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4일 중앙윤리위원회를 열어 ‘5·18 망언’을 한 세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내놨다. 이종명 의원은 제명하기로 했는데,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를 유보했다. ‘전당대회 후보자는 후보 등록이 끝난 때부터 당선인 공고까지 윤리위 회부 및 징계를 유예받는다’는 당 선출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당은 설명했다. 두 김 의원이 오는 27일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등록했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와야 징계한다는 것이다. 피 흘려 민주주의를 사수한 시민을 모독한 의원들에 대해 당규를 내세워 보호막을 치다니 너무나 안일하다. 진정성 없는 ‘징계쇼’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 의원에 대한 제명은 당 징계위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징계는 당 소속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해야 효력이 생긴다. 그런데 이 의원에 대한 당내 동정론이 만만치 않아 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 이 의원은 당에서 제명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두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유예는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당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징계위에 회부했다면 한심하다. 알았다면 후보로 등록할 때까지 이들에 대한 징계를 늦춰 빠져나갈 기회를 줬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이들이 당선되어도 문제다. 한국당은 과연 제명 처분 대상자를 당 대표나 최고위원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15일 (출처:경향신문DB)

더욱 경악할 일은 이들 징계에 대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내부의 인식이다. 김 위원장은 징계유예를 비판하자 “국민의 대표인 의원에 대한 징계는 명확한 사실관계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따져가며 처리해야 한다”면서 “인민재판식으로 판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반박했다. 망언 파동 초반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더니 끝까지 시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당 의원 상당수가 당의 단합을 거론하면서 이번 징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망언 파문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을 보고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태도가 공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시민들은 5·18 망언을 보면서 한국당을 향해 민주정당으로서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당이 진정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 세 의원 모두 깨끗이 제명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 퇴출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동참하는 게 맞다. 제1야당이 5·18 망언 의원들을 감싸면서 정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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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5·18 공청회 문제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희생자·유가족과 광주시민들께 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5·18 관련 당의 공식 입장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민주화운동이었다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진실을 왜곡하거나 5·18정신을 폄훼하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5·18 망언이 나온 지 나흘 만이다. 처음엔 “당내 문제” 운운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뒤늦게 대국민사과를 내놓은 건 보수단체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2월13일 (출처:경향신문DB)

그러나 한국당의 이런 ‘뒷북 사과’는 충분치도 않고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당을 대표해 사과한다면서도 망언 의원들에 대한 윤리위 처리 문제는 원내대표에게 떠넘겼다. 한국당이 추천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 후보 3명 중 2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한 데 대해 반발하고 나선 건 더 어이가 없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청와대 판단은 정치적 판단”이라고 하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국당과 국회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했다. 이러니 무슨 사과를 해도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문제가 된 진상조사위원들은 지난달 추천 때부터 극우이념 성향으로 부적격자 지적을 받은 인물들이다. 이 중 한 사람은 군 출신 보수인사로, 군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주세력이란 점에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았다. 다른 한 사람은 기자 출신으로 1996년 ‘월간조선’에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와 과장’이라는 기사에서 이미 사실로 드러난 계엄군의 중화기 사용, 공수부대원들의 성폭행 의혹 등에 대한 보도가 과장·왜곡됐다고 주장했다. 5월단체들은 이들의 과거 경력과 발언에 비춰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재추천을 요구한 바 있다. 청와대의 거부는 역사적 진실과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당연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반발하고 있으니 뭐 싼 놈이 되레 화를 내는 꼴이다.

백 번 사과보다 한 번 행동이 더 중요하다. 한국당이 진정 5·18 망언을 반성한다면 당장 이런 진상조사위원부터 교체하는 게 온당하다. 망언 의원들에 대해서도 최고 수위로 단호히 조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눈 가리고 아웅식 대응으로 넘어갔던 게 범죄적 망언을 불러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번 사안을 곧 지나갈 소나기 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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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에 진전된 입장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의 기본 방향에 동의한다’고 결정하고, ‘내년 1월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제 개혁안 합의-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의결’의 일정을 제시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동맹’을 맺기 전 야 3당이 제안했던 합의문 초안에 근접한 내용이다. 야 3당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집권여당이 한국당과 합의해 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 선거제 개혁의 성패 관건은 한국당으로 모아진다. 선거제도는 권력의 생성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기에 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역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달린 사안이기도 하다. 여당과 제1 야당 중 어느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선거제도 개편을 이뤄낼 방도가 없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왼쪽)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실제 선거제 개혁의 대의에도 불구, 번번이 불발된 것은 기득권 정당의 반대 탓이었다. 특히 영남 지역의 배타적 대표성을 사수하려는 지금의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을 등져 왔다. 중앙선관위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을 때도 여당인 새누리당 반대로 도입이 무산됐다. 선거 때마다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의 수혜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가 이런 구도를 뒤집어 놓았다. 한국당은 선거제 개혁을 외면해 온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일례로 경기도의회 선거에서 25.47%의 정당득표율을 확보하고도 전체 의석 135석 중 4석(2.96%)을 얻는 데 그쳤다. 한국당을 저항하던 선거제 개혁의 입구로 불러낸 배경이다.

