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에 해당되는 글 56건

  1. 2019.07.09 [사설]지금이야말로 여야가 초당적 대처 보여줄 때다
  2. 2019.05.20 [사설]“반쪽 5·18 기념식”이라는 한국당,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3. 2019.05.10 [편집국에서]‘독재 타도’라는 위선
  4. 2019.05.07 [사설]‘동물국회’에 이어 ‘식물국회’,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5. 2019.04.30 [사설]패스트트랙 지정, 선거제·검찰개혁 이제부터 시작이다
  6. 2019.04.30 [여적]‘시집도 못 간 예쁜 아나운서’ 배현진
  7. 2019.04.30 [사설]선거제 개혁은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8. 2019.04.30 [기고]그들을 버렸던 시민 8할의 마음
  9. 2019.04.29 [사설]국회 짓밟고 ‘헌법수호’ 외치는 한국당의 적반하장
  10. 2019.04.25 [사설]박근혜 수감을 아우슈비츠에 비유하다니 제정신인가
  11. 2019.04.25 [사설]“이게 대한민국 국회 맞냐”는 문희상 의장의 비명
  12. 2019.04.23 [사설]여야 4당 ‘패스트트랙 합의’, 선거제 개혁으로 결실 맺어야
  13. 2019.04.08 [사설]한국당은 국가적 재난이 반가운가
  14. 2019.03.18 선거제도 개혁이 꼭 필요한 이유
  15. 2019.03.12 [사설]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없애는 게 선거제 개혁인가
  16. 2019.02.28 [사설]황교안 신임 대표, ‘도로 친박당’된 한국당
  17. 2019.02.22 ‘5·18 망언’ 자유한국당은 전두환의 길을 따르나
  18. 2019.02.20 [조호연 칼럼]국민고통에 둔감한 ‘식물정당’
  19. 2019.02.08 [사설]역사적 북·미 정상회담마저 음모론으로 모는 한국당
  20. 2019.01.28 [사설]국회 보이콧 선언하고 ‘코미디 단식’하는 한국당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8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풀기 위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초당적 방일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긴급 제안에 3당 원내대표들이 동의했다. 3당 원내대표들은 또 일본의 수출통상 보복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도 각당의 의견을 모은 뒤 오는 18일 또는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일본의 통상보복 조치에 대해 초당적으로 우리의 결의를 모아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초당적 대응을 환영한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의장실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이준헌 기자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1차적 대응은 정부가 주도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힘을 실어주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초당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일본 의존도를 줄이는 중장기 산업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국회 역할이 긴요하다. 시민들이 반일 감정에 치우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도 정치권의 몫이다. 이런 때에 한국당과 다른 야당들이 국회 차원에서 한목소리로 대응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한국 경제의 앞길을 막겠다는 일본 정부의 터무니없는 공세에 정치권이 앞장서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여당에서 부랴부랴 특별위원회를 만든다 하는데 의병을 일으키자는 식의 감정적 주장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도 “초강경 대응책을 이야기하면서 사실상 반일감정 부추기고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초강경 대응책을 내놓고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초당적 외교를 약속한 입으로 정반대 이야기를 한 것은 맞지 않다. 진정 초당적 외교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정치권은 그동안 말로만 초당적 외교를 외쳤지 실천에 옮긴 적이 없다. 이런 사안에서조차 초당적 외교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정치권은 존재 이유가 없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규제와 한반도 평화 문제 등을 의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 회동을 제안했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이 방안도 적극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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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7일 토요일

-21시40분: 비상국무회의 비상계엄 전국 확대 의결

-22시00분: 민주인사·학생운동 지도부 등 예비검속

-24시00분: 전국 주요 도시 대학에 계엄군 진주


5월18일 일요일

-09시40분: 계엄군, 전남대 앞에서 학생 등교 저지 

-15시40분: 계엄군, 금남로에서 시위대 강경진압. 흥분한 시민들 학생들에 동조

-19시02분: 계엄군, 통행금지 밤 9시로 연장 발표


5월19일 월요일

-09시30분: 시민들 점차 불어나며 금남로에서 공수부대원들과 대치

-14시40분: 공수부대 다시 강경진압

-15시00분: 기관장·유지들 진압 완화 군에 건의


5월20일 화요일

-08시00분: 광주시·광산·나주군 일대 고교 휴교령

-10시20분: 계엄군, 가톨릭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보는 가운데 남녀 30여명 연행해 속옷 차림으로 구타

-18시40분: 택시·버스 200여대 금남로에서 시위

-21시50분: 시민들, 왜곡보도한 광주MBC 방화

-23시00분: 계엄군, 광주역에서 발포. 시민 4명 사망


5월21일 수요일

-02시18분: 시외전화 두절

-13시00분: 계엄군, 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

-14시00분: 시민들 예비군 무기고 탈취해 무장


5월22일 목요일

-09시00분: 금남로에 분노한 시민들 20만명 운집


5월23일 금요일

-10시15분: 시민수습위, 총기회수 작업 시작

-13시00분: 지원동 주남마을 앞에서 공수부대가 버스에 총격 17명 사망


5월24일 토요일

-13시20분: 11공수, 원제마을 저수지에서 수영하던 소년들에게 사격 4명 사망

-14시20분: 송암동에서 11공수와 전투교육사령부 사이 오인 총격전 9명 사망 


5월27일 화요일

-03시00분: 탱크를 앞세운 계엄군 광주시 진입

-04시10분: 계엄군, 도청에 있던 시민군에게 사격

-05시10분: 계엄군 도청 진압 작전 종료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유가족 이금순씨가 후유증으로 사망한 아들의 묘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5·18 39주년 기념식은 유족·학생 등 5000여명이 참석, ‘오월 광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주제로 개최된다. 광주 _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5·18은 12·12쿠데타로 군을 장악한 신군부가 민주화 시위에 나선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아 무차별 살상한 반헌법적 범죄행위다. 5·18 열흘간의 상황일지는 이를 적나라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당시 계엄군은 학생·시민·남녀노소·행인을 가리지 않고 진압봉과 총 개머리판으로 무차별 구타하고 대검으로 찌르고 옷을 벗기는 등 과격 진압했다. 계엄군의 폭력에 분노한 일반 시민들과 고교생들까지 거리로 뛰쳐나와 민주화 요구 시위에 합류했다. 시위대의 규모는 최고 20만명(당시 광주시 인구 60만명)에 달했다. 계엄군은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눴고, 광주는 피로 물들었다. ‘광주 학살’을 방치했다는 부채의식과 아픔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뿌리가 되었고, 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39년이 지난 지금도 ‘광주’는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5·18 망언’에 멍석을 깔아주고, 망언 당사자에 대한 징계를 완료하지 않고, 진상규명위 구성도 질질 끌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아무런 조치도, 반성도 없이 기념식에 참석해 또다시 봉변을 자초했다. 한국당은 전두환 신군부가 쿠데타로 만든 민주정의당의 후신이다. 반성 없는 가해자의 모습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했다. 시민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은 이를 놓고 “반쪽짜리 기념식”이라고 반발했다. 진상규명위 출범이 늦어진 것도 청와대 탓이라고 했다. 참으로 뻔뻔한 얘기다. 누가 5·18을 반쪽으로 만들었나. 당시 광주시민은 대한민국 국군이 아닌 ‘괴물’과 맞닥뜨렸다.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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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성찰’을 잃어버리면 퇴행밖에 없다. 성찰은 ‘더 나아지겠다’는 의지와 노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찰은 ‘염치’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과거를 ‘객관의 거울’ 속에 넣고 미래의 교훈으로 삼는 일인 까닭이다.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국회를 처음 점거한 지난달 25일 그들은 “독재 타도, 헌법 수호”를 구호로 외쳤다. 인간띠를 두르고 국회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자못 비장했다. 아수라장이었던 ‘동물국회’ 내내 그들은 여야 4당의 선거제 합의를 ‘좌파 독재’로 몰아세웠다. 그 내용의 황당함은 물론이거니와 더 큰 문제는 그들은 정말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점이다.

