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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17 국회·정당개혁으로 ‘촛불 2돌’ 맞이하자

10월이면, 분노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모인 지 2년이 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그 이전부터 쌓여가고 있었다. 불평등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소수의 특권층들이 사실상 지배하는 국가가 된 지 오래였다. 그 결과 사회 곳곳에서 불공정이 심각해졌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정치는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그래서 ‘이게 나라냐’는 외침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 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조기 대선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변화는 있었다.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던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그것만 해도 큰 변화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1년을 기념하는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적폐청산 사회대개혁이라고 적힌 컵을 받친 촛불을 들고 있다. 이준헌 기자

그러나 국내 문제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정치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 행정개혁, 지방분권 등 실질적인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 개혁과제들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개혁들이 실행되지 않으면, 기득권 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치솟는 집값은 성실하게 일해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뼈저린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결코 장만할 수 없다는 것만큼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주는 일이 또 있을까?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1년 동안 받는 급여보다 1주일 사이에 뛰는 집값이 더 크다는 사실만큼 ‘일할 의욕’을 꺾는 일이 있을까?

더 화가 나는 것은 정부의 고위직과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서울 강남에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을 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오르는 집값의 수혜자가 되고 있는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실 행정부보다 더 문제가 큰 것은 국회다. 청와대나 정부 부처에 있는 사람들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골고루 임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전국의 지역구에서 골고루 뽑게 되어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 중 64명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강남3구에서 선출되는 지역구 국회의원 정원은 8명인데, 그보다 8배의 국회의원들이 서울 강남에 집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지금의 답답한 상황을 극복할 돌파구는 국회개혁과 정당개혁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래 국회의원을 선출직으로 뽑는 이유는 민심이 고르게 반영되는 의회를 구성해서 법률을 만들게 하고, 기득권 엘리트화되기 쉬운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의 국회는 행정부보다 더 기득권화돼 있다. 물론 국민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회에 대한 불신은 하늘을 찌를 정도다. 국회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커진다. 그러나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임기 5년의 단임제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픈 얘기일 수 있지만, 이제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들도 대통령에게 과도한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좋다. 대통령이나 주변 참모들도 ‘우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좋다. 최선을 다하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임기 5년의 대통령은 전임 정권의 한계 위에서 출발하고, 후임 정권의 불확실성 속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책의 책임성과 지속성을 담보해야 하는 것은 결국 국회이고, 국회를 구성하는 정당이다. 지금 부딪히고 있는 문제들의 근본 원인은 국회가,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데 있다. 집값이든, 일자리든, 미세먼지든 관련된 법률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해 배분하는 것은 국회의 역할이다. 그런데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니, 대통령에게 모든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고, 대통령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지지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 국민들의 분노도 국회로 향해야 하는데, 애시당초 기대가 없기 때문에 분노도 그쪽으로 향하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또한 정치 선진국의 경우 선출직들은 교체되지만, 정당들이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한다.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당들이 치열한 논쟁을 해 가면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정당들은 아무런 기능을 못한다. 국고보조금만 받아먹는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다음번 선거 승리에만 목을 맨다. 국민들의 삶이 파탄나도 자신들이 권력만 쥐면 된다는 행태다.

이런 국회와 정당을 두고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촛불 2주년의 슬로건은 ‘특권·기득권 국회 개혁’이 돼야 한다. 해법도 이미 나와 있다. 표심을 왜곡시키고 거대 정당들의 기득권만 유지시켜주는 현행 소선거구 제도를 바꿔야 한다. 각 정당들이 받은 득표율대로 전체 국회 의석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정당들이 책임있게 정책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마침 국회에서도 정치개혁특위 구성이 예정되어 있는 등 선거제도 개혁이 뜨거운 쟁점이 되어 있다.

그래서 촛불 2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행동한다면, 광화문이 아니라 국회 앞에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 앞에는 정당들의 사무실도 몰려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곳은 이들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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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