한데 한국당이 점점 후진하고 있다. 신임 나경원 원내대표는 “권력구조와 같이 논의해야 한다”며 난망한 조건을 달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부정적”이라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원칙적으로 동감한다’던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보다 후퇴한 발언이다. 당 지지율이 상승기미를 보이자, 기득권 생리가 움트는 모양이다. ‘이대로’ 가면 1당 아니면 2당은 보장되는 판에 경쟁 야당을 만들어주기 싫다는 속셈일 터이다. 좋은 정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나 소망이 현실에 있는 만큼의 비율로 의회에 반영되는 것이다. 국민주권의 행사 결과가 왜곡 없이 의회에서 대표되어야 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당이 작은 계산에 함몰돼 30년 묵은 낡은 정치구조를 바꿀 이 절호의 기회를 저버리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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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의 가장 큰 숙제인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처리됐지만 연말 정국은 암울하다. 선거제 개혁을 뺀 예산안 합의에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개혁과제에 앞으로 협조하기 어렵다며 싸늘한 분위기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협치종료를 정식 선언한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단식농성 5일째다. 지금 국회는 ‘유치원 3법’을 포함한 민생법안과 사법개혁,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 시급한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쯤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이런 현안들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개회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2월 11일 (출처:경향신문DB)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누구보다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야 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총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정당별 총 의석수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뺀 만큼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할당하는 방식으로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유권자 의사를 정확히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대선은 물론이고 그 전 총선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왔다. 지난 3월 청와대가 발표한 정부 개헌안에서 ‘국회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해야 한다’고 거듭 확인하기까지 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제1당이 된 뒤 미온적인 입장으로 변한 것은 거대 정당에 절대 유리한 현 소선거구제의 기득권을 선뜻 내놓고 싶지 않은 속내임이 빤히 보인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자유한국당보다 민주당이 더 밉다”고 분노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1위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민심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은 모든 정당이 공유하고 있다. 승자가 독식하는 지금의 선거 방식이 지역구도를 고착시키고 분열의 정치를 부추겨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시민과 시대의 요구에 맞도록 바꾸는 게 마땅하다. 최고의 정치 개혁은 선거제 개혁이란 말이 나온 게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러나 원내 1·2당의 기득권 집착 때문에 과거 선거제 개혁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이러다 또다시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민주당이 진정 시민의 뜻을 받들고 대의 민주주의 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라면 과감하게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 개편, 의원정수 확대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데 시일이 촉박하다면 우선 큰 틀의 선거제 개혁에 합의하고 연말까지인 정치개혁특위 활동 시한을 연장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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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문해서인지 ‘barmy’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는 것을 바른미래당 덕분에 처음 알았다. 이 단어의 뜻은 ‘약간 제정신이 아닌’이라고 한다. 이도 저도 아닌 ‘바미스럽다’는 신조어를 낳은 바른미래당은 당명부터 미래를 예고했던 것이다. 대주주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앞날을 내다봤다.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요즘 바른미래당의 모습은 이 말에 딱 들어맞는다. “자유한국당과 한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바른미래당의 처연한 모습을 보면서 1990년대 유행가의 한 구절을 흥얼거리게 된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사실 출발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바른미래당의 모태인 국민의당은 ‘중도개혁’ ‘다당제’를 내세웠지만 구성원들의 마음속엔 정치적 속셈만 그득했다.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에서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희박했던 안 전 대표는 대선 출마를 위해 당을 만들었다. 동조한 의원들이 얼마나 안철수 정치를 알았는지도 의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공천받을 가능성이 낮았고, 일부는 당시 호남에서 인기가 높았던 안철수의 그림자에 기대는 것이 목적이었다. ‘제3당, 다당제를 지향한다’는 명분을 마음에 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대선 패배 후 안 전 대표는 당을 접었다. 국민의당 그릇에서 더는 미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호남 민심은 여권에 통째로 넘어갔고, 진보진영은 안철수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안 전 대표는 새로운 시장인 보수로 눈을 돌렸고, 그의 선택은 국민의당보다 오른쪽으로 이동한 바른미래당이었다. 국민의당 의원 다수는 안 전 대표를 따라 다시 짐을 쌌다. 딱히 정치적 소신이 있어서라기보다 대부분은 갈 곳이 없어서 일단 몸을 실었다는 시선이 많았다. 여하튼 이들은 지금 바른미래당의 다수다.

