지 잊히기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기실 전 지구적 기온 상승으로 인한 폭염에 정부가 내놓는 대안이 당장 살기 힘든 국민들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이 재난의 원인을 지구적 산업화에 따른 온난화라 치부해 버리면 우리가 할 일은 거의 없으며 순순히 더 길어지고 더 세지는 여름철 재앙을 앞으로도 이렇게 무방비로 견디는 것만 남게 된다. 한반도 기온 상승이 지구 평균에 비추어 두 배 이상 빠른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도 문제를 대외적 요인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다. 당장 원전을 더 가동시켜 전기를 싸게 쓰자는 대책을 일부 기득권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원전이 광범위한 해수면의 온도 상승 유발원임을 고려한다면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으로 대안이 될 수 없다. 더위에 지친 서민에게 전기료 절감과 같은 달콤한 대책으로 비치지는 못하겠지만, 한반도 기온 상승의 속도 완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절실히 논의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 논의는 우리나라가 왜 다른 나라에 비해 급격히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어야만 한다. 지구적 기온 상승의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과도한 배출이다. 이 근본 원인에 대한 대책은 첫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며, 둘째는 배출된 온실가스를 더 흡수하는 것이다. 물론 간단해 보이는 이 대책을 실천하는 것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재난상황에서 무조건 더위를 참으며 에너지를 절약하라는 말이나, 일반화된 소비 행태의 급진적 전환 요구는 대책이 될 수 없다. 자연스럽게 대책의 시작은 기온 상승을 유발하는 화석에너지원 및 원전의 빠른 전환과 함께 온실가스 흡수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온실가스 흡수를 위한 대안은 숲의 면적과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목은 탄소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아스팔트에 물을 뿌리는 효과와 동일하게 수분을 증발시켜 대기 온도를 직접적으로 낮추는 이중 효과가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녹지정책은 ‘탄소흡수원 확충’을 위한다는 최우선 명분과는 달리 탄소 흡수 기능을 훼손하는 데 지속적으로 세금을 투입해 왔다. 숲가꾸기 사업이 그것인데, 최근 10년간 약 2조2000억원의 세금을 투입한 사업의 대부분은 간벌과 가지치기로 숲의 탄소저장 총량과 연간 탄소흡수량을 줄이는 데 사용되었다. 아울러 지금의 기온 상승 추세가 지속되면 한반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나무가 살아갈 수 없음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겨울철 온도 상승이 주된 원인인 소나무재선충병 방재를 명목으로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참나무와 낙엽활엽수 숲으로의 안정적 전환을 방해하는 데 쏟은 세금이 1조1000억원에 달한다.

폭염의 대책은 세금을 투입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각 분야에서 폭염을 가중시키는 데 들이는 세금을 줄이는 것이 훨씬 쉽고 높은 효과를 보이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패한 누진제, 이제 버려라  (0) 2018.08.24
올여름, 폭염 단상  (0) 2018.08.20
폭염과 숲, 그리고 세금  (0) 2018.08.10
제헌헌법에 길을 묻다  (0) 2018.07.20
미세먼지 아냐, 오존이었어  (0) 2018.07.13
잊지 말자, 4대강 찬동 인사  (0) 2018.07.06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요일 오후, 쇼핑센터의 거대한 주차장에서 빈 공간을 찾기는 어려웠다. 겨우 한 자리를 발견하고 진입하려는데 근처의 주차요원이 방해가 됐다. 손짓을 해도 알아듣지 못해 창문을 내리고 목청을 높이자 그가 내 차 쪽으로 다가왔는데 모습이 심상찮았다. 20대 안팎으로 보이는 청년의 다리는 풀린 듯 휘청거렸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으며 눈동자마저 풀린 듯했다.

차문을 열고 발을 내디딘 순간, 훅 덮쳐오는 뜨겁고 매캐한 열기. 나는 그의 약간 얼빠진 모습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매장으로 향하던 내 발걸음은 본능적으로 빨라졌지만 발길을 되돌려 그 청년에게 다가갔다.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었고, 또한 무슨 말을 한들 소용이 있겠는가만, 그냥 못 본 체하며 지나가기가 힘들어서였다.      

“2시간 일하고 1시간 쉬어요.”

꽁꽁 얼린 생수병을 셔츠 안쪽으로 넣어 문지르고 있던 그 알바 주차요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한다”는 두 마디를 한 뒤, 입을 다물어 버렸다. 몸만 탈진했겠는가. 어쩌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 헬조선 청년의 현실을 뼈저리게 확인하고 그의 꿈마저 불에 데이지 않았을까 싶어 나 또한 숨쉬기가 더 힘들어졌다.       

폭염이 이어진 24일 오후 경북 영천 신녕초등학교에 설치된 온도계가 40도를 넘어서고 있다. 대구기상지청은 오후 3시 27분 영천 신녕면 기온이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으로 40.3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밤이 돼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난다고 하니 어찌 견딜까 두렵다. 누구도 폭염을 피해갈 순 없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더위는 불평등한 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태풍과 폭염 등 기후변화로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는 사회적 취약계층이 겪는다.

어릴 적 기억에 물난리가 꼭 못사는 동네만 골라 피해를 입히는 것 같아 의아했는데 이후 자연 재난 또한 사회적으로 불평등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됐다. 웬만한 태풍에도 견고하게 지은 도시의 고급 아파트는 잘 견딘다. 하지만 가난한 동네의 얼기설기 지은 집은 부서지기 십상이다. 물난리나 지진 등을 당하면 대피하기 어려운 노약자나 장애인 등이 더 큰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대낮에 길거리를 걸어보면 뙤약볕도 강렬하지만 자동차와 에어컨 실외기의 밤낮없이 내뿜는 열기가 도시 전체를 거대한 찜통지옥으로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열기는 에어컨을 틀 수도, 자동차를 굴릴 수도 없는 사회적 약자에 가혹하게 덧씌워진다. 실내 주차장의 주차요원뿐이랴. 길거리 공사인부, 폐지 수집 노인, 찜질방을 방불케 하는 지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청소노동자, 판자촌 거주민들은 자연보다 인간이 내뿜는 해악에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폭염경보나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 매 시간 10~15분의 휴식을 제공하라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산업현장에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인부들은 ‘그림의 떡’일 뿐,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이구동성이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장서서 동네에 ‘무더위 쉼터’를 마련하고 가정방문과 안부전화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폭염에 방치된 취약계층을 촘촘히 보살피기에는 곳곳에 구멍이 뚫린 듯하다. 

미 컬럼비아대학 지구환경과학부 존 머터 교수는 폭염과 같은 재난이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하지 않으려면 소위 ‘파인먼의 경계(Feynman line)’에 설 것을 권한다. 저명한 핵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먼이 신학의 영역을 오갔던 것처럼, 인간에게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도 자연현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과학으로도 함께 접근할 때 재난의 불평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대자연의 변덕이 부린 폭염은 그 자체로는 자연적이지만 그 폭염을 견뎌내는 것은 순전히 사회적 문제다. 올 폭염으로 벌써 1000명 이상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폭염은 사계절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며, 폭염의 결과로 불평등이 더 악화되는 인권의 문제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폭염과 자연재난이 지속적으로 더욱 심각하게 발생하리라는 것은 예견되는 일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폭염 위기관리나 피해보상 근거 등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보다 근원적이고 장기적이며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재난의 불평등이란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이 더 혹독한 폭염에 노출되고 그로 인해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폭염은 이제 국가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정치적인 문제다. 폭염과 같은 자연재해가 인간을 덮칠수록, 우리 곁의 가난한 이웃에 대한 관심과 자원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문경란 |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