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을 반대하는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원전이 미래 먹거리가 될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향신문이 입수한 한국전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건설 사업’ 자료를 보면 원전 수출의 사업성에 의문이 든다. 자료를 보면 한전은 2010년부터 올 9월까지 UAE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매출이익 1조910억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우선 사업기간이 늘면서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체보상금은 하루 60만달러(약 6억7800만원)다. 그리고 공사비도 수출입은행을 통해 100억달러를 빌려준 뒤 운영수익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지체보상금과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은 마이너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정권이 효자사업으로 치켜세웠던 UAE 원전 수출이지만 헛물켠 셈이다.

2013년 5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2호기 착공식에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 전력당국 관계자들이 현지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원전 수출의 수익성 악화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국에서 사업 포기가 속출하는 이유다. 최근 일본은 도시바, 미쓰비시, 히타치 등이 연달아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 건설 사업을 포기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각국의 안전기준 강화로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세계에 건설 중인 50기의 원전 중 33기 이상의 공사도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원전사고의 위험성, 사업비 증가 등을 감안하면 원전 수출은 노다지가 아니라 ‘고(高)리스크 사업’인 것이다.

(출처:경향신문DB)

세계는 각종 위험이 도사린 원전사업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성장속도도 빠르다. 지난해 풍력발전은 전년 대비 17%, 태양광 발전은 35% 증가했다. 반면 원전 발전량은 1% 증가에 그쳤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재생에너지의 경제성도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미국 전문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2009~2017년 생산전력당 평균 발전비용은 풍력이 67%, 태양광은 86% 감소했다. 그러나 원자력은 오히려 20% 증가했다. 그러니 많은 국가들이 탈원전에 가세하는 것이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키로 했다. 덴마크·스웨덴, 벨기에·스위스도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한국에서만 에너지 전환이 첨예한 논란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최근 방한한 국제적인 에너지 및 핵 전문가는 “원전산업 발전이 새로운 혁신에 장애물이 되는데, 한국이 바로 그런 곳”이라며 안타까워한 바 있다. 세계는 10여년 전부터 에너지 전환에 집중하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만 ‘멸종위기종’인 원전에 매달려 신산업을 외면하면 시대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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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폴란드에서 개최된 기후변화 총회에서는 석탄발전의 어두운 미래가 다시 한번 중요한 의제가 됐다. 여러 연구기관들은 석탄발전의 낮은 경쟁력과 관련한 자료들을 발표했다. 탈석탄동맹과 같은 석탄 퇴출 노력에 대한 지지들도 높아졌다.

한국에 질문이 던져졌다. 석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 세계적인 ‘불량국가’의 하나가 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탈석탄 추세를 따라갈 것인지. 한국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는 매우 위험한 투자를 해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금융기관들이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에서 향후 몇년 안에 석탄발전보다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더 저렴해진다. 그렇다면 한국의 석탄발전 투자는 한국 자산을 각종 사업 실패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다. 석탄발전은 이런 재무적 위험은 물론 대기오염과 같은 막대한 외부효과도 유발한다.

이번 폴란드 총회 개막 당시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와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들은 한국 정부에 석탄발전 사업 지원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또 한국 정부가 국내외 석탄발전 사업 지원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산업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인천 송도 소재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으로부터 추가 재원을 조달받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인 석탄발전에 투자하면서 녹색기후기금의 자금 지원을 바라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국전력, 두산중공업, 포스코에너지, 삼성물산, 현대건설 같은 기업들도 저탄소 미래 선두주자로의 전환에 매우 뒤처져 있다. 이들은 개발도상국들이 아직 석탄발전에 낮은 환경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악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들 나라가 석탄을 이용할 것이라고 맹신한다. 이는 기업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생각 없이 무분별한 이윤 추구에 가깝다. GE는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한 나머지 올해 화력발전 공급 부문의 영업권을 230억달러(약 25조원)만큼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었고 1만2000명을 감원해야 했다. 지멘스도 전력 및 가스 부문에서 6900명을 감원했다. 뉴욕시도 1890억달러(약 210조원) 규모의 연기금에서 화석연료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화력발전 프로젝트가 재생에너지보다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석탄발전소 절반이 위치한 충청남도는 아시아 최초로 탈석탄동맹에 가입하며, 도내 석탄발전소 수명을 25년으로 제한키로 했다. 대기오염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충남도민들의 뜻에 부응한 결정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번 기후변화 총회에서도 태평양 도서국가들은 OECD 국가들이 2030년까지 석탄을 퇴출시킬 것을 요구했다. 석탄은 더 이상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다. 한국이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석탄발전 투자를 중단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석탄보다 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을 지원하고 이끌어야 한다.

