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벚꽃 대선을 치르면서 시민들은 새로운 미래에 기대가 부풀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보면서 ‘대통령이 복이 많다’고 했다. 성장률도 높아지는 데다 시민들의 높은 지지까지 있으니 꽃길만 걸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수요를 일으키고, 혁신성장으로 공급을 확대하며 이를 뒷받침하도록 경제시스템도 공정하게 고치겠다고 했다. 소득 증가를 수요와 공급,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일자리 늘리기’를 청와대 1호 사업으로 정하고 일자리 전광판까지 세웠다.

그런 뒤 2년이 흘렀다. 기대는 빗나갔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과속에 따른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혁신성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실상 ‘공회전’ 중이다. 경제성장률도 직전 정부의 성장률에 못 미친다. 전 정부의 관성이 남아 있던 2017년 GDP성장률이 3.1%로 가장 높았고 지난해 2.7%, 올해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제성장률 하락 시점이 같다는 점은 우연이라 볼 수 없다. 일자리 실적은 극히 부진하다. 30만명대 증가에서 지난해에는 1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인구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인구 감소 영향도 있으나, 일자리 감소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다. 특히 경제의 허리층인 30·40대와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뼈아픈 부분이다. 벚꽃이 떨어지듯 지지도도 하락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피해왔다. 지난달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 증가세가 확대되고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 다행”이라고 말했다. 각종 지표나 현장의 목소리와 다른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정말로 경제가 잘되고 있다고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가 심리인 만큼 희망을 주기 위해서, 아니면 한번 밀리면 끝까지 공격당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추경예산안을 내면서 스스로 경제가 나쁘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높은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무엇이 문제인가.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어젠다를 실행할 준비가 부족했고 책임감도 떨어졌다. 소득주도성장의 대표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은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었으나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됐다. 시행에 앞서 고용시장에서 감내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아무리 좋은 처방전이라 해도 약물을 과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처음 처방이 과도했다면 조절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소득주도성장 책임자였던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나도 최저임금을 그렇게 많이 올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럼 누가 책임지라는 말인가.

1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청에서 열린 '2019 용인시 일자리 박람회'가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청와대는 독주했고 소통은 부재했다. 출범 초기 청와대와 경제부총리의 불협화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어 경제수장이 바뀐 뒤에는 잡음은 없어졌으나 정부가 청와대의 실행부서가 되었다. 각 부처가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는 늦어진 데다 11개 부처는 서면보고로 대체했다. 대통령 업무보고는 각 부처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지만 사라졌다. 또 한국의 경제현실에서 기업은 좋든 싫든 대화의 상대다. 그런데 적폐라는 프레임으로 대화는 실종됐다. 간간이 ‘보여주기용 만남’이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재벌개혁이 제대로 된 것도 아니다. 자영업자와 대통령의 대화가 이뤄진 건 올해 들어서다. 대화와 소통으로 의견을 나누고 창의적인 해법을 만들 수 있으나 그 길이 막혔다.

문재인 정부는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지면서 조급증에 빠졌다. 한방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그게 토건사업이다.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해 54조7000억원, 생활SOC 사업에 48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을 돌면서 요청받은 지역개발 사업이 134조원에 이른다. 다음 세대에 짐이 될 사업들이다. 4대강 사업 22조원을 비난하던 여당이 맞는지 싶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건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이 홀대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 빈부격차는 분기 기준으로 2003년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 저소득층이 피해를 입는 사회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두번째 벚꽃이 지고 있다. 정부는 정책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사이 많은 자영업자들이 나락으로 추락했다. 한번 해체된 가계의 ‘경제적 부활’이 힘들다는 것은 이미 외환위기가 교훈으로 남긴 바 있다. 경제는 고상한 구호가 아니라 밥의 문제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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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유명했던 고 정운영씨(1944~2005)를 나는 교수로 기억한다. 큰 키에 중후한 목소리, 조리 있는 말솜씨. “결혼은 하셨나요”라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제가 결혼도 못했을 것처럼 보이나요”라고 유머로 답하던 여유까지. 30여년 전 강의실에서 본 그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한국의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던 그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 무슨 얘기를 했을까. 요즘의 상황이 답답해 인터넷을 찾아보는데 그가 1988년 8월 한겨레신문에 쓴 칼럼이 눈에 띄었다. ‘성장, 안정, 복지…그래서?’라는 제목이다.

“우산 장수와 나막신 장수에게 각기 딸을 시집보낸 부모가 가지는 걱정, 그것은 경제정책의 입안자들이 지닌 고민의 내용을 아주 잘 설명해 준다. 우산과 나막신을 파는 데 고루 이로운 날씨가 없듯이, 한 사회의 모든 계층에 두루 유익한 경제정책이란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좋고, 노동자도 좋은 정책이 있으면 세상에 다툼이 없을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십수년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를 출입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파이를 키워야 한다”였고,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트리클 다운’(Trickle Down·낙수효과)이었다. 요지는 ‘대기업이 잘되면 노동자까지 혜택을 본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대기업이 많이 성장했고, 파이가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헬조선’이란 말은 일상어가 됐다. 그 영향으로 ‘사람 중심 경제’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폈다. 낙수효과 대신 분수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공약대로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다.

