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에 해당되는 글 44건

  1. 2019.04.08 [사설]한국당은 국가적 재난이 반가운가
  2. 2019.03.18 선거제도 개혁이 꼭 필요한 이유
  3. 2019.03.12 [사설]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없애는 게 선거제 개혁인가
  4. 2019.02.28 [사설]황교안 신임 대표, ‘도로 친박당’된 한국당
  5. 2019.02.22 ‘5·18 망언’ 자유한국당은 전두환의 길을 따르나
  6. 2019.02.20 [조호연 칼럼]국민고통에 둔감한 ‘식물정당’
  7. 2019.02.08 [사설]역사적 북·미 정상회담마저 음모론으로 모는 한국당
  8. 2019.01.28 [사설]국회 보이콧 선언하고 ‘코미디 단식’하는 한국당
  9. 2018.12.27 [사설]끝내 무산된 유치원 개혁, 한국당 책임이다
  10. 2018.12.06 [사설]한국당의 ‘박근혜 석방 결의안’ 추진 논의 후안무치하다
  11. 2018.11.29 [사설]또 시간끌기로 ‘유치원 3법’ 발목 잡은 자유한국당
  12. 2018.10.31 [조호연 칼럼]자유한국당, 또 북한이 필요해졌나
  13. 2018.10.18 [사설]한국당, ‘태극기부대’ 끌어안는 게 개혁이고 쇄신인가
  14. 2018.09.21 [녹색세상]‘출산주도성장’도 보편복지다
  15. 2018.09.21 [세상읽기]콜롬비아의 복병, 한국의 복병
  16. 2018.09.21 [사설]전 세계가 지지하는 평양선언 혹평하는 자유한국당
  17. 2018.09.11 [사설]야당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행 불참 결정 안타깝다
  18. 2018.09.10 [사설]자유한국당의 자가당착적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반대
  19. 2018.08.21 [사설]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의 ‘새 가치 정립’이 공허한 까닭
  20. 2018.07.16 [사설]한국당, “잘못했습니다” 백 번 말하면 뭐하나

강원 고성·속초 산불이 국가재난사태로 번지는 동안 자유한국당이 보인 상식 밖의 언행이 공분을 사고 있다. 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촛불 정부’인 줄 알았더니, ‘산불 정부’네요.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가 산불, 온 국민은 화병”이라고 썼다. 한때 경기도지사를 지낸 사람의 인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상식 이하 수준이 초라하다 못해 참담하다. 

한국당은 앞서 지난 4일 저녁 강원도 산불이 막 커져가는데도 국가위기관리 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국회 운영위에 늦게까지 붙잡아 뒀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파문이 일자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민경욱 대변인은 4~5일 이틀 동안 페이스북에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 “대형산불 발생 네 시간 후에야 긴급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는 글을 쓰거나 공유했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삭제하기도 했다. 무슨 호재라도 만난 양 대형 산불을 정치공세로 활용하는 모습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불길을 잡겠다고 발벗고 나서 뜨거운 사투를 벌인 시민들 보기에도 부끄럽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4월8일 (출처:경향신문DB)

산불·홍수·지진 같은 국가재난은 정부만이 아니라 국회도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다. 그 중심에 여당과 제1야당이 있다. 이런 재난을 미리 방비하고, 발생 후라도 신속히 복구할 수 있도록 법령을 고치고 제도를 마련하는 게 국회가 할 일이다. 그러지 못했다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시민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우선이다. 한데도 한국당은 재난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정부를 조롱하고 공격했다.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도 시커멓게 탄 이재민들의 가슴을 어루만지기에 부족할 판에 그렇게 해서 얻을 건 무엇인가. 이런 재난을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는 건 수권정당을 노리는 한국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포용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로는 시민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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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을 패스트트랙으로 결정할지가 곧 정해진다.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 간에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뒤늦게 패스트트랙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최근 행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행태가 한국 정치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라도 선거제도를 꼭 바꿔야 한다. 몇 가지 짚어보자.

첫째, 약속을 밥 먹듯이 깬다. 작년 12월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 간에 합의한 내용을 보면 올해 1월 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안을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국당은 당론조차 정하지 않고 시간만 끌었다. 그리고 법으로 정해진 선거구 획정 시한이 다 되어서야 비례대표제 폐지와 의석수 축소라는 진정성이 전혀 없는 안을 내놓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심상정 위원장(가운데)과 여야 간사들이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선거제 개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민 기자

둘째,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말을 수시로 바꾼다. 한국당은 합의처리를 주장하지만, 19대 국회 시절 자신들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때에는 ‘무조건적인 합의를 강요하는 것은 의회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법안을 밀어붙이려 해서 물의를 빚었다. 2016년에는 직권상정 요건도 안되는데 테러방지법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게 해서 통과시켰다.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일 때에만 직권상정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국회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패스트트랙은 너무나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이다. 도저히 합의가 안될 경우에는 패스트트랙을 쓰는 게 당연하다. 그러지 않으면 정치개혁, 검찰개혁은 불가능하다.

셋째, 국민들을 기만한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비례대표제 폐지는 위헌이다. 헌법 41조 3항은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구를 안 정해도 위헌인 것처럼, 비례대표제를 폐지해도 위헌이다. 헌법은 선거구와 비례대표제의 존재를 전제하고, 구체적인 것은 법률로 정하라고 한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의원수 축소가 아니라 국회의원 특권 폐지인데, 그런 얘기는 쏙 빼놓았다. 국회의원 연봉 대폭 삭감, 국회의원 1명당 9명의 개인보좌진 축소, 국회의 예산 사용을 감시하는 독립기구 설치 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당은 여기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넷째, 여성·청년·소수자들을 배제한다. 지금 17%에 불과한 여성의원 비율도 그나마 비례대표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여성의원들도 시작은 비례대표로 한 경우가 많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그런 경우이다. 전체 여성의원의 83.4%가 비례대표이거나 비례대표 출신이라는 것은 비례대표제가 성평등 친화적인 선거제도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비례대표제 국가인 덴마크는 20·30대 국회의원 비율이 41.3%인데, 대한민국은 1%에 불과하다. 2016년 총선의 경우 253개 지역구에서 당선된 20대는 없었고, 30대도 단 1명이었다. 그나마 만 39세였다. 장애인 등 소수자들의 참여를 위해서도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당의 머릿속에는 여성·청년·소수자들은 없다. 한국당은 지역구 여성할당제를 강화하겠다지만, 막상 발의한 법안을 보면 위반했을 때 제재 수단도 없다. 껍데기뿐인 법안이다. 한국당의 주장대로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면 국회는 더욱 기득권화되고, 여성·청년·소수자들은 더 배제될 것이다.