또 다른 축인 바른정당은 아예 가설정당으로 출발했다. 탄핵 국면에서 궤멸을 모면하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에 내세워 권력 한번 더 잡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자유한국당을 떠난 33명이 만든 당이다. 낡은 보수와 결별하자더니, 반 전 총장이 낙마하자 본색을 드러냈다. 자기들이 대선후보를 뽑고도 13명이 대선 과정에서 낡은 보수당에 돌아갔다. 눈치만 보던 나머지도 대선 이후 같은 길을 걸었다. 이들은 공·사석에서 유승민 대선후보의 협량함이 가장 큰 탈당 이유라고 핑계를 댔다. 춥고 배고파 견딜 수 없었다는 진실은 끝끝내 숨겼다.

그렇다고, 한국당에 돌아가지 않은 9명 의원 모두가 보수개혁 가치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각자 속사정이 있다고들 했다. 어떤 의원은 한국당에 돌아가는 것이 ‘가오’가 상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의원은 특정인에 대한 의리로 남았다고 했다. 일부는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한국당에서 ‘절대로 받을 수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기 때문이다. 외톨이가 된 이들은 안 전 대표가 내민 손을 덥석 잡을 수밖에 없었다.

뿌리가 이럴진대 이파리가 잘 자라겠는가. 지난 지방선거 공천 및 본선 과정에서 안 전 대표가 보였던 독선은 어두운 앞날을 예견하는 전주곡이었다. 안 전 대표가 독일로 떠났음에도, 당은 비틀거린다. 지도부가 판문점선언 비준·특별재판부 설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 의원들이 뒤집고, 한국당 쪽으로 기운 듯한 결론이 내려지는 상황들이 반복됐다. ‘바미스럽다’ ‘바미하다’ 등 비아냥은 자초한 것이다. “우리는 설렁탕 집인가, 짜장면 집인가, 아니면 냉면 집인가” “설렁탕도 짜장면도 냉면도 그 어떤 것도 맛이 없다고 한다”(지상욱 의원)는 당내 자조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쓴소리가 길었지만 당을 접으라는 저주는 절대 아니다. 명분 없던 과거를 인정하고, 지질한 현재를 반성해 거듭나라는 충고쯤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당신들이 내세우는 보수개혁의 구호나 가치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 때문에라도 당신들은 이렇게 없어져서는 안된다. 한반도 평화무드에 색깔론을 덧씌우고, 쇄신을 위해 삼고초려했다는 인사를 밥그릇 싸움 때문에 내쫓은 한국당은 탄핵 이전보다 더 뒷걸음쳤다. 음식으로 치면 불량식품이다. 바른미래당이 맛없는 음식이라지만, 불량식품처럼 배탈은 안 난다.

그러니 일단 살아남으라. 한국당과 닮아가는 게 아니라, 더 거리를 둬야 할 것이다. 한국당이 바라는 형태의 보수통합에는 콧방귀를 뀌어라. “박정희가 훌륭했다”고 떠드는 모 의원이 한국당행을 원한다면 주저없이 놓아줄 것을 권한다. 그래야 이성 있는 보수가 될 수 있다.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한국당이라는 것은 국민들에게도 슬픈 일이다.