정확히 45년 전인 1974년 4월25일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으로 시작되는 대표적 용공조작 사건인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터트렸다. ‘10월 유신독재’를 한창 강화하던 때였다. 8명의 무고한 시민들은 1년 뒤인 1975년 4월 형장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례적으로 대법원 판결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했다.

[시사 2판4판]독재를 찾습니다 _ 성덕환 기자

한국당은 이처럼 과거 ‘독재를 수호(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했으며, ‘헌법을 파괴(10월유신)’했고, ‘국민을 학살(5·18 민주화운동)’한 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민주주의를 부인하고 유린한 과거사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도 않다. 지금도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 “5·18 폭동을 뒤집을 때” 같은 독재의 망령을 공공연히 불러낸다. 그래서 그들의 ‘민주주의 수호’는 늘 위선적으로 들린다. 인혁당 사건이 오랜 옛일이기에 모두 잊었으리라 생각한 것일까. 한국당 해산 청원에 “북한이 하라는 대로 일어나는 일”(나경원 원내대표)이라는 식 대응을 보면 그들이 45년 전 수법을 잊은 것은 아닌 것 같다.

한국당의 ‘좌파 독재 타도’ 구호에 과거 암흑기를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견뎌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노 이상이다. 존재의 부정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독재는 곧 ‘공포’다. 독재의 시간은 그래서 ‘선연한 피의 흔적’들로 새겨져 있다. 4월만 해도 김세진·이재호 열사, 인혁당 재건위 8인의 흩뿌려진 피의 무늬가 선연하다. 민주주의라는 ‘타는 목마름’(김지하 시인)으로 피의 공포에 맞섰던 이들에겐 한국당의 ‘독재 타도’ 운운은 인간 정신과 용기에 대한 모독으로 들린다. 한국당이 독재의 과거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친일’의 역사를 흐지부지 무마하려는 그들의 오랜 양심(?)의 뿌리도 알 것 같다.

‘좌파 독재 타도’를 주도하는 게, 과거 독재정권의 주구였던 ‘공안’의 피가 흐르는 황교안 대표라는 게 더욱 아이러니하다. ‘검사 황교안’의 정체성은 ‘반독재’였던 모양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이병호 국정원장 후보자조차 “법률적으로 학술적으로 쿠데타”라고 했던 5·16 군사정변에 대해 “역사적·정치적으로 다양한 평가가 진행 중”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한국당의 “독재 타도, 헌법 수호”는 소위 ‘프레임’을 다투는 정치전략일 테지만, 그 역시 금도가 있어야 한다. 당장의 작은 정치적 이익을 위한 교묘한 거짓이 궁극적으로는 정치 자체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혁명이든 개혁이든 모든 변화의 근본적 어려움은 구시대에 발 딛고 새 시대를 지향해야 하는 조건에 있다. 그 사회의 기준과 눈은 이미 미래로 맞춰져 있으나, 실현할 기반은 여전히 구시대의 제도와 관행·세력 속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변혁은 그래서 ‘반동’을 만난다. 적폐와 ‘동거’하면서, 적폐를 ‘소거’해야 하는 운명의 가혹함이다.

지금 우리 사회 구시대의 상징은 결국 ‘탄핵(헌법적 실패)’으로 몰락한 제1야당 정치 세력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용기 있는 성찰과 개혁으로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오명이다. 패스트트랙 정국 속 그들의 ‘무성찰·몰염치’를 보면 그 오명을 지울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 한국당의 몰이성 속에는 “정치란 그런 것”이란 물귀신과도 같은 자기 합리화가 깔려 있다. 정치의 주체이면서도 정치를 ‘비하’하는 의식이다. 정치 혐오야말로 낡고 부패한 정치가 기득권을 유지해온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지금 한국당은 과거와 미래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한 듯하다. 미래·통합의 소명을 향한 새로운 보수정치의 ‘답’을 기대했지만, “나라(정치)가 망해가는지도 모르고 자기들 밥그릇 싸움”만 하는 ‘퇴행의 거처’로 돌아간 것 같다. 그 선택으로 총선 1년을 남기고 지지율 상승의 단맛도 봤으니, 되돌리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버린 그들 선택의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결과가 ‘후회’에 가까운 것이 될 때 과거 어떤 경우와도 비교할 수 없는 ‘처참한 실패’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우리 사회가 치를 대가도 크다.

<김광호 정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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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지난 주말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현 정부를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황교안 대표 연설에서는 ‘죽기를 각오한 투쟁’이란 표현이 6번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할 때는 ‘대통령’을 뺀 채 “경제를 망가뜨려놓고 문재인이 사과하는 것 들어봤나”라고 했다. 황 대표는 전날에 광주를 찾았다가 시민들의 거센 항의와 물세례를 받았다. ‘5·18 망언’ 논란의 여파가 가시지 않아 격렬한 항의가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왜 굳이 봉변을 자초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국당은 연 3주째 장외투쟁을 벌이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철회와 사과 없이는 국회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당은 과거 여당 시절 당시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3류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거리집회”라며 무조건 국회 복귀를 촉구하던 때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광주송정역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 뒤 시민단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역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민생정치는 실종 상태다. 4월 임시국회는 문도 한 번 열어보지 못하고 7일로 회기가 종료된다. 국회는 1, 2월에 개점휴업했고, 3월에도 파행을 거듭하다 비쟁점 법안 몇 개 처리하고 막을 내렸다. 올 들어 문을 연 날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동물국회’가 끝나니 ‘식물국회’가 시작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당장 시급한 현안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이다. 주52시간 계도기간이 끝나 위반 사업주들이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한시라도 늦춰서는 곤란하다. 추가경정예산안도 신속 처리가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5월 임시국회도 열릴지 기약하기 어렵다.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를 팽개치고 바깥에서 민생을 외치는 건 자기 모순이다. 도대체 일하는 국회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시민은 정쟁이 아니라 민생을 살리는 정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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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선거제·검찰개혁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9일 자정을 넘겨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를 열어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지정했다. 한국당은 이날도 회의장 봉쇄 등 온갖 수단으로 법안 저지에 나섰으나 무위에 그쳤다. 개혁입법을 지지하는 시민의 염원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완료됨에 따라 ‘1987년 체제’의 제도적 유산인 선거제와 검찰개혁을 위한 역사적 발걸음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선거제 개혁은 사표를 줄이고,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민심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의 오랜 과제로 꼽혀왔다. 