보수의 불만이 엄청나다. 기승전-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라가 망하기 일보직전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모양새다. 최근 고용 사정이 나빠지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1% 인상되면 고용이 0.05%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3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0.7명 순증시키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제조업과 도소매업에서 고용을 감소시켰지만 전 산업 고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이들에게는 의미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25~65세 일자리 21만개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만 강조한다. 경기변동이 고용에 미친 영향 역시 이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출처:경향신문DB

며칠 뒤면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된다.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라는 편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5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지난달에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주택가의 한 반지하 월세방에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에게는 노인기초연금 25만원 외에 받은 정부 지원금이 없었다. 한국 경제는 지난 5년 동안에도 성장했지만 이들에게는 온기가 미치지 않았다. 성장 없이 복지 없다는 주장을 배척할 수는 없지만, 무너진 낙수효과의 신화에 다시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운영 교수는 칼럼에서 “이제 사회의 생산력은 같이 나누어도 좋을 만큼 충분히 발전했고, … 복지에 관한 한 정치 권력의 의지와 결단만이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며 당시 정부에 대해 ‘의지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살아 있다면 다시 ‘의지의 점검’을 당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지’ 하면 떠오르는 얘기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다. 90세 노인 우공은 “내 비록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내가 죽으면 아들이 남을 테고, 아들은 손자를 낳고… 이렇게 자자손손 이어 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저 산이 평평해질 날이 오겠지”라는 말로 천제를 감동시켜 산을 옮기게 한다. 이 정권에서 안되면 다음 정권, 아니면 그다음 정권에서는 원하는 사회를 이룰 것이라며 밀고 나가면 최소한 지금보다 세상이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조건은 있다. 정운영 교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우파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 아느냐.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맞는 말이다. 가진 사람들의 것을 못 가진 사람들과 나눠 갖게 만들려고 하는 최저임금 인상을,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을’인 가맹점주와 또 다른 ‘을’인 아르바이트생 사이의 싸움으로 끌어가는 능력이 대단히 교묘하다. 이들과의 논쟁에서 실력으로 이기지 못하면 사회를 바꿀 동력을 얻을 수 없다. 다행히 요즘 학생들은 우리 때보다 공부를 훨씬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세상은 점점 좋아질 것이다.

<김석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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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 등에 관해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기자들에게 “내년 3월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이 고용 악화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대통령과 경제정책 수장이 한목소리로 속도조절론을 꺼내든 게 심상치 않다. 정부는 지난 7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접었다. 이번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늦추려 한다. 재계와 소상공인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충남 아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서진캠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로부터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계는 고용 악화의 책임을 최저임금에 돌리며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나 고용 악화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조선·철강 산업 등 산업기반 약화와 신흥국의 추격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경제정책은 재계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달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 단위시간을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연한 근로시간 활용으로 근무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노동자 건강권이 우선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6개월 확대’는 굳어져 가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앞세우고 출범했다. 그러나 집권 1년 반을 지나면서 노동정책은 후퇴하는 양상이다. 이행되지 못한 공약이나 약속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일정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하청 및 외주업체의 비정규직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대선공약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재계의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정책이 우회전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노동의 양보 없이 경제활성화는 어려운 일일까. 고용 악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고육지책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양보를 요구하기에 앞서 이것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묻고 싶다. 노동계의 고충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노동 존중’ 아닌가 싶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동현안을 대화로 풀어가자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빠진 경사노위에서 첨예한 현안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도록 재삼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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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취업자가 1년 전에 비해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고용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급기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의 고용 악화는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의 구조조정과 불황이 서비스업으로까지 번지는 경기적 요인에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같은 원인에 맞춰 당장의 추락한 고용지표를 회복시킬 단기적 처방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용 여건을 개선할 중장기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

2018 서울국제트래블마트 관광산업 취업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을 찾은 구직자가 12일 채용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김영민 기자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는 3000명으로 지난 7월 5000명에 이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실업자는 1년 전보다 13만4000명 늘어난 113만3000명으로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36만4000명) 이후 가장 많았다. 청년(15~29세) 실업률도 10.0%로 8월 기준으로 1999년(10.7%) 이후 가장 높다. 무엇보다 도·소매업 취업자가 12만3000명 감소하는 등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불황으로 내수가 줄면서 서비스업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 고용 등이 줄어든 이유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곤혹스러운 입장이 드러난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에둘러 표현해 오던 김 부총리가 속도조절론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김 부총리는 이미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바꿀 수 없고 최저임금 결정 제도의 개선 등을 예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부총리의 언급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의 각론에 대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악화의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저임금이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최저임금 정책에서도 한국 사회의 최대 문제인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선방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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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동자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전략에 대한 일부 소상공인들의 우려에 보수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지난달 29일 광화문광장에서 소상공인단체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최저시급 1만원을 주장하는 노동자는 소상공인의 적이 아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본질을 외면하고 해법을 잘못 짚었다. 소상공인 생존권이 위태해진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로 인한 소득격차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60% 수준이다. 외환위기 시절 77% 수준에서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심각하다.