그래서 한국당의 행태를 볼수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꼭 바꿔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이토록 무책임하고 대안 제시 능력도 없으며 기득권화된 정당이 탄생한 것도 지금의 선거제도 탓이다. 국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고, 오로지 지역구만 관리하면 재선할 수 있는 선거제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상대방의 발목만 잡아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선거제도가 지금의 괴물 같은 기득권 정당을 낳은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온갖 갑질·비리·저질행태로 정치를 불신하게 해 놓고, 그 불신을 이용해서 선거제도 개혁을 방해하려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하니, 국회의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들의 국회 불신을 초래한 자신들의 행태에 대한 반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반드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해야만, 정당이 책임지는 정치를 만들 수 있다. 유권자들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당에 책임을 묻기 쉬워진다. 만약 지금의 시기를 놓친다면, 국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의 정치행태가 반복되는 것을 봐야 한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고 하는 이런 정당이 사라질 수 있도록 이번에는 반드시 선거제도 개혁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야 3당에도 촉구한다. 작은 이익을 탐할 때가 아니다. 지금 한국당의 방해에 밀려 패스트트랙으로 가지 못하면, 그 결과는 파국뿐이다. 완벽한 합의가 어렵다면, 가능한 수준에서 합의해서 패스트트랙으로 가고 추가 협상을 해도 된다. 최소 270일, 최대 330일 후에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할 시간은 있다. 문제는 지금 시기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개혁의 기차는 지금 출발해야 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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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마지못해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이 실로 가관이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이 선거법 패스트트랙 추진을 가시화하자 지난 10일에야 자체 개편안을 내놨다. 현행 300석인 국회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는 내용이다. 내각제 개헌이 선행되지 않는 한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천명했다.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의 선거제 개편 합의를 파기한 것은 물론 비례성을 강화하는 개혁의 대의를 허무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현행 무자비한 승자독식 선거제가 국민주권의 행사 결과를 심각히 왜곡하고, 대립적인 정치문화를 구조화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민심 그대로’ 선거제를 위해서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확대하면서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는 방향이 선거제 개혁의 뼈대가 된 배경이다. 한국당의 ‘비례대표 폐지’ 주장은 선거제 개혁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반동이자, 현행 선거제의 빈약한 비례성마저 무너뜨리는 개악이다.

지난 5개월 동안 한 번도 협상안을 내놓지 않고 버티던 한국당이 정치혐오 여론에 편승해 ‘의원정수 축소·비례대표 폐지’ 역제안을 하고 나선 속셈은 뻔해 보인다. 우선 협상안을 제시한 것을 내세워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술책이다. 그리고 개혁은커녕 현행 승자독식의 선거제를 극단화하자는 ‘청개구리안’을 내놓은 건 선거제 논의 판 자체를 깨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여야 4당은 선거제 단일안을 마련해 15일까지 패스트트랙에 올리겠다고 한다. 한국당 제안이 ‘몽니’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패스트트랙’이 최후의 합법적 수단으로 강구된 것이지만, 끝내 선거법 개정이 제1야당을 빼고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사태를 예까지 끌고온 것은 전적으로 한국당에 책임이 있다. 한국당은 이제라도 실행하지도 못할 “의원직 총사퇴” 운운하는 겁박을 거두고 진정성 있는 선거제안을 내놓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패스트트랙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협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조정하고 타협할 시간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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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7일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했다. 황 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갈 최고위원 5명도 뽑았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 9개월 만에 정상체제를 갖추게 됐다. 황 대표는 앞으로 2년간 당내 계파 갈등을 해소하고 보수를 재편해 내년 총선에 대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한국당 입당 한 달여 만에 제1야당의 대표 자리를 거머쥔 황 대표를 보는 시선은 착잡하다. 황 대표는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정부에서 2인자를 지낸 사람이다. 한데도 이제껏 제대로 된 사죄나 반성은 없었다. 폐족 위기에 몰렸던 친박계는 황 대표에게 줄을 서며 똘똘 뭉쳤다. 친박계의 후안무치와 이기주의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황 대표는 친박계를 대표할 가능성이 높아 ‘제2의 박근혜당’이 현실화할 공산이 커졌다. 황 대표의 취임이 친박세력 결집과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 주장으로 이어진다면 정치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 될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28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당은 이번 전대에서 태극기세력으로 대표되는 강성보수에 사로잡혀 극우로 회귀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5·18 망언’의 당사자인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된 건 대표적인 사례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전대 내내 유례를 찾기 힘든 망언과 반민주적 퇴행이 지속되면서 극우세력의 준동은 예고됐지만, 우려는 현실화됐다. 황 대표 역시 탄핵 부정에 태블릿PC 조작설까지 제기하며 극단주의 세력에 추종했다. 개표 결과 황 대표는 당원들에서 55.3%를 득표한 반면 여론조사에선 37.7%로 중도 성향의 오세훈 후보(50.2%)에게 크게 밀렸다. 극우세력에 기대는 태도가 당내 지지층에선 환호를 받았을지 몰라도 시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는 의미다. 민심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전대 결과는 예상대로 김병준 비대위체제에서 인적 청산도, 보수 혁신도 실패한 한국당이 탄핵 2년이 지나도록 하나도 달라진 게 없음을 확인시켜 줬을 뿐이다.

황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답답한 노릇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야당의 합리적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시민들이 바라는 건 ‘전투’가 아니라 비판할 때는 비판하더라도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는 새로운 야당의 모습이다. 새 지도부가 당을 살리는 길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보수의 새 가치와 비전을 바탕으로 건강한 보수로 거듭 나 정부를 견제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그러자면 극단적 우경화로 치닫는 당심(黨心)보다는 합리적 민심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극우에 끌려가서는 내년 총선은 물론 수권정당의 꿈도 영영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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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언동, 근거 없는 모략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쏟아내는 섬뜩한 말조차 매번 반복하는 통과의례라 여길 수도 있다. 집권을 목표로 서로 겨루는 사람들이니 정당 사이의 다툼과 간극은 일상이라 해도 좋다. 서로 다른 의견을 빗대면서 공동체를 발전시킬 지혜를 구할 수도 있고, 갈등 자체가 민주주의의 하나의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막말을 쏟아내더라도, 아무리 정쟁을 일삼는 사람들이라도 결코 넘지 않아야 할 선같은 게 있다. 그런 점에서 5·18민주화운동은 일종의 성역이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무참히 짓밟혔고, 죄 없는 시민들이 잔혹하게 학살되었기 때문이다. 박정희에 이어 군인들만의 세상을 계속 이어가고픈 전두환·노태우 일당의 반국민·반국가 범죄가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김진태·김순례·이종명 등이 뭐라 핑계를 대든 그들은 5·18의 참담한 고통을 송두리째 모욕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여태까지는 육사 출신 지만원이 그런 일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그저 개인에 불과한 지만원과 국회의원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이나 하던 국회가 민의의 전당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민주화투쟁의 성과였다.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화투쟁 등 끊임없는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이 맺은 결실이었다. 그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주최한 행사에서 5·18을 모욕하는 말이 쏟아진 것이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시민들의 희생과 고통, 그리고 심지어 죽음까지 모욕했다.