여야 4당이 29일 밤 선거제 개편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본청 445호에서 607호로 옮긴 가운데 국회 관계자가 회의장 안으로 명패함과 기표소를 넣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하지만 이제 첫발만 뗐을 뿐이다. 선거제 개혁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국회 보이콧, 장외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극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성사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선거제는 게임의 규칙인 만큼 모든 정당의 합의를 토대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앞으로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등 최장 330일 간 논의할 시간은 충분하다. 협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한국당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다. 이제 한국당은 명분 없는 반대를 중단하고, 선거제 개혁에 진정성을 갖고 동참해야 한다. 여야 4당 역시 한국당을 포함한 합의 처리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선거제 합의에 대한 시민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4월29일 (출처:경향신문DB)

공수처 법안의 경우 기소권 적용 대상을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로 한정하고, 대통령 친·인척, 장차관, 국회의원은 제외하는 등 부실한 대목이 있는 게 사실이다. 공수처를 일단 띄우는 게 중요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 개혁의 완성도를 더 높여야 할 것이다.

걱정스러운 건 ‘동물 국회’의 후유증이다. 그간 여야 간의 사생결단식 대치로 ‘적대 정치’는 극에 달한 상태다. 서로 고발한 의원만도 80명이 넘는다. 당장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갈등과 대립은 극복해야 한다. 여야가 극단적 대결정치에 매몰되면서 국정 현안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결국 4월 국회는 아무 소득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허구한 날 이런 국회를 지켜보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정치가 막장으로 치닫는 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생 현안보다 선거가 중요할 수는 없다. 여야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민주주의 기본을 포기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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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씨(31)는 비혼주의 여성이다. 우리 사회의 연애와 결혼 담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계간홀로’라는 독립출판물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41년생 독신주의자’ 김애순씨(78)와 대담집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비혼>(알마출판사)을 출간했다. 이씨는 책의 에필로그에 썼다. “우리 사회가 이성애와 결혼-출산-육아를 ‘정상성’과 결합하고 그 이외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힘은 무척 억세다. 거대한 바위가 따로 없다. 그래서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는 천인공노할 이기주의자는 바위에 달려드는 계란으로 살고 있다. 나의 보호자는 나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사회의 시선이나 타인에 대한 부채감에 신경 쓰기보다 나의 선택을 우선하며 스스로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018년 3월 9일 서울 여의도 당사 ‘영입 인사 환영식’에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김영민 기자

배현진씨(36)는 자유한국당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이다. 배씨는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당의 장외집회에서 진행을 맡았다. 무대에 오른 그는 “저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우리 나이로) 37세 청년이다. 일하느라 시집도 못 갔고, 부모님을 모시고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의 이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의 반을 개돼지로 몰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자 한선교 사무총장은 “여러분, 우리 배현진이 이러지 않았다. 늘 예쁜 아나운서였는데, 문재인의 나라가 예쁜 우리 배현진을 민주투사로 만들었다”고 ‘화답’했다. 지난주 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하자 이채익 의원은 이렇게 ‘두둔’한 바 있다. “키 작은 사람은 항상 자기 나름대로 트라우마가, 열등감이 있다. 결혼도 포기하면서 이곳까지 온, 올드미스다. 못난 임이자 의원 같은 사람을 모멸감을 주고….”

시집도 못 갔다며 자조하는 지역구 책임자, 그를 격려한답시고 ‘예쁜 아나운서’ 운운하는 당 사무총장, 여성 동료를 감싸겠다며 ‘결혼도 포기한 올드미스’ 운운하는 당 제1정책조정위원장…. 한국당을 향해 ‘젠더 감수성’ 같은 고상한 언어를 꺼낼 생각은 없다. 다만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것, 그 여성 중 많은 이들이 이진송씨처럼 ‘나의 선택을 우선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며’ 분투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말해두고 싶다. 무엇보다, 지금은, 2019년이라고요!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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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선거구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대치가 29일에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바른미래당이 공수처법을 별도 발의해 기존 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처리하자는 안을 수용하면서 바른미래당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독재’를 막겠다며 닷새째 국회를 원천봉쇄했다.

이번 선거구제 개편의 핵심은 사표를 양산하는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줄이는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만 봐도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얼마나 민심을 왜곡하는지 알 수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득표율은 65%에 그쳤지만 80%가 넘는 의석을 가져갔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28%인데 의석점유율은 15%를 밑돌았다. 거대 양당의 국회 내 목소리는 실제 받은 표보다 더 크게 반영된 반면 적지 않은 유권자의 표는 대표를 내지 못해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장도리]2019년 4월 30일 (출처:경향신문DB)

이런 비민주적인 구조를 개선하자는 논의의 결과가 각 정당이 득표한 만큼 의석을 배분받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를 정한 뒤 배분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하면 이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사표는 줄이면서 소수의견을 다양하게 반영함으로써 극단적인 대립 정치를 지양할 수 있다. 이런 명분이 있기에 민주당과 한국당은 대놓고 반대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에 나서자 한국당이 “정의당의 의석을 크게 늘리는, 그래서 좌파세력만 강화하는 선거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혹세무민이 없다. 

선거구제 개혁을 위한 법을 통과시킨 뒤에는 지역구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의원들이 서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만들기 위해 경쟁을 벌일 게 분명하다. 또다시 여기에서 지체될 경우 자칫 새 선거법을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선거구제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선거제도를 개혁하라는 시민들의 시대적 요구에 맞서는 것은 공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한국당의 지금 모습은 당리당략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지지율이 높아지자 유리한 제도를 고집한다는 비판을 들어도 싸다. 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되면서 여야 5당의 정당 지지율이 동반 상승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당들로 하여금 싸우면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착각하게 할까봐 걱정스럽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도 선거구제 개혁의 의미를 엄정하게 따지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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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회를 보며 2016년 겨울이 다시 떠올랐다. 당시 시민들은 가능한 모든 합법적인 행위만을 동원해 기어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시민들은 거리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자를 단호하게 배척했고, 비폭력을 지향하는 꽃 그림 그려진 스티커를 경찰 차벽에 붙였다가 그마저도 떼어낼 만큼 섬세함을 보여줬다. 주말 집회는 대중교통 운행이 끝나기 전에 마무리되었고 주중에는 시위가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비폭력과 일상의 유지는 오히려 더 극적인 긴장을 조성했다. 

분노가 모자라 그런 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지독하게 지기 싫어했다. 이번에는 모든 것을 끝장낼 기세였다. 폭력과 무질서는 답이 아니었다. 그런다고 청와대를 너무 사랑하는 당시 대통령이 제 발로 걸어 나올 것 같지 않았고 시위가 폭동이 되면 세력이 축소되고 고립될 게 뻔했다. 사람들은 인원수와 결연함으로 국회를 압박하는 데 집중했다. 6차 집회에선 전국적으로 230만명 이상이 모여 입법부를 극도로 몰아붙였다.  