그 원인의 단초는 외환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국 소상공인 1만여명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규탄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당시 정부는 대기업의 수출 주도를 장려했고 대기업에 온갖 특혜를 주었다. 대기업은 고용인원을 감축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을’의 입장인 비정규직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도 뛰어들었다. 비정규직의 자영업 진출은 이때부터 가속화되었다. 또한 ‘을’들인 자영업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제적 양극화의 소외된 울타리에 남게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30대 재벌 대기업 자산 유보금은 70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지난 5년 동안 늘어난 유보금이 176조원을 넘는다. 서민들의 가계부채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 대기업은 자산 보유액이 늘고 있지만 골목상권까지 잠식하고 있다.

1996년 유통시장 전면 개방 후 대형마트, 백화점, 프리미엄 아웃렛,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심지어 떡볶이 매장까지 체인화했다. 이로 인해 소상공인, 골목상권은 초토화됐다. 뿐만 아니라 임대료 인상으로 인해 권리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현실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과도한 체인점 수수료로 인해 소상공 영세자영업자들은 초주검에 이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소상공인 생존 문제는 시급 1만원의 문제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온갖 특혜로 자산을 축적한 ‘갑’인 재벌 대기업이 시장경제 침탈과 불공정거래 등으로 ‘을’들인 소상공인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구조에 원인이 있다. 소상공인과 비정규직은 같은 ‘을’들로 동전의 양면이며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다. 진심으로 서민, 소상공인, 노동자를 생각한다면 보수정당은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여야를 넘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정재안 | 소상공자영업연합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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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들은 내부적으로 치열한 토론이 오갈지라도 이견 자체를 밖으로 잘 표출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 관료들 간 갈등이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문 정부에서는 예외적인 현상이 빚어지면서 한국경제의 한 리스크 요인이 돼 왔다. ‘늘공’(늘 공무원)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어공’(어쩌다 공무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얘기다.

앞서 청와대 개편에서 자리를 지킨 장 실장에 이어 8·30 개각에서 김 부총리가 유임되면서 둘의 갈등은 일단 봉합된 모양새다. 그럼에도 충돌지점을 찾아내고 교정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두 사람을 ‘김&장 갈등’의 프레임에 가둬놓으려는 세력이 엄존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회동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사실 문 정부 출범 초부터 두 사람 간 갈등은 예고된 측면이 있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취임사에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세 개의 축이 필요하다며 사람중심투자,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언급했다. J노믹스의 3대 축 가운데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는 포함시켰지만 소득주도성장 대신 사람중심투자를 내세웠다. 필요하다면 논쟁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에게 주문했다. 소득주도성장이 가져올 경제적 논란을 예감하고 좀 더 포괄적 개념인 사람중심투자를 꺼낸 건 아니었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싸고 두 사람의 발언은 온도차를 드러냈고, 경제주체들이 불안해하는 이유가 됐다. 소득분배와 고용 악화를 계기로 최근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 수정·보완을 암시했고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을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으니 갈등이 더 커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당초 김 부총리는 개혁의 충실한 집행자 역할을 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내건 문 정부의 개혁 밑그림을 장 실장이 짜고 김 부총리는 집행자로 역할이 나뉠 것이란 분석이었다. 김 부총리가 현 정부와 특별한 연줄이 없었다는 점도 이런 분석의 근거였다. 실제 김 부총리를 건너뛰고 여당과 청와대 중심으로 세제개편안 등 주요 경제정책이 결정되면서 김동연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아마 이는 김 부총리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을 가능성이 높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갈등 이면에는 김 부총리의 사고와 스타일을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장 실장의 책임도 있다고 보여진다. 한편으로는 장 실장이 김 부총리의 개혁성과 추진력에 만족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문 정부의 경제정책에 우호적인 진보진영에서는 김 부총리가 소득주도성장 방어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최저임금 인상만 아니면 경제가 풀릴 것처럼 야당이 말하는데, 경제부처가 부화뇌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둘의 갈등을 증폭시킨 외부세력의 책임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보수세력은 ‘소득분배·고용 악화→최저임금 탓→최저임금 인상을 주요 정책으로 하는 소득주도성장 흔들기→장하성과 김동연 갈라치기→장하성 교체 요구’로 끊임없이 공격을 가했다. 김 부총리가 자유한국당의 비호를 받고 자유시장경제의 수호자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다. 소득주도성장이 반기업정책의 상징처럼 돼버린 것도 두 사람의 갈등이 낳은 안타까운 장면이다.

둘의 갈등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예상외로 갈등의 골이 더 깊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관가에서 둘의 관계가 심상치 않게 금이 가 있다는 말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고, 시장에서도 상당부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서민, 영세상인, 비정규직, 청년들이 많다.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는 걸 막고 포용적 사회로 가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둘이 빛 샐 틈 없는 공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찰떡 공조를 이뤄내길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 김 부총리는 개혁성향을 좀 더 강화하고, 장 실장은 보다 실용적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의 저서 <위대한 탈출>을 읽고 왔다며 한국경제에서 양극화 해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서진이 써준 원고를 물리치고 본인이 직접 준비했다고 했다. 이런 그가 소득주도성장의 강력한 집행자로 나선들 이상할 게 없다. 현재 소득주도성장을 어려움에 처한 한국경제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참 나쁜 프레임이 횡행하고 있다.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장 실장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개혁의 굳은 심지를 유지하되 지혜롭고 유연하게 대처하길 바란다.