한국당 지도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죄송하다면서도 출당과 국회의원 제명에 대해서는 남의 당 일이니 간여하지 말라거나, 유감스럽다면서도 5·18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두 명을 그대로 추천하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것도 비슷했다. 형식적인 요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후보들을 추천해놓고는 청와대와 기싸움을 벌이겠단다. 원래 그 자리는 김진태의 추천으로 지만원을 앉히려던 곳이었다.

한국당은 전두환이 만든 민주정의당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5·18 문제가 거추장스럽고 또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당 스스로도 거듭 확인하듯, 1990년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주자유당이 진짜 원조다. 민주자유당이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으로 이름만 바꿨을 뿐이다. 한국당의 뿌리는 전두환·노태우의 민주정의당만이 아니라,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을 학살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 학살에 저항했던 사람들이 함께 만든 정당인 셈이다.

얼마 전 당사에 걸린 부친 사진을 떼어달라고 했던 김영삼의 아들 김현철의 말처럼, 한국당에서 민주투사 김영삼의 족적은 찾아볼 수 없다. 김영삼은 누구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시절이던 1983년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저항은 23일이나 이어졌다. 예전에 ‘상도동계’라 불렸던 사람들이 여전히 현역 정치인으로 뛰고 있지만, 농성장에 잠깐 앉아 있는 것조차 ‘릴레이 단식 농성’이라며 ‘단식’이란 말만 빌려올 뿐, 민주주의 진전을 위한 김영삼식의 노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전두환·노태우를 감옥에 보내고, 5월18일을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하고 광주 망월동 묘역을 국립묘지로 지정하는 등의 노력은 모두 김영삼 정권 때의 일이었다. 5·18민주화운동을 쉽게 폄하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숭고한 역사로 자리매김한 것은 오히려 김대중보다는 김영삼의 공이 컸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국가의 중요한 이념으로 자리매김하고, 하나의 원칙으로 삼은 것도 김영삼이었다. 김영삼의 정치적 자산을 계승한다는 한국당은 김영삼이 세운 국가적 원칙을 간단하게 뒤집어버렸다.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일조차 서슴지 않고 있다. 왜 한국당은 김영삼의 길이 아니라, 전두환의 길을 따르려는 걸까. 장점은 계승하고, 단점과 과오는 극복해야만 앞길이 열린다는 간단한 셈법조차 외면하고 왜 극단을 좇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태극기부대가 앞길을 열어줄 거라 기대하는 걸까.

10년 전 우리 곁을 떠난 바보 김수환은 생전에 광주 때문에 아파했다. 그에게 ‘5월 광주’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참극’이었다. “광주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계엄군과 공수부대의 무력 진압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혔다”며 울분을 토했다. 광주의 5월은 가장 괴롭고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면서 “광주에 내려가 시민들과 함께 피를 흘리며 싸웠더라면 그토록 괴롭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무릇 사람의 마음은 대체로 이렇다. 실제로 추기경 김수환이 “광주로 내려가 몸으로라도 계엄군을 막”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고통스러웠다. 죽어가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한 마음, 그 답답한 심경이 그랬다. 대개 5월 광주를 알게 된 사람들의 마음이 그랬다. 광주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자괴감 같은 안타까움이었다. 굳이 거명하자면, 김진태·김순례·이종명, 그리고 김병준과 나경원까지 한국당 사람들이 건드린 것은 그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번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가 사람이고자 한다면, 광주 학살과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그리고 한국당에 분명하게 요구한다.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람들, 민주공화국의 기본이념조차 부정하는 사람들이 다시는 국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당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세 명의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있어야 할 까닭은 전혀 없다. 국회 스스로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직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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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고나 국가폭력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비정상적일 때가 많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과 아픔을 나누려 하기보다 오히려 돌을 던지는 식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유가족·시민과 반목했다. 유족을 노숙인에 비교하거나 이성을 잃은 집단으로 몬 것이다. 국정 책임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죄의식이나 부끄러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겉으로는 유족이 과도한 특혜를 요구하거나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댔다. 그보다는 전대미문의 참사 앞에서 정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유족과 국민감정을 억누르려고 하다가 반발하자 급기야 적대감을 갖게 된 측면이 더 컸다.

누구든 정치적 이익과 배치된다고 판단되면 적대하는 행동에서 나치에 부역한 독일의 정치사상가 카를 슈미트의 망령이 어른거린다. 정치는 선악이나 시비에 구애되지 않으며 오로지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라는 슈미트의 주장은 한국당의 행보와 정확히 부합한다. 한국당은 사회악이나 부패, 부당한 자본권력과 싸운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싸운다. 지지세력이거나 이념적 동지이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당의 DNA에는 상식과 선의, 배려, 관용, 통합, 도덕, 성찰, 신의 등의 덕목이 들어설 자리가 좁다. 이런 특성은 5·18민주화운동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이종명·김순례 의원은 5·18을 폭동으로 몰고, 유공자들을 괴물집단으로 매도했다. 역사 부정, 헌법질서 부정 행위다. 그럼에도 한국당 지도부는 “5·18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며 망언 의원들을 감싸고 돌았다. 이번 사태가 일부의 일탈을 넘어 당 전체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한국당에 5·18은 타협 불가의 원칙 같은 존재인 셈이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18 긴급대응 시국회의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망언 국회의원 퇴출과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20일 밤 7시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우철훈 기자

실제로 한국당에는 5·18에 대해 전두환 신군부세력이 광주 시민을 총칼로 짓밟은 것은 혼란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정치 행위였다는 시각이 엄존한다. 한국당의 정치적 뿌리와 법통이 전두환 신군부와 연결돼 있는 사실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니 5·18을 한국 민주주의의 토대이자 기려야 할 성취로 보는 시민 다수의 입장과 근본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5·18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진상조사위 출범을 방해하고 편향적 극우인사를 조사위원으로 추천하는 ‘반(反)5·18행태’가 끊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간헐적으로 한국당 내부 반발이 제기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성찰이나 체질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5·18과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한국당의 태도를 요약하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의식 결여로 표현할 수 있겠다.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은 세계 보편의 관습이다. 더구나 두 사건은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국가적 비극 아닌가. 그럼에도 세금을 지원받는 공당이 시민의 억울한 죽음과 대량 학살에 대해 반복적으로 패륜적 행각을 계속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20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당은 자신들의 행보가 헌법 가치에 배치된다는 점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은 강령에서 ‘따뜻한 사회 구현’을 혁신 가치로 내세웠다. 또 시민의 인권을 최우선적 가치로 앞세우고 있다. 한국당은 이런 내부 규범을 얼마나 구현하고 있다고 보나. 한국당의 인간미 없는 정치를 곱게 봐줄 시민은 드물 터이다. ‘정치 아닌 정치질’이란 항간의 비판에 더 눈길이 간다.  