시민들이 선택한 길은 탄핵안이 상정되고 표결을 거쳐 통과되고 다시 헌재로 넘어가 인용되어야 목적지에 도달하는 멀고 험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참고 기다렸다. 법적 기반 위에서 일이 처리되는 것은 시민들이 선택한 방법이기도 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했다. 그것은 시민들이 ‘버려야 할 세력’과 자신을 구분하는 핵심 차별점이었다. 

적폐 시대는 적폐세력이 더 이상 자신이 지키라는 원칙과 법을 스스로는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종말로 치달았다. 그들은 법을 지키라 하곤 생사람을 잡아 간첩을 만들었다. 국가가 나서 시민들을 불법 사찰하고, 국고에 손을 대 착복한 이가 적지 않았지만 처벌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들은 자유를 수호하라 하곤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자유를 구속했다.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라 하곤 생명이 위태로운 학생들을 외면했다. 약자의 작은 불법엔 무자비했지만 자기편의 잘못은 덮기 일쑤였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이상민 위원장이 29일 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를 위한 사개특위 회의를 개의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 위원장 앞으로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2016년은 보수 정권이 자유민주주의와 함께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시민은 적폐세력과는 다르게 스스로 법과 원칙을 지키는 과정을 통해 적폐를 몰아내려 했다. 시위에서 비폭력을 종용하는 확고한 태도는 그간 집권세력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에 신물이 난 시민들이 폭넓은 공감대 속에서 보여주는 명확한 선언이었다. 

1년이 지나 MBC도 적폐를 몰아내고 있었다. 이전에 파업에서 연패하고 있을 때 나는 종종 어떤 역사적인 순간이 오면 로비에 모여 만세라도 부르는 장면을 상상해보곤 했다. 하지만 2017년 가을의 로비는 차분했다. 사장실에 들어가 사장을 의자째 들어다 내던지고 싶은 심정은 굴뚝같았지만 직원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기다리며 적폐를 하나씩 몰아냈다. 그 방식은 노조원들이 촛불의 일원으로 움직이며 또다시 철칙으로 되새긴 시대정신이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국회에선 자유한국당이 다수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개혁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은 법의 틀 안에서 움직이라고 주문하며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은 집권세력이 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지 주목하고 있고 보수세력이 다시 자유민주주의 테이블에 같이 앉을 사람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국회 활극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자유한국당이 필사적으로 저지를 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 있다. ‘빠루’도 등장했다. 이 촌극을 만들고 있는 한국당을 보며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이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죄목으로 실격당했는데 다른 당이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다시 스스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모습을 통해 지난 시절의 짙은 향기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촛불혁명은 당시 집권세력이 법과 원칙 밖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이번 국회 폭력 사건은 보수 정치가 여전히 체제의 한계선 밖에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과정이다. 정부의 실수가 쌓이면 야당의 지지는 오르기 마련이지만 그들이 재기를 원한다면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라’며 탄핵에 찬성한 8할의 시민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신완 MBC PD·<아빠가 되는 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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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갖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결사 저지를 다짐했다. 당 지도부와 의원 등 참석자들은 두 손에 ‘독재타도, 헌법수호’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단상에 오른 의원들은 “김일성 치하” “수령 국가” 등 색깔론을 다시 꺼내 들었고, 행진 대열을 따르는 참가자들은 “문재인 빨갱이” “개XX” 등 욕설을 내뱉었다. 한국당은 이날 집회를 위해 전국 253개 당협에 당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한국당은 전날까지 연이틀간 국회에서 감금과 육탄전, 드러눕기, 집기 파손 등 온갖 폭력적 수단으로 법안 접수를 막고 회의장을 봉쇄했다. 민주적인 법안 처리 절차를 폭력으로 짓밟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고 난 다음날엔 장외에서 태연히 헌법을 지키겠다고 외치니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다. 황교안 대표는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든 의원 18명이 검찰에 고발된 데 대해 “고소·고발된 의원들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도 했다. 법무장관 출신의 법치의식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황 대표는 과거 장관, 총리 시절 걸핏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불법행위는 엄단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입장이 달라졌다고 어제의 불법행위가 오늘은 헌법수호행위로 둔갑할 수는 없다. 마치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층이라도 된 듯한 행세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회견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좌파독재 플랜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한국당은 선거제·검찰개혁 법안 저지를 마치 자유와 민주를 위한 투쟁인 양 목청을 높이지만 사실도 아니고 설득력도 없다. 선거제 개혁만 해도 한국당은 줄곧 침묵을 지키다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추진하자 ‘비례대표 폐지’라는 반헌법적인 안을 불쑥 내놓았다. 공수처 설치도 이렇다 할 대안 없이 시간끌기로 버텨왔다. 그러면서 이를 막는 게 자유민주주의 수호라고 한다. 승자독식의 양당 체제를 완화하는 선거제 개편과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공수처 설치가 어떻게 좌파 독재이고, 헌법 파괴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막가파식 극한 투쟁을 좀체 접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당의 국회 봉쇄는 의회주의,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반민주적 행태다. 그러나 한국당은 사생결단식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민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민들의 입법 요구도 무시하고 있다. 이런 정치 현실에 시민들은 화가 나고 지친다.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투쟁에 앞서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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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소속 등 국회의원 70명이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검찰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2년이 넘는 수형 생활로 건강이 우려되는 수준이고, 허리디스크와 관절염 등 각종 질환으로 고통도 녹록지 않다”며 “근본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배려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나치 당시 아우슈비츠를 묵인했던 저들의 편견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잔인한 폭력을 묵인하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이나 한치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위해 친박근혜 세력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왼쪽에서 다섯번째)과 당 소속 경북 구미지역 시·도 의원들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집행정지 요구는 무엇 하나 요건에 맞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당한 뒤 처벌을 받고 있다. 기결수가 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다. 이런 중죄인을 풀어주라는 것은 시민의 정서에 어긋난다. 또 청원을 제기한 의원도 김무성·홍문종 등 한국당과 무소속 서청원·이정현 등 친박계 일색이다. 한국당 소속임에도 청원에 동참하지 않는 의원이 많다는 것은 박 전 대통령 석방이 시민 다수의 뜻이 아님을 보여준다. 형집행정지는 구치소 내 의사가 판단해 그 필요성을 건의해야 하는데 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은 과오를 인정하지도, 또 사과하지도 않았다. 이대로 석방할 경우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국민통합을 고려하라지만 그런 효과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다. 더욱 경악할 일은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감옥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비유한 것이다. 아우슈비츠는 독일의 나치 정권이 150만명의 수용자를 독가스 생체실험 등으로 잔인하게 학살한 곳이다. 시민들의 뜻에 따라 단죄된 전직 대통령이 수감된 곳을 아우슈비츠와 비교하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곳이 아우슈비츠라고 하면 수많은 다른 수형자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자극적인 거짓말로 혹세무민한 의원들은 즉시 사과하기 바란다.