<오관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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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자식을 키우는 50대 여성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성장이 잘 안 되고 있음을 인정하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던진 발언이었다.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다시 한번 이 사건을 언급했다. 같은 당의 김용태 사무총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괴물이 노동취약계층의 국민들을 죽이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눈 하나 깜짝 않는다”라고 한탄했다.

반전이 일어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 사연의 주인공이 가공의 인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성태 원내대표 발언의 근거는 8월24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였는데, 오마이뉴스가 대전의 검·경찰에 확인해본 결과 그런 사건을 찾을 수 없었다고 보도하면서 ‘가짜 뉴스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경제는 29일, 다시 후속 보도를 실었다. 고인의 나이와 상황에 착오가 있기는 했으나 ‘가짜 뉴스’는 아니었다는 해명이었다. 다소 옹색한 변명이었다. 원 기사는 제목과 첫 문장에서부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하며 마치 이로 인해 한 50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작성되었는데, 후속 보도에서는 한 30대 여성의 어려운 경제사정과 불행한 결말을 상술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라는 모호한 간접 취재 문장을 보태기는 했지만, 고인이 일을 못 찾아 고생한 것은 올해 초부터였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과는 시기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큰 연관이 없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정책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하지만 한국경제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원 기사가 ‘가짜 뉴스’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불성실한 오보였을 뿐이다. 물론 ‘악의적·의도적 오보’인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자연스레 의문이 생긴다. 가짜 뉴스와 오보는 무슨 차이인가? 왜 한국경제는 “사실관계에 오류가 발견되어 정정합니다” 정도의 정정보도 대신 기사를 삭제하면서도 “가짜 뉴스 논란은 유감”이라며 성을 냈을까?

가짜 뉴스(fake news)는 원래 특정 의도를 가지고 사실이나 사진·영상을 조작하여 만든, 기사는 아니지만 기사 형식을 갖춘 텍스트를 지칭한다. 비방이나 풍자가 목적일 때도 있고 단순히 이윤 창출을 위한 기만행위일 때도 있다. 권위 있는 언론사가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잘못된 사실관계가 포함된 기사, 낚시성 기사, 유언비어, 편향된 의견 기사 등을 묶어 몽땅 가짜 뉴스라 부르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 타임스를 가짜 뉴스라 부르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을 보면 이 용어의 오용이 반드시 영어 해석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느슨한 용어 사용의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기사나 언론매체를 ‘가짜 뉴스’라 부르는 순간 그 매체의 신뢰도가 급락하기 때문이다. 실증적으로 검증된 효과이다. 그러니 소득주도 경제성장 모델을 지지하는 이들은 한국경제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 정의하려 들고, 한국경제는 (오보일지언정) 가짜 뉴스는 아니라고 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담론 현장에서 ‘가짜 뉴스’는 ‘(질적으로) 나쁜 뉴스’의 수사적 표현이 되어버렸다. 굳이 구별하려 하지 않거나, 어쩌면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혼용한다. 문제는, 덜 나쁜 뉴스와 아주 나쁜 뉴스, 뉴스를 가장한 기만, 심지어 그냥 마음에 안 드는 뉴스들을 모두 ‘가짜 뉴스’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퉁치다 보니 언론 전반의 신뢰도는 급격하게 하락하고 ‘좋은(잘 만든) 뉴스’에 대한 판단 기준도 흔들린다는 점이다. ‘나쁜 뉴스’가 지난 몇년 새 갑자기 생긴 것 같은 착시감마저 주게 된다. 나쁜 뉴스를 가짜 뉴스라 부르는 바람에 언론의 진짜 위기는 가려진다.

‘기레기’라는 단어도 ‘가짜 뉴스’만큼이나 모호하고 공격적인 단어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애초에 돈이나 권력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자신의 직무와 능력을 악용하는, 혹은 언론인으로서의 전문성이나 사명감은 없이 특권만 누리려는 기자들을 지칭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냥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기자들을 총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현장 취재도 안 하고 부정확한 기사를 싣는 기자의 안이함을 차분하고 꼼꼼하게 비판하는 대신 ‘기레기’ 한 마디로 끝내버리면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기자의 진짜 문제는 가려진다. 모두가 기레기가 되면 나쁜 기자는 남지 않는다.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등장한 가짜 뉴스를 찾아내 걸러내는 일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질 낮은 기사를 비판하고 좋은 뉴스를 격려하는 일은 더 중요하다. 가짜 뉴스가 아니라고 다 진짜 뉴스는 아니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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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7월 고용쇼크와 관련, “청와대가 현 고용부진 상황을 엄중히 직시하고 있다”며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밝히자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부처를 출입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특단의 대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메시지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장하성 정책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관련 발언에 먼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윗선에서 국민들의 체감을 강조하면 부처들은 대책들을 한꺼번에 내놓는다.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재정지출은 늘리겠다는 식이다. 최저임금은 올리면서 가격이 지역 평균보다 낮은 식당을 ‘착한식당’으로 지정해 홍보해주려 한다. 공평과세를 강조하면서 비과세 혜택을 늘리고 자영업자 세무조사 면제라는 정책을 내놓는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면서 소상공인을 몰아낼 혁신을 가져올 창업은 장려한다.