일본의 사상가 모리오카 마사히로는 현대를 무통문명으로 정의했다.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려는 현대사회에서는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 부끄러움 등에 공감하지 못하고 타인을 일방적으로 짓밟으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무통인간이 권력을 가지면 폭력적으로 돌변해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게 되며 몰염치해서 어떤 비판에도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된다. 한국당은 자신의 작은 고통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시민의 큰 고통에는 둔감한 ‘무통정당’ ‘식물정당’이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책걸상’ 발언에서도 이런 특성이 드러난다. 탄핵 대통령이 시민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유력 당권주자를 ‘탄핵’하고, 한국당이 그 한마디에 출렁이는 것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정치가 시민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면 시민 역시 정치에 대해 예의를 다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한국당이 끝내 자정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외부에서, 시민이 나서서 바꿀 수밖에 없다. 한국당이 국가폭력과 대형 사고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대했는가를 기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끊임없이 기록하고 고발해야 한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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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자유한국당‘다운’ 갈라파고스적 상상력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한국당 전당대회 날짜와 겹치자 ‘신북풍’ 음모론을 꺼내는 발상 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일 “전당대회와 정상회담 날짜가 겹친 것에 여러 해석이 있다. 혹여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시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신북풍’이라 함은 북한이 한국당을 견제하려 전당대회에 맞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잡았다는 것이고, 내년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도와주려고 북한이 돌발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미가 치열한 협상과 줄다리기 끝에 확정한 정상회담 일정을 두고 ‘한국당 전당대회를 덮으려 했다’는 음모론에 대체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당권 주자들의 음모론은 인용하기에도 낯 뜨겁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감쇄)하려는, 북측이 문 정권을 생각해서 한 술책”이라고 했고, 김진태 의원은 “미·북 회담 일정, 하필 한국당 전당대회 날이다. 김정은·문재인 정권이 그렇게 요청했을 것”이라고 떠들었다. 한반도 평화의 이정표가 될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기껏 한국당 전당대회에 대입하는 과대망상은 그야말로 구제 불능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8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당이 전당대회 일정을 정할 무렵 이미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에, 대략 장소는 베트남이 될 것으로 예고됐다. 북·미 정상회담과 겹쳐 전당대회 흥행에 비상이 걸렸으면 남 탓하지 말고 일정을 조정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자기들만의 잔치로 치르면 될 일이다. 군색해진 처지는 모를 바 아니나, 정쟁에 눈이 멀어 ‘신북풍’ 운운하며 덮어놓고 재나 뿌리자는 몽니를 부릴 일이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북풍’ 공작을 일삼으며 선거 때마다 ‘재미’를 봤던 한국당이다. 한국당이 그리 떠받드는 미국이 전당대회 흥행을 깨려는 북한의 술책에 말려 정상회담 일정을 조정했다니,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꼴이다.

전대미문의 지방선거 참패는 “선거 직전에 열린 미·북 정상회담 쓰나미”(나경원 원내대표) 때문에 당한 게 아니다. 한반도 평화의 대전환 흐름을 외면하고 “희대의 위장평화쇼”라는 냉전수구의 틀에 사로잡힌 것 때문에 유권자의 버림을 받은 것이다. 변한 것이 없다. 남북 대치와 전쟁 위기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며 생존해온 냉전 보수의 이해에 갇혀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케케묵은 색깔론, 하다 하다 ‘신북풍’ 음모론까지, 한국당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한반도 평화 장정에 제동을 거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 한국당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지향에만큼은 정략을 넘어 초당적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연목구어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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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반발 때문이다. 한국당은 휴일인 27일엔 국회 본관 앞에서 규탄대회도 열었다. 지금 기류라면 정국 교착 상태는 계속되고 2월 임시국회도 정상 가동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 여러 민생·개혁법안 처리가 줄줄이 막힐 게 불 보듯 뻔하다. ‘유치원 3법’, 체육계 성폭력 근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탄력근로제 확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교수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임세원법’ 등 각종 민생법안이 2월 국회에서 다뤄져야 한다.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 공정거래법, 빅데이터 경제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중점 법안으로 꼽힌다. 특히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월 합의처리’를 약속한 선거제 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 법안도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다. 이에 더해 택시·카풀 갈등, 미세먼지 대책,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위협비행,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한반도 문제 등 국회 차원에서 점검해야 할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산적한 현안을 논의하려면 밤새 국회 불을 밝혀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이런 마당에 한국당이 또 국회를 멈춰 세우는 건 어떤 이유로든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한국당은 다른 야 3당과 함께 최근 불거진 현안을 논의하자며 지난 16일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해놓은 상태다. 그러고 보이콧을 선언하니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를 일이다. 한국당의 ‘릴레이 단식’은 더 우스꽝스럽다. 소속 의원을 2개조로 나눠 오전·오후 5시간30분씩 단식을 이어간다는 건데 “그게 무슨 단식이냐”는 조롱만 받고 있다. 이렇게 정치를 희화화하니 시민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이제 그만 단식 아닌 단식은 중단하는 게 옳다.

지금 국회는 이런 쇼나 벌일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니다. 툭하면 국회를 보이콧하는 한국당의 고질병은 이 정부 들어서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국회 파행 사태를 보는 것도 이제 신물이 난다. 민생을 볼모로 한 정치공세는 당장은 작은 이득을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결국은 정치적 큰 손실로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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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끝내 무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치원 3법을 재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로써 유치원 개혁은 최소 1년 이상 늦춰지게 됐다.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척결되기를 바랐던 대다수 국민들, 특히 유치원생 학부모들로서는 참담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헌법상 대의기구인 국회가 민의를 이토록 외면해도 되는가라고 묻고 싶다.