<한첸 |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국제기후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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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신재생에너지의 단가가 빠른 속도로 낮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영국에서는 원전의 단가에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 11일 실시된 입찰에서 지금 한창 건설 중인 신규 원전의 공급가격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해상풍력 건설 사업 11건을 승인했다. 그중 2022~2023년부터 운영할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경우 ㎿h(메가와트시)당 58파운드(약 8만7000원) 이하로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건설 중인 신규 원전(힝클리 포인트 C)의 공급가격(92.50파운드)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삼척시 에너지전략실 소속 공무원들이 지난 4일 근덕면 용화리에 자리잡고 있는 삼척태양광발전소(주)의 태양광판넬을 살펴보고 있다. 최승현 기자

이 획기적인 입찰 결과 소식에 영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해상풍력의 경우 약정공급가격이 2012년 이후 5년도 채 안되는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재생에너지의 기술발전과 단가하락 속도는 이처럼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노후화한 원전을 차세대 신규 원전으로 대체하려는 영국 정부의 정책은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낙찰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생산할 전력은 2025년 완공 목표인 힝클리 포인트 C 신규 원전의 발전량(영국 전력공급량의 7% 규모)과 비슷하다. 영국 내 전문가들도 “가장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갖춘 기술발전 덕분에 더는 거스를 수 없는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도래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영국뿐이 아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13일 “미국 내 전력망 공급용 태양에너지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30% 줄었다”면서 “낮아진 인건비와 부품가격의 하락으로 비용감소 목표를 3년 앞당겨 달성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무리 반환경적인 정책을 펴도 신재생에너지의 도도한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원전을 값싼 에너지원으로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국내 친원전론자들은 영국·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좁은 국토에 풍력·수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부르짖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이 좁은 국토에, 그것도 인구 380만명이 사는 밀집지역에 무려 10기의 원전이 들어선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좁은 땅에서 10만년이나 보관해야 할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어디서 찾는다는 말인가. 신재생에너지를 거부할 수 있는 이유는 사라졌다. 그만큼 원전 집착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시대착오적인 일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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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주요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녹색성장지표2017’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 에너지 공급의 1.5%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과 주요 20개국 등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45번째로, 끝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부끄럽고 참담한 ‘재생에너지 후진국’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잠재적인 주요 재생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OECD 지적에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 실제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1990년 1.1%에서 2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04%에서 1.42%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보다 더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지표는 없을 터이다. 정부가 그동안 재생에너지 개발에 관심이나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참담한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정부의 정책 실패의 결과다. 노무현 정부 이후 재생에너지를 강조했지만 구호에 그쳤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이마저도 후퇴시켰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철학도, 전망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녹색성장을 내걸었으면서도 4대강 개발이란 토건사업에 집중하고, 녹색성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하면서 김대중 정부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환경부 장관 직속으로 격하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과 원유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세계 평균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시대를 선포하고 청정에너지 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를 지속가능발전위에 통합해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늦었지만 당연하고도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에너지산업 및 전력요금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OECD 보고서에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있다. 일부 유럽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증했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정부의 정책 지원 덕분이라는 점이다. 청정에너지 개발을 지원할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력만이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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