친박계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저의는 뻔하다. 박 전 대통령을 바깥으로 불러낸 뒤 그를 구심점으로 지지세력을 모아 촛불시민에 맞서겠다는 뜻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검찰은 명분 없는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를 절대로 허용해선 안된다. 박 전 대통령 석방은 본인의 진솔한 사과가 있은 뒤에야 검토하라는 것이 시민의 뜻임을 친박세력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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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4당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고삐를 죄는 와중에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의원 반대’가 변수로 돌출했다. 오 의원은 2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오 의원이 실제로 반대표를 행사한다면 사개특위는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없다. 이는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무산을 뜻한다. 가뜩이나 자유한국당이 강력 저지 투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오 의원 변수까지 불거져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오 의원은 그간 소신을 들어 패스트트랙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각자의 소신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가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양심과 소신에 따른 결정이라면 뭐라 할 게 못된다. 그러나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민심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 개혁은 우리 정치의 오랜 과제이자 시대적 요구다. 검찰개혁은 개혁과제 1호로 꼽을 만큼 시민의 지지가 압도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합의에 대해 긍정평가는 50.9%, 부정평가는 33.6%였다. 그게 민심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합의안이 추인된 만큼 합의한 대로 추진하는 게 당에 소속된 의원의 도리”라며 “추인된 결과에 따라 집행할 책임도 원내대표에게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결국 오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교체하기로 했다. 선거제·검찰개혁의 대의를 생각하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본다.  

문희상 국회의장(테이블 오른쪽 두번째)이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다. 한국당은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방문해 오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해선 안된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장은 사퇴하라”며 고성을 질렀고, 국회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문 의장은 “국회가 난장판이다. 이게 대한민국 국회가 맞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완력으로 정치적 주장을 이루려는 반의회주의적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국회의장의 비명은 시민의 외침과 하나 다르지 않다. 

한국당은 연일 장외를 맴돌며 극한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주말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도 열겠다고 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대화로 합의를 이끌어내라는 여론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사이 시급한 민생·경제법안들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고, 추경예산안 처리도 난항을 겪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국회가 밤새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풀어도 모자랄 판에 암담하기 그지없다. 이런 안하무인식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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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처리 합의안을 도출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2일 회동에서 선거제 단일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에 대해 타결지었다. 공수처가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 관련 사건에만 기소권을 갖는 바른미래당의 절충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받아들이면서 이뤄진 것이다. 내홍이 극심한 바른미래당을 필두로 각당의 추인 과정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감안할 때 선거법 패스트트랙 ‘골든타임’을 가까스로 지켜낸 셈이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각당의 추인을 거쳐 오는 25일까지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작업을 완료키로 했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데 최소 270일,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이대로 패스트트랙에 태운다 해도 빨라야 내년 1월 중순에 선거법 개정이 이뤄진다. 지역주의와 기득권에 기반한 거대 정당의 대결정치를 끝내기 위한 정치개혁의 ‘최고’인 선거제 개혁, 그 최후의 기회를 살렸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처리 방안 등과 관련해 합의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권호욱 선임기자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구조를 깨는 선거제 개혁은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를 줄이고 다양한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방점이 찍혀 왔다. 이러한 개혁 방향은 여야의 대국민 약속이기도 하다. 여야 4당은 물론 한국당도 지난해 말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포함한 선거제 개혁 법안을 1월 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어깃장만 부리며 선거제 개혁의 발목을 잡아온 탓에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이라는 수단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여야 4당이 지난달 ‘지역구 225석·비례 75석’으로 하고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는 선거제 단일안을 마련하자, 한국당은 뒤늦게 의원정수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안을 내놨다. 위헌적일 뿐 아니라 선거제 개혁의 본령을 저버리고 현행 선거제도의 폐단을 극한으로 몰고가는 반동이다.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 무산의 본색을 노골화한 상황에서 여야 4당의 선거법 패스트트랙 추진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합의는 4월 국회가 아니라 20대 국회 전체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게임의 룰’인 선거제를 여야 합의가 아닌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게 만든 건 한국당 책임이다. 패스트트랙은 분명 국회법에 따른 절차다. 여야 4당은 한국당의 반대에 흔들리지 말고, 선거법 개정안을 차질없이 패스트트랙에 올려야 한다. 특히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내부의 반발로 정치개혁의 대의가 좌초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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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속초 산불이 국가재난사태로 번지는 동안 자유한국당이 보인 상식 밖의 언행이 공분을 사고 있다. 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촛불 정부’인 줄 알았더니, ‘산불 정부’네요.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가 산불, 온 국민은 화병”이라고 썼다. 한때 경기도지사를 지낸 사람의 인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상식 이하 수준이 초라하다 못해 참담하다. 

한국당은 앞서 지난 4일 저녁 강원도 산불이 막 커져가는데도 국가위기관리 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국회 운영위에 늦게까지 붙잡아 뒀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파문이 일자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민경욱 대변인은 4~5일 이틀 동안 페이스북에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 “대형산불 발생 네 시간 후에야 긴급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는 글을 쓰거나 공유했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삭제하기도 했다. 무슨 호재라도 만난 양 대형 산불을 정치공세로 활용하는 모습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불길을 잡겠다고 발벗고 나서 뜨거운 사투를 벌인 시민들 보기에도 부끄럽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4월8일 (출처:경향신문DB)

산불·홍수·지진 같은 국가재난은 정부만이 아니라 국회도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다. 그 중심에 여당과 제1야당이 있다. 이런 재난을 미리 방비하고, 발생 후라도 신속히 복구할 수 있도록 법령을 고치고 제도를 마련하는 게 국회가 할 일이다. 그러지 못했다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시민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우선이다. 한데도 한국당은 재난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정부를 조롱하고 공격했다.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도 시커멓게 탄 이재민들의 가슴을 어루만지기에 부족할 판에 그렇게 해서 얻을 건 무엇인가. 이런 재난을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는 건 수권정당을 노리는 한국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포용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로는 시민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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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을 패스트트랙으로 결정할지가 곧 정해진다.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 간에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뒤늦게 패스트트랙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최근 행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행태가 한국 정치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라도 선거제도를 꼭 바꿔야 한다. 몇 가지 짚어보자.

첫째, 약속을 밥 먹듯이 깬다. 작년 12월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 간에 합의한 내용을 보면 올해 1월 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안을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국당은 당론조차 정하지 않고 시간만 끌었다. 그리고 법으로 정해진 선거구 획정 시한이 다 되어서야 비례대표제 폐지와 의석수 축소라는 진정성이 전혀 없는 안을 내놓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심상정 위원장(가운데)과 여야 간사들이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선거제 개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민 기자

둘째,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말을 수시로 바꾼다. 한국당은 합의처리를 주장하지만, 19대 국회 시절 자신들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때에는 ‘무조건적인 합의를 강요하는 것은 의회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법안을 밀어붙이려 해서 물의를 빚었다. 2016년에는 직권상정 요건도 안되는데 테러방지법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게 해서 통과시켰다.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일 때에만 직권상정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국회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패스트트랙은 너무나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이다. 도저히 합의가 안될 경우에는 패스트트랙을 쓰는 게 당연하다. 그러지 않으면 정치개혁, 검찰개혁은 불가능하다.