정부가 눈앞의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해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면 지향하는 게 뭔지 혼란스러워진다. 대책 발표 당일 수치도 정확하지 않은 엉성한 보도자료가 나오거나, 보도자료에 적혀 있는 대로 관련 부처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담당자가 아니다”라는 대답을 몇 번 들으면 ‘특단’을 위해 ‘급조된 정책’이라는 의구심이 들고 만다.

일자리안정자금 등 당장 무언가를 하는 것 같지만 기한은 한정돼 있고 효과도 의심스럽다는 비판을 받는 지출이 많아지는 것도 조바심 때문일 것이다. 지출을 늘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복지제도를 탄탄하게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제조업 경쟁력 약화, 청년인구 감소, 자영업 과당경쟁,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가지가 고용위기 원인으로 꼽힌다. 장 실장은 이번에 특단의 대책을 약속하지 않았다. 국민은 고통 속에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정부가 그간 쏟아낸 모순적인 정책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 서로 충돌하지 않는 빈틈없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했으면 한다.

<박은하 | 경제부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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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뜨거운 이슈다.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된 시급 8350원, 월급(209시간 기준) 174만5150원으로 발표한 이후 노사 양측 모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주가 알바 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편의점과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아쉬운 점은 많은 언론 보도에서 인상된 최저임금이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였는지는 빠진 채 인상에 따른 부담만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높이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어보려는 정부와 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기업의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일정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단기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지원책은 필요하지만, 최근 일부에서 주장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도’와 같은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은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

얼마 전 중소기업중앙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방문해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도’를 제안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수습”이라는 딱지를 붙여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1년 차에는 최저임금의 80%, 2년 차에는 90%로 임금을 삭감하여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회는 내국인과 대비하여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이 평균 87.5%에 불과하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했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20대 국회에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차등적용)하는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되어 있다.

그러나 최소한 법적으로 헌법 위반이 분명하다. 2007년 헌법재판소는 외국인 노동자를 ‘연수생’이라 부르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권리를 일부 배제하였던 ‘산업연수생 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당시에도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생산성에 비하여 높으므로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전체적으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현행법에도 어긋난다. ‘근로기준법’은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제6조)고 정하고 있고,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도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여 처우하여서는 안 된다”(제22조)고 적시하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 중에서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에게만 최저임금을 감액하는 경우는 없다.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필부의 상식에 비춰보더라도 이건 너무 비겁하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은 매년 오를 수밖에 없고, ‘최저임금이 곧 최대임금’인 저임금 일자리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상은 점점 확대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로 시작된 차별은 고령 노동자, 청소년 노동자, 단시간 알바 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집단으로 이어질 것이다. 당장 지금은 나보다 힘이 약한 사람을 밀어내는 것이 강자가 지배하는 시장의 규칙을 바꾸는 것보다 쉬운 일이긴 하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820원 오른 시급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최저임금 꼼수를 막고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고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불공정한 편의점 가맹계약을 바꾸기 위한 을(乙)들의 연대다.

<조영관 |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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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5%포인트 떨어진 62%로 나타났다. 갤럽 조사로는 취임 이후 최저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6·13 지방선거 이후 6주째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하락세가 장기화·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추세라면 60%대 지지율도 위협받을 수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최근의 경제상황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부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37%), ‘최저임금 인상’(12%)이 가장 많았다. 자영업자 지지율은 67%에서 55%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문 대통령의 강고한 지지층이었던 20대 지지율이 77%에서 60%로, 한 주 새 무려 17%포인트가 빠져나간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여름휴가 직전 주말인 지난 28일 경북 안동 봉정사의 영산암에서 자현 주지스님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유네스코에 등록된 국내 산사 7곳 중 봉정사만 방문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제공

정권 초기 높은 국정 지지율이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떻게 보면 한때 80%대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일 뿐 집권기간 내내 유지되리라 기대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의 지지율 급락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경제·민생을 이유로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나오는 것은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금 나라 경제는 성장 엔진이 식고, 일자리 창출은 힘겨워졌다. 20대 민심 이반은 고용대란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에서 대통령 직무에 대한 긍정 대 부정 평가가 지난주 43% 대 40%에서 32% 대 44%로 처음으로 역전됐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는 중도층이 등을 돌린다는 신호다. 30~40대의 지지율 하락 역시 현안에서 빚어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 때문일 것이다.