국회 교육위는 27일 다시 회의를 열고 이 안건을 부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패스트트랙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법안을 상임위원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더라도 규정상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유치원 3법은 아무리 빨라도 1년 뒤에야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패스트트랙에 오르는 중재안에는 처벌 규정의 ‘1년 시행유예’를 담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비리 사립유치원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유치원 3법의 발목을 잡아온 자유한국당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승리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시사 2판4판]자한의 은혜 (출처:경향신문DB)

지난 10월 초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여야는 한목소리로 유치원 개혁을 외쳤다. 곧바로 박 의원이 유치원 회계 단일화, 지원금의 보조금 변경, 비리유치원 처벌 등을 골자로 한 ‘박용진 3법’을 발의하자 한유총의 눈치를 보던 한국당이 돌변했다. 급기야 한국당은 한유총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체 법안을 내놓았고, ‘박용진 3법’과 병합심리하자고 압박했다. 이후 국회 교육위는 6차례 회의를 열어 유치원 3법을 심사했지만, 회계 단일화와 처벌 등을 놓고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끝내 불발됐다. 3개월 가까이 진행된 국회 유치원 3법 개정 논의에서 건진 것은 한국당과 한유총의 굳건한 카르텔뿐이다.

유치원 3법 심의 과정에서 한국당은 철저히 한유총의 논리를 대변했다. 한국당은 국민보다 한유총의 이해를 먼저 생각했다.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방안을 꺼낸 것도 한국당과는 유치원 개혁을 논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야 합의를 통한 유치원 개혁은 무산됐다. 한국당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표로 심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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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상식과 도의를 거론하기도 낯 뜨거울 만큼 무도한 짓거리다. 자유한국당의 친박계와 비박계 핵심 의원들이 모여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결의안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사법 당국에 요구하는 결의안 발의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비박계 김무성·권성동 의원과 친박계 홍문종·윤상현 의원이 만나 계파 갈등을 종식시킬 방안으로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누구 멋대로 ‘석방’ 운운하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헌법의 원칙과 가치를 유린하고, 나라를 송두리째 뒤흔든 국정농단 범죄를 저질러 사법적 단죄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석방’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박근혜 석방’을 계파 권력투쟁, 당내 선거의 정치적 거래물로 활용하려는 작태가 가증스럽다. 설령 시늉일지라도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 꿇고 사과했던 그 알량한 염치조차 저버린 행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2월 6일 (출처:경향신문DB)

‘국정농단’ 1심에서 징역 24년,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박근혜가 누구인가. 재판부의 판결문을 돌려보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했고 그 결과 국정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왔으며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에 이르게 됐다. 그 주된 책임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방기한 피고인에게 있다.” 섣부른 ‘박근혜 석방·사면’을 운위해서는 안되는 이유도 판결문에 들어 있다. “다시는 대통령이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여태껏 반성은커녕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태극기부대 등 친박계 단체들에 이어 공당인 한국당에서 ‘석방 결의안’이 추진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책임을 뼈아프게 져야 할 한국당에서 ‘박근혜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나 인적 책임을 져본 적이 없다. 그런 그들이 ‘박근혜 석방’을 운위하는 것 자체가 국기문란을 조장할 뿐이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범죄자에게 법의 온정과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미래의 위정자들에게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추상같은 법의 심판이 흐트러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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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예정됐던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논의가 또 불발됐다. 교육위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과 자유한국당의 자체 법안을 함께 논의하려 했으나 한국당이 법안을 내놓지 않은 데다 유치원 3법 논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유회됐다. 이 같은 한국당의 지연 전술로 유치원법 개정을 위한 법안소위가 부실하게 운영된 게 이번이 세번째다. 유치원 3법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꼼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1월16일 (출처:경향신문 DB)

이날 국회 교육위에서 보여준 한국당의 모습은 무책임하고 치졸했다. 한국당 소속 교육위원들은 법안 심사 회의에 한 시간이나 늦게 나타났다. 병합을 논의키로 했던 한국당 자체 유치원법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출석했다. 법안 제출 시기 등 향후 국회 일정도 제시하지 못했다. 국회 교육위는 12월3일 법안소위를 열어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논의가 이뤄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음번에도 한국당이 자체 법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사립유치원 개혁법의 연내 통과는 물 건너가게 된다.

한국당은 당초 박용진 의원의 유치원 개혁법에 반대하며 ‘유치원 3법’과 자신들이 만든 법안을 병합 심사해 유치원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법안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한 달이 지나도록 법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유치원 개혁법안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당이 사립유치원의 개혁법을 미적대는 것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전방위 로비 탓이다. 한유총은 최근 한국당 의원들에게 ‘유치원 3법’이 헌법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했고, 한국당은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대체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유총은 국회 로비 이외에도 집회 등 세과시를 통해 ‘유치원 3법’을 저지할 방침이다.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반대 집회를 앞두고 소속 유치원들에 ‘학부모 모집 할당량’을 내렸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유치원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한 얄팍한 술수는 더 이상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0.9%가 ‘유치원 3법 조속 통과’를 지지했다. 한국당 지지층에서도 63.2%가 법안에 찬성했다. 한국당과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의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유치원 3법 통과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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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국제법상으로 유엔에 가입한 엄연한 국가다. 반면 국내법은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와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반국가단체다. 반면 남북관계발전법은 ‘특수관계국’으로 규정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남북기본합의서가 모태다. 고민 끝에 헌법과 보안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북한과의 교류가 가능해지도록 합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 보수는 공식적으로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아왔다. 그렇게 함으로써 안보를 독점했고, 북한을 협상 상대로 보는 남한의 진보를 공격할 수 있었다. 오랜 세월 분단상황을 극복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은 보수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북한에 대한 국가성 부정은 보수의 징표가 됐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상의 현상일 뿐이었다. 이면에서 보수와 북한은 적대함으로써 각자의 이익을 취하는 적대적 공생관계였다. 북한이 남한 선거에 개입한 ‘북풍’, 보수가 총선에서 이기려고 총을 쏴달라고 북한에 부탁한 ‘총풍’을 기억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싶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만들어 달라고 애걸한 것도 남한 보수정권이었다. 보수는 자생력이 부족한 아이나 다름없었다. 늘 북한을 필요로 했다. 거의 중독 수준이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북한을 공개 소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 비준이 위헌이라고 공격하면서다. ‘국회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의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는 헌법 제60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조약은 국가 간에 하는 것인데, 국내법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므로 위헌이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국당이 계속 위헌 주장을 하려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물러서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한국당은 한발 더 나아갔다. 헌법재판소에 비준의 효력정치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서를 냈다. 선행 선언인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의 대통령 비준 재가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므로 원인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 안위에 관련된 군사합의서는 ‘안전보장에 대한 조약’에 해당하므로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으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자가당착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먼저 판문점선언을 무조건 거부해 본회의는커녕 상임위 상정조차 못하게 만든 당사자로서 대통령 비준 재가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행위의 자가당착이다. 또한 북한의 국가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한 것은 그간 자임해온 보수정당의 전통을 부정했다. 이념적 자가당착이다. 이것은 철칙으로 강조해온 국가보안법과 헌법 3조에 위배되기도 한다. 법적 자가당착이다. 실제로는 북한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인정을 전제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한국당은 전략적 행동이라고 자평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사기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한국당의 처지가 그만큼 궁박해졌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남북관계 발전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체제 구축의 길도 닦이고 있다. 그 바람에 수구·냉전 보수가 활개칠 서식 공간이 매우 좁아졌다. 결정적인 것은 ‘표준국가’ 미국의 대북관 변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응함으로써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한 것이다. 최근에는 ‘마지막 희망’이던 일본 아베 총리마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한국당 내부 균열도 심상치 않다. 경기 연천 강원 철원 등 접경지역 한국당 소속 지자체장 4명이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불합리한 당론보다 지역 민심을 우선시한 결단으로 보인다.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한다.