셋째, 국민들을 기만한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비례대표제 폐지는 위헌이다. 헌법 41조 3항은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구를 안 정해도 위헌인 것처럼, 비례대표제를 폐지해도 위헌이다. 헌법은 선거구와 비례대표제의 존재를 전제하고, 구체적인 것은 법률로 정하라고 한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의원수 축소가 아니라 국회의원 특권 폐지인데, 그런 얘기는 쏙 빼놓았다. 국회의원 연봉 대폭 삭감, 국회의원 1명당 9명의 개인보좌진 축소, 국회의 예산 사용을 감시하는 독립기구 설치 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당은 여기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넷째, 여성·청년·소수자들을 배제한다. 지금 17%에 불과한 여성의원 비율도 그나마 비례대표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여성의원들도 시작은 비례대표로 한 경우가 많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그런 경우이다. 전체 여성의원의 83.4%가 비례대표이거나 비례대표 출신이라는 것은 비례대표제가 성평등 친화적인 선거제도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비례대표제 국가인 덴마크는 20·30대 국회의원 비율이 41.3%인데, 대한민국은 1%에 불과하다. 2016년 총선의 경우 253개 지역구에서 당선된 20대는 없었고, 30대도 단 1명이었다. 그나마 만 39세였다. 장애인 등 소수자들의 참여를 위해서도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당의 머릿속에는 여성·청년·소수자들은 없다. 한국당은 지역구 여성할당제를 강화하겠다지만, 막상 발의한 법안을 보면 위반했을 때 제재 수단도 없다. 껍데기뿐인 법안이다. 한국당의 주장대로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면 국회는 더욱 기득권화되고, 여성·청년·소수자들은 더 배제될 것이다.

그래서 한국당의 행태를 볼수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꼭 바꿔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이토록 무책임하고 대안 제시 능력도 없으며 기득권화된 정당이 탄생한 것도 지금의 선거제도 탓이다. 국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고, 오로지 지역구만 관리하면 재선할 수 있는 선거제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상대방의 발목만 잡아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선거제도가 지금의 괴물 같은 기득권 정당을 낳은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온갖 갑질·비리·저질행태로 정치를 불신하게 해 놓고, 그 불신을 이용해서 선거제도 개혁을 방해하려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하니, 국회의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들의 국회 불신을 초래한 자신들의 행태에 대한 반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반드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해야만, 정당이 책임지는 정치를 만들 수 있다. 유권자들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당에 책임을 묻기 쉬워진다. 만약 지금의 시기를 놓친다면, 국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의 정치행태가 반복되는 것을 봐야 한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고 하는 이런 정당이 사라질 수 있도록 이번에는 반드시 선거제도 개혁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야 3당에도 촉구한다. 작은 이익을 탐할 때가 아니다. 지금 한국당의 방해에 밀려 패스트트랙으로 가지 못하면, 그 결과는 파국뿐이다. 완벽한 합의가 어렵다면, 가능한 수준에서 합의해서 패스트트랙으로 가고 추가 협상을 해도 된다. 최소 270일, 최대 330일 후에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할 시간은 있다. 문제는 지금 시기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개혁의 기차는 지금 출발해야 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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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마지못해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이 실로 가관이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이 선거법 패스트트랙 추진을 가시화하자 지난 10일에야 자체 개편안을 내놨다. 현행 300석인 국회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는 내용이다. 내각제 개헌이 선행되지 않는 한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천명했다.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의 선거제 개편 합의를 파기한 것은 물론 비례성을 강화하는 개혁의 대의를 허무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현행 무자비한 승자독식 선거제가 국민주권의 행사 결과를 심각히 왜곡하고, 대립적인 정치문화를 구조화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민심 그대로’ 선거제를 위해서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확대하면서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는 방향이 선거제 개혁의 뼈대가 된 배경이다. 한국당의 ‘비례대표 폐지’ 주장은 선거제 개혁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반동이자, 현행 선거제의 빈약한 비례성마저 무너뜨리는 개악이다.

지난 5개월 동안 한 번도 협상안을 내놓지 않고 버티던 한국당이 정치혐오 여론에 편승해 ‘의원정수 축소·비례대표 폐지’ 역제안을 하고 나선 속셈은 뻔해 보인다. 우선 협상안을 제시한 것을 내세워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술책이다. 그리고 개혁은커녕 현행 승자독식의 선거제를 극단화하자는 ‘청개구리안’을 내놓은 건 선거제 논의 판 자체를 깨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여야 4당은 선거제 단일안을 마련해 15일까지 패스트트랙에 올리겠다고 한다. 한국당 제안이 ‘몽니’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패스트트랙’이 최후의 합법적 수단으로 강구된 것이지만, 끝내 선거법 개정이 제1야당을 빼고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사태를 예까지 끌고온 것은 전적으로 한국당에 책임이 있다. 한국당은 이제라도 실행하지도 못할 “의원직 총사퇴” 운운하는 겁박을 거두고 진정성 있는 선거제안을 내놓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패스트트랙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협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조정하고 타협할 시간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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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7일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했다. 황 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갈 최고위원 5명도 뽑았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 9개월 만에 정상체제를 갖추게 됐다. 황 대표는 앞으로 2년간 당내 계파 갈등을 해소하고 보수를 재편해 내년 총선에 대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한국당 입당 한 달여 만에 제1야당의 대표 자리를 거머쥔 황 대표를 보는 시선은 착잡하다. 황 대표는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정부에서 2인자를 지낸 사람이다. 한데도 이제껏 제대로 된 사죄나 반성은 없었다. 폐족 위기에 몰렸던 친박계는 황 대표에게 줄을 서며 똘똘 뭉쳤다. 친박계의 후안무치와 이기주의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황 대표는 친박계를 대표할 가능성이 높아 ‘제2의 박근혜당’이 현실화할 공산이 커졌다. 황 대표의 취임이 친박세력 결집과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 주장으로 이어진다면 정치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 될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28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당은 이번 전대에서 태극기세력으로 대표되는 강성보수에 사로잡혀 극우로 회귀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5·18 망언’의 당사자인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된 건 대표적인 사례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전대 내내 유례를 찾기 힘든 망언과 반민주적 퇴행이 지속되면서 극우세력의 준동은 예고됐지만, 우려는 현실화됐다. 황 대표 역시 탄핵 부정에 태블릿PC 조작설까지 제기하며 극단주의 세력에 추종했다. 개표 결과 황 대표는 당원들에서 55.3%를 득표한 반면 여론조사에선 37.7%로 중도 성향의 오세훈 후보(50.2%)에게 크게 밀렸다. 극우세력에 기대는 태도가 당내 지지층에선 환호를 받았을지 몰라도 시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는 의미다. 민심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전대 결과는 예상대로 김병준 비대위체제에서 인적 청산도, 보수 혁신도 실패한 한국당이 탄핵 2년이 지나도록 하나도 달라진 게 없음을 확인시켜 줬을 뿐이다.

