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비방전을 벌인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국노총 창립기념사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사회계층 대표들이 지난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보이콧한 책임이 민주노총에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즉각 성명을 통해 강하게 맞받아쳤다. 겁박, 회유, 왜곡, 비방 등 거친 언사들이 오고갔다. 경사노위에 대한 시각 차가 공방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연대를 해도 시원치 않을 양대 노총이 비방성 공격을 주고받은 것은 볼썽사납다.

민주노총이 사회계층 대표들을 겁박·회유해 경사노위가 불발됐다는 한국노총의 주장은 근거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계층 대표 3인은 9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양대 노총이 하라는 대로 하는 대리인이 아니다”라며 “어떤 부당한 압박도 받은 바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우리의 불참 결정은 경사노위의 운영 개선과 탄력근로제 합의안과 같은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것이었지 경사노위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경사노위 무용론과 해체론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회 계층별 대표들의 입장문에 경사노위가 가야 할 길이 담겨 있다. 지난해 노사정위원회를 경사노위로 개편한 것은 사회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자는 취지였다.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촛불정신과도 통한다. 미조직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탄력근로제 논의과정에 계층별 대표도 참여해야 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논의에서 계층별 대표들의 참여가 배제된 데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미조직 노동자 보호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다.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가 미조직 노동계층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게 된 이유다.

지난주 사회계층 대표들이 경사노위 본회의를 보이콧함으로써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민주노총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현재 경사노위 논의 구조에서 여성·청년·비정규직의 목소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은 민주노총의 참여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불참 방침을 접고 대화기구에 참여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참여는 탄력근로제 논의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경사노위 논의구조도 고쳐나갈 수 있다. 오늘(11일)은 경사노위 3차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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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18일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 시행 방안을 논의하며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이날 회의는 탄력근로제를 논의한 경사노위의 마지막 회의였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12월20일 이후 모두 8차례에 걸쳐 탄력근로제를 논의했지만, 어떠한 진전도 보지 못했다. 두 달에 걸친 사회적 대화기구의 노사 합의 노력은 무위로 끝나게 됐다. 

탄력근로제란 단위기간 동안 업무량을 조정해 평균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단위기간 최장 3개월 이내에서 평균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돼 있다. 지난해 주 52시간제 전면 실시를 계기로 재계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재계의 요구를 수용해 노동시간 개악에 나선 셈이다.

18일 오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철수 노동시간개선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1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던 회의는 이철수 위원장에게 입장문을 전달하려는 민노총 등 장내 정리를 이유로 2시간 20분여 뒤에 열렸다. 민노총은 결국 경사노위 박태주 상임위원에게 입장문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는 논의 단계부터 신중했어야 한다. 탄력근로제는 주 52시간제가 정착되기도 전에 등장했기 때문에 노동자보다는 사업주의 요구를 앞세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탄력근로제 확대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다. 최근 노동자의 잇단 과로사에서 보듯 탄력근로제가 더 많은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 것을 명약관화하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탄력근로제 합의에 앞서 저임금·장시간에 시달리는 노동자 보호를 위해 노동계와 협의했어야 한다.

노동계가 극력 반대하는 탄력근로제를 경사노위에 상정한 것도 따져볼 문제다. 민주노총은 일찌감치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해 노동계의 요구를 관철하려 했지만, 노사 간 의견차가 너무 컸다. 사회적 대화가 불가능한 사안을 경사노위의 안건으로 올린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런데도 경사노위는 논의 결과를 국회에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한다. ‘거수기’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당초 국회는 2월 임시국회 회기 전까지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기를 다투어 처리할 일이 아니다. 국회는 탄력근로제 논의에 앞서 노동계의 입장과 요구에 귀기울여야 한다. 탄력근로제 확대가 우리 사회의 주 52시간제 정착과 ‘삶의 질 향상’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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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한국노총은 지난 17일 국회 앞에서 ‘2018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최저임금제도를 무력화시킨 정부가 다시 탄력근로제 근무확대 등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려 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제 개악과 탄력근로제 확대를 즉각 폐지하지 않는다면, 총력투쟁 국면으로 즉각 전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하루 전 청와대 앞에서 ‘전국 단위사업장 대표자 연설회의’를 열어 총파업을 앞두고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비롯한 정부의 ‘반노동정책’을 저지할 것을 결의했다.

양대 노총이 정부에 총파업 등 총력투쟁을 경고하며 나란히 거리로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두 노총은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야·정의 탄력근로제 확대실시 합의 뒤 ‘반노동정책 투쟁’에 한목소리를 내왔다. 민주노총은 오는 21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바 있다.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밀어붙인다면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불 보듯 뻔하다. 한국노총이 연대 투쟁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노동자 복지를 위한 투쟁으로 이해하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동계를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노총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라거나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라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는 민주노총과의 결별을 각오하고 노동개혁에 나서라”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로서는 노동계와 정부 여당이 마주 달려오는 기관차처럼 맞부딪치는 형국이다.

정부와 여당은 22일 예정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 등을 상정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여야의 합의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사노위가 순조롭게 출범할지 의문이다. 민주노총이 빠져있는 데다 당초 참여를 약속한 한국노총마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정부와 노동계는 광주형일자리 사업,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등 굵직한 현안을 두고도 갈등하고 있다. 양측 간 견해 차가 근본적으로 다른 현안도 있지만 대화로 풀 수 있는 사안도 없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 해결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계와 정부는 파국을 맞기 전에 우선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급적 경사노위가 출범하는 22일 이전이 좋다. 노·정이 자기의 길만 고집한다면 ‘촛불시민’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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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