국내외로 이념적 외톨이가 된 한국당이 마지막으로 북한 카드를 꺼내든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북한 국가성 인정’ 카드는 양날의 칼이다. 정부를 공격하는 데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언제든 제 몸을 찌를 수 있다. 특히 70%가 넘는 지지를 받는 판문점선언을 공격하는 것은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의 유일한 희망은 비핵화협상이 깨지고 북·미와 남북이 대결시대로 회귀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한국당은 국민과 싸우게 될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이제 한국당에 퇴로가 없다는 사실이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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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인적 쇄신과 당 혁신에는 반보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이제는 아예 반동으로 회귀할 분위기다. 시대정신과 동떨어진 이념과 정책, 인물 등 모든 영역을 밑동부터 갈아엎는다는 각오로 임해도 폐허가 된 보수의 재건까지는 갈 길이 멀다. ‘김병준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3개월이 넘도록 습관처럼 정부·여당을 공격하고, 행동 없는 구호로만 ‘보수 가치 재정립’을 외쳐댄 것 빼고는 한 일이 없다. ‘좌표·가치 재정립위원회’가 제시한 자유·민주·공정·포용 등 ‘4대 가치’라는 것도 당의 지향으로 실천이 담보되지 않기에 아무런 울림이 없다.

[시사 2판4판]들꽃 (출처: 경향신문DB)

비대위체제로 바꾸고도 침체와 무기력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낮은 지지율에서 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국당이 ‘보수통합’을 들고나섰다. 턱도 없어 보이는 보수 ‘대통합’의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누구든 뭉쳐야 한다”(김용태 사무총장)는 통합의 명분부터가 문제다. 이념이고 노선이고 가릴 것 없이, 무조건 세력만 불리고 나뉜 보수야당만 합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항할 힘이 생기고, 잃어버린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러니 바른미래당을 향해 연대와 합당을 손짓하다가, 소위 ‘태극기부대’와의 통합을 공공연히 꺼냈을 터이다. 인적 쇄신의 권한을 위임받은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은 “태극기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로 극우라는 표현을 써선 안된다”면서 태극기부대도 통합 대상이라고 했다. 대체 박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한테 극우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된다고 하는 발상부터가 황당하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냉전수구의 ‘구체제’를 청산하지 않고는 한국당의 출로는 열리지 않는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문재인 빨갱이”와 “박근혜 구출”을 외쳐대는 태극기부대가 보수통합의 상대라면, 더는 ‘보수 혁신’이나 ‘보수 재건’을 운위하지 말아야 한다. 판문점선언과 북·미 정상이 만나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는 대전환의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위장평화쇼” 운운하며 낡은 이념에 매몰되어 있다가 지난 선거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더욱이 태극기부대와 통합하는 마당에 바른미래당이 동참하라는 건, 정치 도리도 저버린 뻔뻔스러운 발상이다. 애초 지지율 10%대에 고착된 ‘늙은 공룡’이 구심이 되어 보수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것 자체가 몽상에 불과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패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한 줌 기득권을 붙잡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만 고대하는 정당에 지지를 돌려줄 합리적 보수 유권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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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에서 모처럼 울림이 있는 정책을 내놓았다. 여당에선 “전근대적이고 해괴망측”하다며 비아냥댔지만, 출산주도성장 정책은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길을 언어유희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제안의 핵심은 많은 사람이 비난하듯 여성들을 출산 ATM으로 만들어 출산율을 높이자는 게 아니다. 그보다도, 제안자는 몰랐겠지만 아이가 있는 가정에 스웨덴, 독일, 프랑스 같은 유럽 선진국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해 선별복지를 넘어 보편복지로 가자는 것이다.

[시사 2판4판]사람이 먼저다 (출처:경향신문DB)

자유한국당의 제안대로 아기를 낳으면 2000만원, 20세 이하의 모든 국민에게 매년 400만원을 지급한다면 1년에 투입되어야 할 예산은 45조원 정도이다. 큰돈처럼 보이지만, 보편복지를 시행하는 유럽 선진국이 아이 양육지원금으로 사용하는 돈에 비하면 얼마 안된다. 독일에서는 아이가 있는 가정을 위해 해마다 25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다. 프랑스에서도 그에 맞먹는 예산을 사용한다. 여기에 고등학교뿐 아니라 국공립대학의 무상교육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까지 더하면 이들 나라에서는 아이 하나가 커가는 동안 우리보다 훨씬 많은 돈을 사용하게 된다. 이에 비하면 45조원은 보편복지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지불해야 하는 통과비용 정도에 불과하다. 이 길목의 통과를 돕겠다는 것이 야당의 출산주도성장이다.

여당에서는 출산주도성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장난으로만 보는 것 같다. 말장난에 현혹돼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일 터인데, 자유한국당에서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출산주도성장은 사실 소득주도성장의 각론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소득주도성장의 대항담론을 내놓았다고 의기양양해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들어가보면 소득주도성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가 둘 있는 가정에 매달 70만원 가까운 돈이 지급되면 이들 가정의 소득이 크게 늘어나고 이것이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그 돈을 확보하기 위해 고소득자와 지대소득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두면 소득분배 효과도 얻을 수 있으니 출산주도성장이야말로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는 각론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여당이 야당 원내대표의 현 정부에 대한 수준 낮은 비아냥으로 가득 찬 연설 중에 튀어나온 출산주도성장을 거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여당이 야당과의 협치를 모색한다면 진정성이 의심되더라도 출산주도성장을 ‘덜컥’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면 아마 야당도 대통령의 큰 관심사인 판문점선언 비준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출산율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출산율은 선진산업국가가 되어 에너지소비가 크게 늘어나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럽 선진국 중에서는 프랑스와 스웨덴이 출산율이 높은 나라에 속하는데, 두 나라의 출산율이 양육수당을 많이 주기 때문에 높은 것은 아니다. 프랑스는 이미 20년 전부터, 스웨덴은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출산율이 1.9 수준에서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일인당 에너지소비도 늘어나지 않고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반면에 일인당 소득은 그때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고령사회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일본도 두 나라와 차이가 없다. 30년 전에 비해 소득은 크게 늘었지만 에너지소비는 변동이 거의 없고, 출산율은 1.4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30년 전 1.7 수준이었던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인당 에너지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30년 전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났다.