지지율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시민의 지지는 정부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여소야대 현실에선 시민의 지지가 더욱 절실하다. 지지층은 집권 2년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이제 구호나 슬로건이 아닌, 정책으로 승부하고 성과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집단의 이해가 상충되는 현안을 해결해내는 역량도 바라고 있다. 때마침 문 대통령은 30일부터 5일간 하계 휴가에 들어간다고 한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높은 지지율에 안주해 여야 협력을 통한 민생 문제 해결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국정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이제는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내놓고 설득력 있는 소통 방식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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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최저임금안이 지난 7월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되었다. 올 상반기 내내 이견과 갈등의 중심에 있던 최저임금 이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다양한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노동계와 자영업 소상공인들은 모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임금 노동은 OECD 최고 수준이며, 학계의 연구들에 따르면 임금 불평등이 가계소득 불평등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노동시장을 개선하고 불평등을 완화하여 내수 확대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데 최저임금은 핵심적인 전략이다.

다만, 최저임금은 매우 강력한 정책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꽃인 가격을 조정하여 전국적 표준을 설정하는 정책이다. 2000만 임금노동자의 거의 25%인 500만명이 직접 적용 대상이 되고 700만 자영업자들도 영향권 안에 들어온다.

가격정책은 물가, 수요, 생산성, 복지지출, 구조조정 등에 매우 광범위한 효과를 가져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호프집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 세번째)과 함께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 편의점 점주 등 퇴근길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의 퇴출과 저숙련 인력의 일자리 기회 축소라는 구조조정 효과가 먼저 나타날 수도 있다. 구조조정의 과정은 기쁨과 환호, 분노와 좌절, 갈등과 대립의 과정이다. 90%의 승자보다 10%의 패자가 정치를 지배한다. 고통의 한계비효용이 쾌락의 한계효용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과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가격정책의 부담이 크다면 소득정책의 결합과 보완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숙련 계층의 일자리 상실과 실업을 과도하게 유발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늦추고 소득보장정책으로 보완하는 것이 좋다.

2017년 사업주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3조원 지원한 것이나 근로자를 지원하는 근로장려세(EITC·Earned Income Tax Credit)를 4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근로장려세는 최저임금의 대체재 성격의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가 근로장려세 수혜자일 수 있다.

일종의 구조조정펀드인 일자리안정자금을 한시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좀비기업 과잉과 존속을 유발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자영업 감소 속도를 보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또한, 근로장려세가 차상위 계층 대상 정책이기 때문에 저임금 일자리 기회조차 어려운 가계소득 최하위 10%의 빈곤층에 대해서는 또 다른 소득보장정책이 필요하다. 기초연금 조기 도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최저임금의 계층별 효과를 고려하여 소득보장정책의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소득 보장 수단으로 저임금·저생산성 일자리가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비전인지에 대한 고민도 제쳐둘 수는 없다.

저숙련 인력들은 저임금 일자리만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가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 정책 이외에 저임금 일자리 개선과 구조조정의 장기적 비전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모두 급한 것은 맞다. 저임금 노동자나 자영업자, 소상공인 모두 어려운 것도 맞다. 그러나 2017년 최저임금 20.6% 인상을 추진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민주당이 2018년 6월 선거에서 패배했다.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 여야 합의의 정치가 부재하고 노사 간 신뢰가 약한 사회에서 장기 시야와 정책 방향을 가지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인상의 장기적 전망을 가지기 위한 사회적 신뢰와 대화, 타협은 필요하다.

최저임금은 우리 경제, 산업, 노동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키를 쥔 정책 수단이다. 취약계층 고용 감소와 같은 부정적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나지만, 내수 확대, 일자리의 질과 생산성 제고, 산업구조 고도화, 복지지출 절약 등과 같은 긍정적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난다.

최저임금 인상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다양한 정책 조합을 고려하고, 이해당사자들의 타협을 유도하면서 단기적으로 과잉정치화된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좀 더 장기적인 시야에서 사회적 합의와 타협으로 이끌어내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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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은 선악의 문제였다. 대통령이 선을 선택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정당한 것이었고, 정당성은 즉각 힘을 발생시켜 문제 해결에 작용했다. 민생문제는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선의는 자영업자에게는 악의로 받아들여진다. 이익과 이익이 충돌하는 생존 경쟁의 장에서 선악의 구분선은 희미하다.

물론 민생문제에도 적폐와 같은 공동의 적이 있다. 경제 기득권이다. 하지만 쉬운 상대가 아니다. 불패의 신화를 자랑한다. 가난한 자들끼리 생존 경쟁에 내몰려도 그 원인을 제공한 경제 기득권은 미동이 없다. 적폐 청산에 선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민생 문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개혁의 주체가 바로 서지 못하고 있다. 과거 청산을 위해 하나로 뭉쳤던 세력이, 지방선거 이후 세상의 관심이 삶의 문제로 옮겨가자 봉인되었던 차이를 드러내며 분열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자기 관점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 지지층 사이에서도 불만이 고개를 든다. 최저임금 인상에 저소득층과 노동계, 영세자영업자가 다른 이유로 비판적이다. 침묵하던 진보적 지식인은 사회경제 개혁 후퇴를 경고했다. 무기력했던 보수세력도 목소리를 낸다. 정부를 공격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던 보수당이었다. 그런데 민생을 명분으로 대정부 공세를 하자 쑥쑥 먹혀들어가는 느낌이다. 시간이 갈수록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오르고, 정부·여당 지지율은 그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보수야당은 수세에서 공세로, 여권은 공세에서 수세로 입지가 바뀌었다. 그 사이 정부는 책임을 묻는 자에서 책임을 지는 자로, 문제 제기 자에서 문제 당사자가 되었다. 사방에서 공격을 받은 정부는 이젠 고립무원의 지경이다.