<이용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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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한국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중앙당을 해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명을 바꾸겠다는 등의 혁신안을 제시하자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재선 의원들은 사전에 논의도 거치지 않고 발표했다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초선 의원 30여명은 19일 모임을 갖고 당내 정풍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박근혜 정권에서 공천을 받은 이른바 ‘박근혜 키즈’다.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우리가 가진 이념이 문제가 아니고 그것을 담을 그릇이 문제였다”며 지방선거를 이끈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친홍준표(친홍)계는 거꾸로 친박계의 인적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서로 “네가 나가라”는 것이다. 이러니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백날 외쳐봐야 빈말로 들리는 것이다. 이것이 자유한국당의 현실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이 18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사실 김 원내대표가 내놓은 혁신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2016년 4·13 총선 패배 때도 외부 인사로 비대위를 구성한 바 있다. 당명을 바꾼 지도 1년밖에 안된다.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재탕, 삼탕 개혁이다. 똑같은 전철을 밟는 걸 보면 위기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고 하긴 어렵다. 그런데 이마저도 “왜 마음대로 하느냐”며 반발한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친박계, 친홍계, 바른정당 복당파, 비주류 등이 당권 장악을 위해 골몰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들은 계파별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총질을 하고 있다. 지금 한국당 상황에서 ‘당권 경쟁’이란 말이 나오는 게 가당키나 한 얘기인지 모르겠다. 뼈를 깎는 쇄신책을 내놓아도 등 돌린 민심을 얻는 일이 될동말동한데 차기 총선에서 살아남을 궁리만 하고 있으니 황당할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은 전직 대통령에 이어 한국당까지 탄핵했다. 한국당은 난파선이 아니라 이미 물속에 가라앉은 배 신세다. 시민에게 탄핵당했다면 반성하고 새롭게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지 않고 침몰한 배를 건져 올려 ‘그 밥에 그 나물’인 수준의 인물을 돌려막고, 이름을 바꿔 다는 게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당에 각계가 주문하는 것은 수구적, 냉전적 이념의 틀을 허물고 대대적인 인적쇄신으로 새로운 보수를 재건하라는 것이다. 그간 자신이 주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 의원직을 걸고 각 지역구에서 재신임을 묻는다고 해도 울림이 있을까 말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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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통상 압박에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하자 야권이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미국의 무역 제재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보복으로 규정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공조가 절실한데 통상 문제에 정면 대응하다 한·미 안보동맹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상 갈등은 통상 논리로, 안보는 안보 논리대로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지극히 온당하다. 교역국 간 통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세계무역기구(WTO) 절차 등에 따라 대처하겠다는 방침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게다가 통상은 호혜성이 원칙인데, 미국은 이를 어겼다. 일본과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과 균형도 맞추지 않은 통상 압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주권국의 정부라고 할 수 없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경우 향후 방위비 분담금 등에서 얼마나 큰 부담을 져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미국의 압박을 문재인 정부의 친북정책 탓으로 돌렸다. 동의할 수 없다. 색깔론 아니면 기댈 곳이 없는 처지가 참으로 한심하다. 국제규범에 따라 통상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것까지 미국에 대한 적대 행위로 보는 한국당은 도대체 누구를 대변하는지 묻고 싶다. 한국당의 논리대로라면 안보를 위해 통상에서 양보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 10대 교역국으로 통상에서 입은 피해는 한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경제적 국익을 경시하는 것이야말로 구시대적 발상이다. 한국당은 또 문 대통령이 중국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놓고 미국에만 강경하게 나간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라는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국에 배치되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경제 제재에 나섰다. 반면 미국은 자국의 경제 이익을 위해 안보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에 압박을 가했다. 중국의 압박은 물론 잘못된 것이지만 두 나라가 제재에 나선 경위와 방법은 엄연히 다르다.

한국의 안보에서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미국이 이 점을 이용해 통상에서 양보를 강요해와도 한국은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자국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우방의 안보를 흔든다면 진정한 동맹이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현실화한 압력을 어떻게 풀 것이냐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더욱 커졌다. 당장 23일 방한하는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에게 이런 뜻을 잘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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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담뱃값을 현행 4500원에서 인상 전 수준인 2500원으로 내리고, 2년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점차 올린다는 법안을 당 정책위가 만들어 곧 발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주도한 것이어서 자가당착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담뱃값 인하에 대해 “서민 부담 경감 차원에서 지난 대선 때 홍준표 당시 후보가 공약했던 사안”이라며 “비록 대선에서는 졌지만, 약속을 이행해 서민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공약은 홍 후보의 낙선으로 유권자들에 의해 폐기됐다. 느닷없이 서민을 위한다며 다시 원래대로 값을 내리겠다니 어이가 없다. 당이나 국가가 정책을 바꾸려면 명분과 논리, 그리고 그럴 만한 상황 변화가 있어야 한다. 담뱃값 인상에도 흡연율에 변화가 없으니 인상의 명분이 없어졌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담뱃값 인상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을 내세웠다. 그사이 국민들의 건강이 갑자기 좋아졌다는 것인지 도무지 말이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철우 최고위원이 26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의 담뱃값 인하 추진에는 교묘한 계산이 숨어 있다. 우선 담뱃값을 종전처럼 2500원으로 내리면 연간 약 5조원의 세수가 줄어 정부의 초고소득층·초대기업 증세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약 3조8000억원을 뛰어넘는다. 한마디로 담뱃값을 환원하면 증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게다가 2015년 담뱃값 인상 당시 ‘서민 증세’라며 반발했던 민주당 입장에서도 대놓고 반대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결국 한국당의 담뱃값 인하는 정부·여당이 막 시작한 증세 논의에 대한 맞불용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당이 진정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려면 먼저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담뱃값 인상 명분은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한 세수확보용 거짓말이었다고 실토하는 게 공당의 도리다. 야당이 여당과 싸우더라도 정정당당하게 논리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서민의 호주머니를 턴다는 비난을 외면하면서 값을 올려놓고 이제 와서 서민을 위하겠다고 나선 것은 국민을 너무나 우습게 여기는 처사이다. 한국당은 꼼수 쓰지 말고 담뱃값 인하가 아닌 다른 정책으로 증세 논리에 맞서야 한다. 더 이상 정치를 희화화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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