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결과를 깎아내리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비핵화 문제는 거의 진전이 없고 우리 국방력은 상당히 약화시켜 버렸다”며 “(대북)정찰에서 우리 국방의 눈을 빼버리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비핵화 조치에서 종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최소한의 객관적 평가도 없이 회담 흠집내기에만 급급한 보수당의 태도가 참으로 유감스럽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평양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역사적인 합의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보수당은 공동선언문에서 핵 사찰과 핵 신고 리스트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폄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 세계가 환영한 마당에 한국의 보수당만 인색하게 평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혹평은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 남북 모두 지긋지긋한 전쟁 공포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마저 남측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합의라고 주장했다. 서해 북방한계선 해상과 군사분계선 인근 공중에서 적대행위 금지 구역을 정하면서 남측이 과도하게 양보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이번 합의가 남측의 정찰기 운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북한이 유일한 정찰 수단인 무인기를 띄우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비무장지대 내 초소 철수도 이곳에서 대규모로 경작하는 북한이 더 불리하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덮어놓고 비판만 한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다음주부터 속도를 낸다. 잘 풀리면 연내에 종전선언까지 한걸음에 갈 수도 있다. 평양선언이 순조롭게 이행되려면 수많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당 등 보수당들이 진정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태도를 바꿔야 한다.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제대로 따져야 한다.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결정적 시기에 초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당이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미국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비핵화와 관련해 2021년 1월 북한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이른 시일 안에 북·미관계 전환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자고 전격 제안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평양 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면서 “미국은 북·미관계를 전환하기 위한 협상에 즉각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리용호 외무상을 다음주 뉴욕에서 만나자고 초청했다”고 밝혔다. 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조속히 만날 것을 북한에 요청했다”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빈과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동시 협상을 벌이자고 제안한 것이다.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적극 평가하면서 즉각적인 북·미 협상 재개 방침을 제시한 것을 환영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일 백두산 천지 앞에서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정상회담 당일까지도 대북 제재 이행을 외치며 대북 압박에 나서던 미국이 태도를 바꾼 것은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평가한 결과이다. 나아가 모종의 비핵화 추가 계획을 전달받았고, 그 내용이 전향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폼페이오는 성명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IAEA 사찰단 참관’이란 표현은 평양공동선언에도, 공동 기자회견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국이 줄곧 강조해온 검증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북한이 남한 측 혹은 별도 채널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성립한다. ‘영변의 모든 시설’은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흑연감속로와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을 가리킨다. 북핵 생산시설을 국제사회의 검증하에 영구 폐기하겠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력히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이 결단하고, 그 진정성을 미국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또다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폼페이오 성명은 시사하고 있다.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노심초사해온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이룬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빈 채널’에 대해 “2021년 1월까지 완성될 비핵화 과정을 통해 북·미관계를 변화시키는 한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1월은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대북특사단에 제시한 ‘트럼프 임기 내’라는 비핵화 시간표와 일치한다. 이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물밑조율 과정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한 미국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과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완결짓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자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라도 미국은 협상에 집중력을 발휘할 것이고, 이는 협상 전체에도 긍정적일 것이다.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나선 북·미가 이번에야말로 25년간의 협상 실패 역사를 떨치고 한반도 정세 대전환을 이뤄내길 희망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