스웨덴, 독일, 프랑스에선 아동 양육지원금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래도 출산율이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출산주도성장 정책을 펴더라도 출산율이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한국당의 제안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것이 보편복지를 본격적으로 열어주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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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콜롬비아는 커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남미 성장을 주도하는 국가로 지난 6월 OECD에 37번째 가입했음은 잘 알려지지 않았죠. 물론 그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성장은 2016년 오랜 내전을 끝내고서야 가능했습니다. 내전은 폭력과 심해지는 빈부격차로 신음하던 농민들이 자위대를 구성하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 초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으로 성장했죠. 길고 긴 내전이 이어졌고 20만명 넘는 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휴전 시도도 있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무장해제였습니다. 정부로서는 당연한 요구였지만 반군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무력은 이들을 정부가 심각하게 대화할 수밖에 없는 상대로 만든 바로 그것이니까요. 무력해제 후 정부가 말을 바꿀 수 있으니 협상은 어려울 수밖에요.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9월20일 (출처:경향신문DB)

콜롬비아의 산토스 정부는 혁명군에게 공간과 시간을 내줬습니다. 여기서 반군은 제한적 활동을 이어가며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지 지켜봤습니다. 동시에 반군이 콜롬비아 사회에 참여할 기회도 주어졌죠. 이런 점진적 방식 덕에 2016년 평화협정이 가능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산토스 대통령의 후임자인 두케 대통령이었죠. 평화협상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그가 대통령이 되자 옛 혁명군들은 들썩이기 시작했죠. 전 혁명군 지도자 몇몇은 조직 재건에 나서고 있습니다. 내전의 기운이 다시 꿈틀대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사정도 콜롬비아 무장혁명군과 아주 다르지 않습니다. 평화를 원하지만 북한도 핵무기를 쉽게 내줄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는 이유가 북한 핵무기가 이제 미국을 위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그러니 핵무기를 포기하는 순간, 북한은 대화 상대로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핵화 이후의 미국을 믿을 수 있을까요? 불안할 수밖에요. 협상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산토스 정부가 그랬듯이, 미국과 한국도 북한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시간을 줘야죠. 북한은 단계적으로 핵을 포기하고, 한국과 미국도 이에 맞는 조치를 하나씩 취해나가야 합니다. 비핵화 이후에도 우리가 공존의 길을 함께 걸으리라는 확신을 줘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의미가 깊습니다.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등 다방면 협력 강화 조치와 비무장지대의 확대, 비행금지구역 설정, 해상기동훈련 중지 등 군사 부문의 협약 모두 북한의 염려를 덜 수 있는 중요한 기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복병은 한국에도 있습니다. 바로 자유한국당입니다.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에 발맞춰왔습니다. 평화와 안정보다는 북한 핵무기 제거에 초점을 맞춰왔죠. 긴장 고조는 2017년 한반도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반북 멸공 이데올로기를 태생적 근간으로 하는 이들로서 사태 해결보다는 극한 대결을 추구한 결과였죠.

촛불정국에 꿇은 무릎도 잠시, 이들은 다시 2018년 평화 분위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4월 판문점 회담 당시 당대표는 “위장평화쇼”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적은 것” 등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심지어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 되려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의 속내를 내보였죠. 원내대표는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 처리도 단칼에 거절했고 이번에는 “평양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드셨는지 모르지만 심각한 오류에 빠졌다”며 억지와 심술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답은 뻔합니다. 남북 인민이 다 같이 환영하는 오늘의 성과가 개성공단 닫히듯 황당하게 사라질 테죠. 우리는 다시 전쟁 위협과 외세 놀음에 휘둘리게 될 겁니다. 촛불혁명에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정신을 못 차린 사람들이니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겠죠. 우리의 안위를 위해서 당장 항의 편지라도 써야 합니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는 2020년 4월15일. 앞으로 570여일 남았습니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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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결과를 깎아내리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비핵화 문제는 거의 진전이 없고 우리 국방력은 상당히 약화시켜 버렸다”며 “(대북)정찰에서 우리 국방의 눈을 빼버리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비핵화 조치에서 종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최소한의 객관적 평가도 없이 회담 흠집내기에만 급급한 보수당의 태도가 참으로 유감스럽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평양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역사적인 합의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보수당은 공동선언문에서 핵 사찰과 핵 신고 리스트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폄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 세계가 환영한 마당에 한국의 보수당만 인색하게 평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혹평은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 남북 모두 지긋지긋한 전쟁 공포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마저 남측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합의라고 주장했다. 서해 북방한계선 해상과 군사분계선 인근 공중에서 적대행위 금지 구역을 정하면서 남측이 과도하게 양보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이번 합의가 남측의 정찰기 운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북한이 유일한 정찰 수단인 무인기를 띄우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비무장지대 내 초소 철수도 이곳에서 대규모로 경작하는 북한이 더 불리하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덮어놓고 비판만 한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다음주부터 속도를 낸다. 잘 풀리면 연내에 종전선언까지 한걸음에 갈 수도 있다. 평양선언이 순조롭게 이행되려면 수많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당 등 보수당들이 진정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태도를 바꿔야 한다.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제대로 따져야 한다.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결정적 시기에 초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당이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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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여야 5당 대표 등 9명에게 동행을 요청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 대표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바람에 문희상 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도 방북하지 않기로 했다. 야당 대표들이 한반도 정세의 고빗길에서 열리는 중요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포기한 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번 초청 대상에는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보수야당 인사들이 포함됐다. 임종석 실장은 “저희가 초청하는 분들이 일정의 어려움도, 정치적 부담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남북 간 새 장이 열리는 순간이며 특히 비핵화 문제도 매우 중대한 시점인 이 순간에 대승적으로 동행해주길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0일 국회의장실에서 진행된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남북관계 발전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뒷받침해야 안정화될 수 있다. 그래야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대북정책이 ‘급변침’하지 않고 일관성이 유지된다. 일관성은 남북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신뢰구축을 위해서도 긴요한 덕목이다. 옛 서독이 동방정책을 부침 없이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은 정당들 간 합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한국당 김병준 위원장은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어떤 진전도 없기 때문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 대표는 “당 대표들이 지금 나서봤자 들러리밖에 안된다”고 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11일 국회를 찾아 대상자들에게 직접 초청 의사를 전달하기로 했지만 결정이 번복될 여지는 많지 않다. 청와대가 공개 초청에 앞서 충분한 사전 설득 노력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문시해온 야당이 이번 기회를 포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진정성이 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기회 아닌가.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국면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들러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동의하기 어렵다. 이런 태도라면 앞으로 ‘의원외교’는 입에 올리지도 말아야 한다. 김병준 위원장과 손학규 대표는 평소 한반도 평화협력을 강조해 왔음을 시민들은 기억한다. 이제 두 사람은 ‘한반도 대전환’의 중대 국면에서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어깃장만 놨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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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긴급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당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도 없이 국민에게 엄청난 재정 부담만 지우는 정부의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밀어붙이기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판문점선언을 국민적 합의 과정을 생략한 채, 비핵화 이행에 대한 확실한 담보도 없이 비준동의해줄 수 없다”고도 했다. 판문점선언의 내용과 국회 처리 절차에 다 문제가 있다며 비준동의 처리를 거부한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9월10일 (출처:경향신문DB)