황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답답한 노릇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야당의 합리적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시민들이 바라는 건 ‘전투’가 아니라 비판할 때는 비판하더라도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는 새로운 야당의 모습이다. 새 지도부가 당을 살리는 길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보수의 새 가치와 비전을 바탕으로 건강한 보수로 거듭 나 정부를 견제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그러자면 극단적 우경화로 치닫는 당심(黨心)보다는 합리적 민심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극우에 끌려가서는 내년 총선은 물론 수권정당의 꿈도 영영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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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언동, 근거 없는 모략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쏟아내는 섬뜩한 말조차 매번 반복하는 통과의례라 여길 수도 있다. 집권을 목표로 서로 겨루는 사람들이니 정당 사이의 다툼과 간극은 일상이라 해도 좋다. 서로 다른 의견을 빗대면서 공동체를 발전시킬 지혜를 구할 수도 있고, 갈등 자체가 민주주의의 하나의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막말을 쏟아내더라도, 아무리 정쟁을 일삼는 사람들이라도 결코 넘지 않아야 할 선같은 게 있다. 그런 점에서 5·18민주화운동은 일종의 성역이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무참히 짓밟혔고, 죄 없는 시민들이 잔혹하게 학살되었기 때문이다. 박정희에 이어 군인들만의 세상을 계속 이어가고픈 전두환·노태우 일당의 반국민·반국가 범죄가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김진태·김순례·이종명 등이 뭐라 핑계를 대든 그들은 5·18의 참담한 고통을 송두리째 모욕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여태까지는 육사 출신 지만원이 그런 일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그저 개인에 불과한 지만원과 국회의원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이나 하던 국회가 민의의 전당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민주화투쟁의 성과였다.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화투쟁 등 끊임없는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이 맺은 결실이었다. 그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주최한 행사에서 5·18을 모욕하는 말이 쏟아진 것이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시민들의 희생과 고통, 그리고 심지어 죽음까지 모욕했다.

한국당 지도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죄송하다면서도 출당과 국회의원 제명에 대해서는 남의 당 일이니 간여하지 말라거나, 유감스럽다면서도 5·18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두 명을 그대로 추천하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것도 비슷했다. 형식적인 요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후보들을 추천해놓고는 청와대와 기싸움을 벌이겠단다. 원래 그 자리는 김진태의 추천으로 지만원을 앉히려던 곳이었다.

한국당은 전두환이 만든 민주정의당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5·18 문제가 거추장스럽고 또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당 스스로도 거듭 확인하듯, 1990년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주자유당이 진짜 원조다. 민주자유당이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으로 이름만 바꿨을 뿐이다. 한국당의 뿌리는 전두환·노태우의 민주정의당만이 아니라,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을 학살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 학살에 저항했던 사람들이 함께 만든 정당인 셈이다.

얼마 전 당사에 걸린 부친 사진을 떼어달라고 했던 김영삼의 아들 김현철의 말처럼, 한국당에서 민주투사 김영삼의 족적은 찾아볼 수 없다. 김영삼은 누구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시절이던 1983년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저항은 23일이나 이어졌다. 예전에 ‘상도동계’라 불렸던 사람들이 여전히 현역 정치인으로 뛰고 있지만, 농성장에 잠깐 앉아 있는 것조차 ‘릴레이 단식 농성’이라며 ‘단식’이란 말만 빌려올 뿐, 민주주의 진전을 위한 김영삼식의 노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전두환·노태우를 감옥에 보내고, 5월18일을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하고 광주 망월동 묘역을 국립묘지로 지정하는 등의 노력은 모두 김영삼 정권 때의 일이었다. 5·18민주화운동을 쉽게 폄하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숭고한 역사로 자리매김한 것은 오히려 김대중보다는 김영삼의 공이 컸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국가의 중요한 이념으로 자리매김하고, 하나의 원칙으로 삼은 것도 김영삼이었다. 김영삼의 정치적 자산을 계승한다는 한국당은 김영삼이 세운 국가적 원칙을 간단하게 뒤집어버렸다.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일조차 서슴지 않고 있다. 왜 한국당은 김영삼의 길이 아니라, 전두환의 길을 따르려는 걸까. 장점은 계승하고, 단점과 과오는 극복해야만 앞길이 열린다는 간단한 셈법조차 외면하고 왜 극단을 좇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태극기부대가 앞길을 열어줄 거라 기대하는 걸까.

10년 전 우리 곁을 떠난 바보 김수환은 생전에 광주 때문에 아파했다. 그에게 ‘5월 광주’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참극’이었다. “광주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계엄군과 공수부대의 무력 진압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혔다”며 울분을 토했다. 광주의 5월은 가장 괴롭고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면서 “광주에 내려가 시민들과 함께 피를 흘리며 싸웠더라면 그토록 괴롭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무릇 사람의 마음은 대체로 이렇다. 실제로 추기경 김수환이 “광주로 내려가 몸으로라도 계엄군을 막”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고통스러웠다. 죽어가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한 마음, 그 답답한 심경이 그랬다. 대개 5월 광주를 알게 된 사람들의 마음이 그랬다. 광주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자괴감 같은 안타까움이었다. 굳이 거명하자면, 김진태·김순례·이종명, 그리고 김병준과 나경원까지 한국당 사람들이 건드린 것은 그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번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가 사람이고자 한다면, 광주 학살과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그리고 한국당에 분명하게 요구한다.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람들, 민주공화국의 기본이념조차 부정하는 사람들이 다시는 국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당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세 명의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있어야 할 까닭은 전혀 없다. 국회 스스로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직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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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고나 국가폭력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비정상적일 때가 많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과 아픔을 나누려 하기보다 오히려 돌을 던지는 식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유가족·시민과 반목했다. 유족을 노숙인에 비교하거나 이성을 잃은 집단으로 몬 것이다. 국정 책임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죄의식이나 부끄러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겉으로는 유족이 과도한 특혜를 요구하거나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댔다. 그보다는 전대미문의 참사 앞에서 정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유족과 국민감정을 억누르려고 하다가 반발하자 급기야 적대감을 갖게 된 측면이 더 컸다.