☞ ‘이대근의 단언컨대’ 팟캐스트 듣기

강자가 지배하는 사회 경제 현실에서 특정 정책을 고립적으로 추진하면 을들의 생존 게임, 즉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처하기 쉽다. 각자 최선을 추구한 행위가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나쁜 결과로 돌아오는 것이다. 서로 연계된 정책의 집합이 필요하다. 그래야 특정 정책이 개별 집단에 불리하게 작용해도 다른 정책으로 상쇄할 수 있다. 게다가 사회경제 개혁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고 단기적 효과는 엇갈리기 쉽다. 단기간 불이익을 받는 이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이익을 보는 이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불만세력이 될 수 있다. 이 엄중한 현실을 무시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 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투자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사회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에는 의문이 없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는 의도와 상관없이 나쁜 시나리오를 미리 보는 듯한 불길한 느낌을 준다. 개혁에 실패하고 재벌에 의탁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 역전극 말이다. 대결정치는 개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는 차이와 갈등을 증폭시킨다. 집권세력의 실패는 야당의 성공이 되고, 집권세력의 성공은 야당의 실패가 되는 화해불가능성을 강화한다.

이런 조건에서 여러 계층의 이해가 걸린 사회경제 현실을 개혁하는 건 불가능하다. 여야 모두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약했다. 그러나 보수야당은 올라가는 최저임금을 떨어뜨리는 저격수로 변했다. 정책 성공에 따른 정치적 자산을 정부·여당이 독점하면 보수야당이 할 일은 한 가지뿐이다. 상대의 득점이 나의 실점이 되도록 짜인 기존 판을 뒤집는 것. 야당도 불리하지만, 여당도 불안한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협력 정치를 해야 한다. 여권은 비판 여론과 야당 공세에 밀려 일부 정책을 양보했지만, 협치는 아니다. 궁여지책이다. 그게 여야 간 일정한 정책 협약 아래 이루어진 절충이라면 대화를 촉진해야 했다. 그러나 대결정치가 낳은 임기응변적, 수세적 대응이었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사회세력 간, 정당 간 대타협을 촉진하는 공동 개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개혁을 위한 사회적, 정치적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 개혁에 따른 차이와 갈등을 흡수할 수 있다. 개혁이 사회적, 정치적 분열로 표류하거나 정부 지지율 등락에 따라 흔들리는 일을 피할 수 있다면 왜 이런 일을 마다하는가? 마침 청와대가 연정론을 제기한 상황에서 민주당 당대표를 선출하는 일정이 시작됐다. 새 대표의 우선 덕목은 협치 주도 의지여야 할 것이다. 그건 지난 1년2개월의 통치를 전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 선사가 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제자에게 물었다. “네가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면 지팡이로 때릴 것이다. 밖에 있어도 때릴 것이다. 어떻게 하겠느냐?” 제자는 동그라미를 지워버렸다.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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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만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경제학부 교수에게 “한국이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올릴 계획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2015년 소비와 빈곤, 복지에 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최저임금이 늘어나는 데 찬성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오를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어떤 이는 일자리를 잃고, 어떤 이는 소득이 는다는 것, 즉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전체적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경험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뜨거운 감자와 같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임금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일자리를 찾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으면 임금은 하락하고, 적으면 올라간다. 그런데 대체로 비전문직 노동시장은 구직이 많다. 따라서 임금은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이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에 정부가 개입해 최저임금을 올려 근로자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에서 결정된 임금이 효율성에 근거한 것이라면, 최저임금은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빈곤을 줄이고 소득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오히려 실업자들을 더 양산할 수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세번째)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1992년 미국 뉴저지에서 시간당 최저임금을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18.8% 인상한 뒤 고용에 변화가 있는지 연구한 적이 있다. 식당 매니저들에게 최저임금을 올린 뒤 종업원을 줄였는가를 물어 통계를 냈다. 이를 근거로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는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없진 않지만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미미하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1996년 직원고용명부를 토대로 같은 연구를 한 데이비드 뉴마크는 종업원이 줄었다고 결론냈다.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6470원에서 16.4% 올린 바 있다. 2년간 인상률은 29%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손쉽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 특히 한국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유독 많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준비 없는 상태에서 감내할 수준 이상으로 오른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 지점에서 정부는 몇 가지를 빠뜨렸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역효과를 진지하게 고민했는가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서민들의 지갑이 빵빵해져서 소비가 늘고, 투자로 이어져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만을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최저임금이 오르자 소상공인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섰다. 디턴 교수의 지적대로 ‘어떤 이는 소득이 늘지만, 어떤 이는 일자리를 잃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올 들어 고용 증가는 참담한 수준이다. 연간 30만명에 이르렀던 고용 증가는 올 상반기 1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완대책도 소홀했다. 정부와 여당은 뒤늦게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 연장, 근로장려세제 확대, 가맹본부와 원청업체의 갑질 근절과 함께 상가임대차보호와 카드수수료율 인하와 관련된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대책들을 먼저 만들고 소상공인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의구심이 든다.