재정 항목에 구체성이 없다면 제대로 심의하면 된다. 비준동의 후에도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사업별로 예산 심의를 받아야 한다. 비핵화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남북경협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는 점은 불문가지다. 한국당에 앞서 시민이 먼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곧 제출할 재정추계를 보기도 전에 비준동의를 거부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협상 내용에 대한 완전한 공개를 요구하고, 국민적 합의 과정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과거 한국당이 집권할 때 대북 강경정책을 펴면서 일일이 공개하고 시민의 동의를 얻은 바 없다. 국민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면 설문조사 등으로 시민의 뜻을 물으면 된다. 이제 와서 국민적 합의 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케케묵은 ‘퍼주기 논리’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한국당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자 옛날 병이 도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판문점선언이 국회에서 비준되면 정권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독일이 일관되게 통일정책을 펼 수 있었던 것은 통일 기본정책을 정당들 간 합의로 국회에서 비준한 덕분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는 18일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북핵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한다. 그에 앞서 여야가 국회에서 판문점선언을 비준동의해준다면 비핵화 합의에 그보다 큰 동력이 없을 것이다.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는 것인가. 벌써부터 소관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 강석호 위원장(한국당)이 비준동의안 상정을 막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재정추계를 따진다며 동의안 처리를 지연시킬 조짐도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북핵 위기를 키운 데 대한 반성의 기미가 눈곱만큼도 없다. 한국당은 궁색한 핑계만 대지 말고 비준동의안 처리 논의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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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0일 의원연찬회를 열고 당이 추구할 새로운 가치와 이념적 좌표를 공개했다. “인적 청산보다는 새로운 보수가치 정립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한 김병준 비상대책위 체제 출범 이후 한 달 만에 결과물을 제시한 것이다.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은 연찬회에서 “가장 큰 핵심 가치로 자유와 민주를 걸기로 했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혁신가치로는 ‘공정’과 ‘포용’을 내세웠다.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위해선 우선적으로 시대착오적 냉전 이데올로기, 개발독재에서 기원한 강자 위주의 정책, 수구 이념 등에 대한 청산과 단절이 요구되어왔다. 퇴행을 거듭해온 당의 정체성을 시대정신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당위에서다. 하지만 이날 제시된 당의 새로운 가치와 좌표가 그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자유, 민주, 공정, 포용 등은 이미 당의 강령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그럴싸하게 포장만 바꿔서 ‘가치 재정립’이라고 외쳐 봐야 울림이 있을 리 만무하다. 특히 공정과 포용이 그렇다. 한국당이 그간 공정과 사회적 약자 포용에 부합하는 정책을 편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어떻게 다르게 공정과 포용의 가치를 지탱할지, 구체적 비전을 내놓는 게 마땅하다. 기존의 것들에 적당히 분칠해서 내놓은 ‘새로운 가치’는 전혀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상의를 벗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북한에 대한 접근에서 선명해지는 이념적 좌표도 어정쩡하다. ‘안전한 평화’라는 애매한 표현을 동원, 본질적 문제를 우회했다. ‘한반도 평화’ 논의가 가히 혁명적 전환 국면에 들었는데도 아직껏 반북, 반공, 안보 제일 등 낡은 이념의 틀을 떨쳐 버리지 못한 결과다. 그러니 이날 연찬회에서도 “그간 당의 이념·가치가 문제였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반론이 봇물 터졌을 터이다.

김병준 비대위의 한국당이 내놓은 새로운 가치와 좌표가 공명 없는 자기들만의 말잔치로 비치는 까닭은 분명하다. 개혁의 요체인 ‘인적 쇄신’이 전혀 수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새로운 가치 운운해 봐야 공허할 따름이다. 이날 연찬회에서 ‘자유한국당,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박상병 인하대 교수의 지적대로 “인적 혁신 없는 좌표 설정은 추상”일 뿐이다. 그는 “헌정사상 초유의 담대한 인적 혁신으로 구체제 종언을 고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그렇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철저한 인적 쇄신, 한국당 혁신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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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자유한국당은 지리멸렬 속에 계파 싸움만 계속하고 있다. 소속 의원 모두 책임을 공유하며 처절한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의원총회만 열렸다 하면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으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지난 12일 의총에선 친박계 의원들이 김성태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꺼내자, 김 원내대표가 친박계 의원들의 불미스러운 과거를 들춰내는 것으로 맞받아쳤다. 알량한 당권을 쥐겠다고 서로 “네가 나가라”며 죽기 살기로 진흙탕싸움을 벌이는 꼴이 목불인견의 끝을 보는 것 같다. 이런 당에 지난 9년간 나라를 맡겨놓았다고 생각하니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김성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그간 온갖 외부 인사들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퇴짜 맞은 끝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박찬종 변호사,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 전희경·김성원 의원 등 5명의 비대위원장 후보를 선정했다. 이 중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고 한들 뼈를 깎는 진정한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한국당 내에서도 별로 없을 것이다. 당 지도부는 16일 의총에서 최종 의견수렴을 한 뒤 17일 전국위에서 비대위를 발족시킬 계획이지만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또 한 번의 난장판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선거 참패 직후 한국당 의원들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무릎을 꿇는 ‘사죄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그 이후 한국당은 당사를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옮긴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을 느낀다면 가진 것을 다 내려놓고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행동으로 보여줘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혁신과 개혁은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무늬만 바꾼다고 한국당과 보수가 재건될 수는 없다. 그것을 모른다면 바보이고, 알고도 못한다면 폭삭 망하는 길밖에 다른 수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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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