누구든 정치적 이익과 배치된다고 판단되면 적대하는 행동에서 나치에 부역한 독일의 정치사상가 카를 슈미트의 망령이 어른거린다. 정치는 선악이나 시비에 구애되지 않으며 오로지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라는 슈미트의 주장은 한국당의 행보와 정확히 부합한다. 한국당은 사회악이나 부패, 부당한 자본권력과 싸운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싸운다. 지지세력이거나 이념적 동지이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당의 DNA에는 상식과 선의, 배려, 관용, 통합, 도덕, 성찰, 신의 등의 덕목이 들어설 자리가 좁다. 이런 특성은 5·18민주화운동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이종명·김순례 의원은 5·18을 폭동으로 몰고, 유공자들을 괴물집단으로 매도했다. 역사 부정, 헌법질서 부정 행위다. 그럼에도 한국당 지도부는 “5·18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며 망언 의원들을 감싸고 돌았다. 이번 사태가 일부의 일탈을 넘어 당 전체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한국당에 5·18은 타협 불가의 원칙 같은 존재인 셈이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18 긴급대응 시국회의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망언 국회의원 퇴출과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20일 밤 7시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우철훈 기자

실제로 한국당에는 5·18에 대해 전두환 신군부세력이 광주 시민을 총칼로 짓밟은 것은 혼란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정치 행위였다는 시각이 엄존한다. 한국당의 정치적 뿌리와 법통이 전두환 신군부와 연결돼 있는 사실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니 5·18을 한국 민주주의의 토대이자 기려야 할 성취로 보는 시민 다수의 입장과 근본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5·18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진상조사위 출범을 방해하고 편향적 극우인사를 조사위원으로 추천하는 ‘반(反)5·18행태’가 끊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간헐적으로 한국당 내부 반발이 제기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성찰이나 체질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5·18과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한국당의 태도를 요약하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의식 결여로 표현할 수 있겠다.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은 세계 보편의 관습이다. 더구나 두 사건은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국가적 비극 아닌가. 그럼에도 세금을 지원받는 공당이 시민의 억울한 죽음과 대량 학살에 대해 반복적으로 패륜적 행각을 계속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20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당은 자신들의 행보가 헌법 가치에 배치된다는 점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은 강령에서 ‘따뜻한 사회 구현’을 혁신 가치로 내세웠다. 또 시민의 인권을 최우선적 가치로 앞세우고 있다. 한국당은 이런 내부 규범을 얼마나 구현하고 있다고 보나. 한국당의 인간미 없는 정치를 곱게 봐줄 시민은 드물 터이다. ‘정치 아닌 정치질’이란 항간의 비판에 더 눈길이 간다.  

일본의 사상가 모리오카 마사히로는 현대를 무통문명으로 정의했다.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려는 현대사회에서는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 부끄러움 등에 공감하지 못하고 타인을 일방적으로 짓밟으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무통인간이 권력을 가지면 폭력적으로 돌변해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게 되며 몰염치해서 어떤 비판에도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된다. 한국당은 자신의 작은 고통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시민의 큰 고통에는 둔감한 ‘무통정당’ ‘식물정당’이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책걸상’ 발언에서도 이런 특성이 드러난다. 탄핵 대통령이 시민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유력 당권주자를 ‘탄핵’하고, 한국당이 그 한마디에 출렁이는 것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정치가 시민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면 시민 역시 정치에 대해 예의를 다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한국당이 끝내 자정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외부에서, 시민이 나서서 바꿀 수밖에 없다. 한국당이 국가폭력과 대형 사고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대했는가를 기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끊임없이 기록하고 고발해야 한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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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자유한국당‘다운’ 갈라파고스적 상상력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한국당 전당대회 날짜와 겹치자 ‘신북풍’ 음모론을 꺼내는 발상 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일 “전당대회와 정상회담 날짜가 겹친 것에 여러 해석이 있다. 혹여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시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신북풍’이라 함은 북한이 한국당을 견제하려 전당대회에 맞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잡았다는 것이고, 내년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도와주려고 북한이 돌발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미가 치열한 협상과 줄다리기 끝에 확정한 정상회담 일정을 두고 ‘한국당 전당대회를 덮으려 했다’는 음모론에 대체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당권 주자들의 음모론은 인용하기에도 낯 뜨겁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감쇄)하려는, 북측이 문 정권을 생각해서 한 술책”이라고 했고, 김진태 의원은 “미·북 회담 일정, 하필 한국당 전당대회 날이다. 김정은·문재인 정권이 그렇게 요청했을 것”이라고 떠들었다. 한반도 평화의 이정표가 될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기껏 한국당 전당대회에 대입하는 과대망상은 그야말로 구제 불능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8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당이 전당대회 일정을 정할 무렵 이미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에, 대략 장소는 베트남이 될 것으로 예고됐다. 북·미 정상회담과 겹쳐 전당대회 흥행에 비상이 걸렸으면 남 탓하지 말고 일정을 조정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자기들만의 잔치로 치르면 될 일이다. 군색해진 처지는 모를 바 아니나, 정쟁에 눈이 멀어 ‘신북풍’ 운운하며 덮어놓고 재나 뿌리자는 몽니를 부릴 일이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북풍’ 공작을 일삼으며 선거 때마다 ‘재미’를 봤던 한국당이다. 한국당이 그리 떠받드는 미국이 전당대회 흥행을 깨려는 북한의 술책에 말려 정상회담 일정을 조정했다니,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꼴이다.

전대미문의 지방선거 참패는 “선거 직전에 열린 미·북 정상회담 쓰나미”(나경원 원내대표) 때문에 당한 게 아니다. 한반도 평화의 대전환 흐름을 외면하고 “희대의 위장평화쇼”라는 냉전수구의 틀에 사로잡힌 것 때문에 유권자의 버림을 받은 것이다. 변한 것이 없다. 남북 대치와 전쟁 위기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며 생존해온 냉전 보수의 이해에 갇혀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케케묵은 색깔론, 하다 하다 ‘신북풍’ 음모론까지, 한국당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한반도 평화 장정에 제동을 거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 한국당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지향에만큼은 정략을 넘어 초당적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연목구어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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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자유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반발 때문이다. 한국당은 휴일인 27일엔 국회 본관 앞에서 규탄대회도 열었다. 지금 기류라면 정국 교착 상태는 계속되고 2월 임시국회도 정상 가동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 여러 민생·개혁법안 처리가 줄줄이 막힐 게 불 보듯 뻔하다. ‘유치원 3법’, 체육계 성폭력 근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탄력근로제 확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교수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임세원법’ 등 각종 민생법안이 2월 국회에서 다뤄져야 한다.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 공정거래법, 빅데이터 경제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중점 법안으로 꼽힌다. 특히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월 합의처리’를 약속한 선거제 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 법안도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다. 이에 더해 택시·카풀 갈등, 미세먼지 대책,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위협비행,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한반도 문제 등 국회 차원에서 점검해야 할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산적한 현안을 논의하려면 밤새 국회 불을 밝혀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이런 마당에 한국당이 또 국회를 멈춰 세우는 건 어떤 이유로든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한국당은 다른 야 3당과 함께 최근 불거진 현안을 논의하자며 지난 16일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해놓은 상태다. 그러고 보이콧을 선언하니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를 일이다. 한국당의 ‘릴레이 단식’은 더 우스꽝스럽다. 소속 의원을 2개조로 나눠 오전·오후 5시간30분씩 단식을 이어간다는 건데 “그게 무슨 단식이냐”는 조롱만 받고 있다. 이렇게 정치를 희화화하니 시민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이제 그만 단식 아닌 단식은 중단하는 게 옳다.

지금 국회는 이런 쇼나 벌일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니다. 툭하면 국회를 보이콧하는 한국당의 고질병은 이 정부 들어서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국회 파행 사태를 보는 것도 이제 신물이 난다. 민생을 볼모로 한 정치공세는 당장은 작은 이득을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결국은 정치적 큰 손실로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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