혼란의 핵심은 영세사업자들이 너무 많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 한국에서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는 683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5%를 차지한다. 주요 선진국(12%)의 두 배 수준이다. 그렇다고 줄어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구직활동을 하다가 여의치 않자 창업에 나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염두에 둘 것은 기존 산업에서 일자리가 생기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라는 사실이다. 청년 일자리든, 노년층 일자리든 일자리는 대부분 새로운 산업이나 비즈니스에서 나온다. 기존의 산업은 자동화, 효율화를 통해 일자리를 줄일 뿐이다. 미래의 먹거리가 될 산업이나 비즈니스를 찾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이를 통해 영세자영업자를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직장을 잃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회는 소자본으로 무리한 창업에 뛰어들게 만든다. 최저임금 사태를 보면 정부는 단기간에 모든 것을 완수하겠다는 조급증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당장이 아닌 미래를 위한 대책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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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아직도 뜨겁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증가로 이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반발이 크다. 고용을 감축하거나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담을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임금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한국 사회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연착륙시켜야 한다.

현대적 의미의 최저임금제도는 1894년 뉴질랜드에서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위한 입법으로 시작됐다. 영연방 중심 국가였던 영국도 1909년 최저임금법을 채택하였다. 처칠 총리는 의회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특정 계급의 국민들이 최저생계 유지에 필요한 비용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다면 이것은 국가적 악재”라고.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우리나라는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최저임금제의 실시 근거를 두었으나 당시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실제 운용되지는 않았다. 최저임금제가 최저임금법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1988년 당시 462.5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지난 30년간 연평균 9.65%의 인상률을 보이며 오늘에 이르렀다.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 올랐다. 17년 만의 최고 인상률이다. 문재인 정부의 의지대로 2020년까지 1만원이 되려면 매년 15.7% 이상 올려야 한다. ‘급격’한 인상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주요 반대논리는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상의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으며 또한 저임금 계층의 일자리를 감소시켜 그들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상속도를 조절하거나 업종·지역별 차등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최저임금이 곧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임금’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또한 최저임금이 사실상 ‘기준임금’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업종·지역별로 달리 정하면 노동자 간 불공정성 문제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과 노동계 모두 타당하고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 한국 사회 구축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속도 조절을 통해서라도 성공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헌법에 보장된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조건을 확보해 준다. 인간다운 최소한의 삶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공동체에 애정을 가질 구성원은 없을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아직 취약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계속되는 저임금은 근로자들에게 가혹한 일이다. 2012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하기 시작한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한다는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요구의 반영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연착륙되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경제구조 관점에서 몇 가지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소득양극화 완화다. 2016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우리나라의 실질최저임금은 5.8달러로 독일(10.3달러), 미국(7.2달러), 일본(7.4달러)보다 훨씬 낮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소득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미국·유럽에서 시행한 빈곤 퇴치 및 사회통합 정책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의 임금소득 증가를 통해 내수를 자극하여 중소기업은 물론 경제 전체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인권보장과 구조적 관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 방안은 무엇인가? 먼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목표연도를 2020년에서 예를 들면 2022년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한다. 목표연도를 없애고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겪는 저성장 속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기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목표달성 위주의 경제정책은 성공하기도 힘들고 부작용이 너무 클 수도 있다.

그리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용 상승을 전가하는 불공정 거래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원청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에 비용 상승분을 전가하면 하청업체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박을 저임금으로 벌충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최저임금을 인상할 때 중소기업은 납품단가를 맞추기 위해 고용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를 최소화하면서 임금의 정상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의 정착으로 중소기업이 창출한 성과는 중소기업에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설비투자로 유도하여 대기업 일자리뿐만 아니라 하청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 2017년 상장사 사내유보금은 860조원, 이 중 10대그룹 사내유보금은 515조원으로 해마다 증가해왔다. 대기업이 설비투자 확대 없이 사내유보금만 계속 증가하면 대기업에 쌓여 있는 자금이 전체 근로자의 88% 이상이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 부문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희생만 가져온다. 끝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복지확대도 수반되어야 한다. 미래 삶을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사회시스템에서 임금상승분은 가계저축으로 축적될 뿐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간의 정부 대처는 아쉬움이 컸다.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인지했을 법한데도 세심한 대책이 부족했다.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안정자금은 당장 피해를 보는 영세사업주의 형편을 고려하지 못해 외면받고 있다. 강력한 재정·세제 지원뿐만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공정 거래, 터무니없이 오르는 임대료 대책, 노동시장 개선, 산업구조 조정 등의 대책도 함께 나왔어야 한다.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측면을 함께 고려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종합적인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 정책을 기대해본다.

<정운찬 |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한국야구위원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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